재료 절 주변서 채취 순수 우리 고유 자연식품
지금쯤 고향 산사에는 봄이 왔을래나.
진달래 개나리 핀 뒷산 마루턱, 풀포기 사이로 파릇파릇 솟아나던 나물들 뜯다보면 손가락엔 초록물 들고 손톱에는 흙이 끼었다.
명이, 냉이, 부지깽이, 달래, 두릅, 씀바귀, 민들레...
금방 따다 초고추장에 무쳐낸 쌉싸름한 봄나물은 겨우내 잃었던 미각을 깨워주던 자연의 선물. 지금은 비닐하우스에서 사철 재배되어 나오고, 미국에서도 봄이면 냉이, 달래를 맛볼 수 있지만, 이른 봄 언 땅을 뚫고 올라온 새순의 맛과 향은 느껴지지 않는다.
디자인하우스에서 펴낸 ‘선재스님의 사찰음식’ 요리책에는 순수한 우리나라 고유의 자연음식 229가지가 계절별로 소개되어 있다. 색깔 고운 봄 음식만도 55가지.
음식을 사계절로 나누어 소개한 이유는 사찰음식이 유난히 계절을 타기 때문이라고 선재스님은 설명한다.
음식의 재료가 절 주변에서 나오는 제철 식물이라 철마다 다를뿐더러 같은 음식이라도 계절에 따라 조리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란다.
선재스님(56·안암동 보타사 주지)은 스님들의 행장기 속에 들어있거나 절에서 입으로만 전해오던 수행음식 이야기를 정리해 7년전 처음 사찰음식을 대중들에게 소개한 비구니 요리전문가로 1년반전 LA에서도 요리특강을 가진 바 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정갈해지는 선재스님의 봄 사찰음식.
이곳에서 구할 수 없는 재료가 태반이라 따라하기엔 무리겠지만 구경이라도 하며 한국 고향의 봄 향기를 느껴보자.
<사진제공 디자인하우스>
양념않고 자연의 맛 살려
담백하게 조리한 건강식
절밥이 맛있는 이유는 담백한 제철 식물들을 거의 양념하지 않고
자연의 맛을 살려 조리하기 때문이다.
그 담백함은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우리 입맛에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삶의 단순화를 추구하는 요즘, 사찰음식은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건강식이며 환경친화적인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원래 사찰음식은 수행자들이 마음을 닦는데 필요한 기를 보충하는
음식으로, 채식만으로도 맑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정적인 음식’이다. 반대로 우리가 먹는 ‘동적인 음식’은 불교에서
금하는 오신채(파, 마늘, 양파, 달래, 부추), 육류, 어패류, 인스턴트
식품들로 이런 음식은 먹을수록 밖으로 뻗치는 힘이 강해 성격이
과격해지며 조급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절에서는 음식을 만드는 일과 먹는 일을 모두 수행의 한 과정으로
여긴다. 따라서 나물을 씻을 때도 멍들지 않도록 물을 팍 붓지 않고,
작은 벌레들이 죽을까봐 뜨거운 물로 헹구지 않는다.
사찰음식의 지혜를 응용해 우리 가족의 식탁을 좀더 건강하게
바꾸어보자.
물쑥뿌리 숙주겨자무침
▲재료: 물쑥뿌리 200g, 소금 약간, 도토리묵 가루 약간, 숙주 200g, 홍피망 1개, 오이 1/2개, 겨자소스(발효겨자 2큰술, 설탕 1작은술, 식초 2큰술, 통깨 약간)
▲만들기: 물쑥뿌리는 잔털은 떼고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친다. 먹어보아 쓴 맛이 강하면 찬물에 오래 담가 쓴물을 뺀 후 조리하고, 그다지 쓰지 않으면 찬물에 헹군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물쑥에 소금을 조금 뿌려 절인다. 물쑥에서 물기가 스며나오면 도토리묵 가루를 묻혀 김이 오른 찜통에 넣고 넓게 펴서 찐 다음 식힌다. 숙주는 끓는 물에 소금을 넣어 아삭하게 삶고 홍피망은 채썰고, 오이는 물쑥 길이로 잘라 납작하게 썬다. 겨자를 찐다. 겨자가루를 뜨거운 물에 되게 개어 그릇에 붙인 후 물이 끓고 있는 냄비 뚜껑 위에 엎어둔다. 물쑥 찐 냄비에 남은 물로 겨자가루를 개면 영양분의 손실 없이 먹을 수 있다.
40분 정도 찐 후 불에서 내려 뜨거운 물을 한번 부었다 따라낸다. 발효시킨 겨자에 간을 보아가며 설탕, 식초, 통깨를 넣고 고루 섞어 새콤달콤한 겨자소스를 만든다. 그릇에 물쑥뿌리 쪄낸 것, 피망, 오이, 숙주를 넣고 겨자소스를 부어 무친다.
냉이 초무침
▲재료: 냉이 200g, 소금 1작은술, 식초 1 1/2큰술
▲만들기: 곱게 다듬어 살짝 데친 냉이에 소금과 식초를 넣고 무친다. 보통 냉이는 초고추장에 무쳐 먹지만 소금과 식초만 넣어 무쳐도 산뜻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화전
▲재료: 찹쌀가루 5컵, 단호박 1/8개, 포도주스·비트즙·시금치즙 2큰술씩, 소금·설탕·꽃다지·식용유 약간씩
▲만들기: 찹쌀은 물에 12시간 정도 담갔다 건져 소금 1큰술을 넣고 가루내어 체에 내린 다음 5등분한다. 단호박은 씨를 털고 김이 오른 찜통에 넣고 쪄서 속만 숟가락으로 파낸다. 비트는 강판에 갈아 거즈에 내려 즙만 내고 시금치는 믹서에 물을 조금 넣고 간다.
5등분한 찹쌀가루에 각각 단호박 찐 것, 비트즙, 시금치즙, 포도주스를 섞어 오래 반죽해 지름 5cm 크기로 동글납작하게 빚는다. 남은 찹쌀가루는 따뜻한 물에 익반죽해 같은 크기로 동글납작하게 빚는다.
달군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한번 닦아낸 후 약한불에서 화전 반죽을 얹어 지진다. 한쪽이 익으면 뒤집어 꽃다지를 얹어 익힌 후 다시 뒤집어 잠깐 지진다.
두릅 물김치
▲재료: 두릅 600g, 소금 약간, 고춧가루 2큰술, 홍고추 3개
▲만들기: 두릅은 보라색 껍질이 붙은 것으로 골라 칼로 딱딱한 밑동을 잘라내고 껍질을 벗긴 후 물로 잘 씻는다. 물이 끓을 때 소금을 넣고 두릅을 밑동부터 넣어 숨만 살짝 죽을 만큼 데친 후 찬물에 한번 헹구고, 그 물은 버리지 말고 둔다. 두릅 데쳤던 물도 식혀둔다.
두릅은 큰 것은 5cm 크기로 자르고, 굵은 것은 반으로 가른다. 두릅에 고춧가루와 소금을 넣고 무쳐 항아리에 담는다.
홍고추는 어슷 썬다. 두릅 삶은 물에 두릅 헹군 물을 섞어 소금으로 삼삼하게 간한 후 두릅이 잠길 정도로 붓고 어슷썬 홍고추를 띄운다. 이틀 정도 두면 특유의 향이 나며 맛이 든다.
홋잎나물 밥
▲재료: 쌀 3컵, 홋잎 200g, 양념장(집간장 3큰술, 청·홍고추 1개씩, 통깨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만들기: 쌀은 밥짓기 30분전에 씻어서 건져놓는다. 홋잎은 솔가지처럼 붙은 것을 떼어내면서 깨끗이 다듬어 씻은 다음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뺀다. 나물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에 평소보다 밥을 고슬고슬하게 짓는다. 물기가 걷히고 뜸이 거의 들 때 손질한 홋잎을 얹고 뜸을 좀더 들인다. 처음부터 홋잎을 넣으면 색이 누래지고 맛이 없다. 양념장을 만든다. 뜸이 다 들면 홋잎나물과 밥을 섞어 비빈 후에 그릇에 담아낸다.
미나리 강회
▲재료: 미나리 50g, 느타리버섯 50g, 대추 20개, 초고추장(사과간 것 1/4개, 고추장 1큰술, 식초 1큰술, 통깨 약간)
▲만들기: 미나리는 잎은 잘라내고 줄기만 소금물에 데친 후 헹궈놓는다. 느타리버섯은 끓는 소금물에 데쳐놓는다. 대추는 돌려 깎아 씨를 제거한다. 느타리버섯 위에 대추를 놓고 미나리 줄기로 감는다. 다 감은 후에 남아있는 미나리 줄기는 속으로 밀어넣어 마무리한다. 이밖에 호두, 양송이버섯, 팽이버섯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만들어도 된다. 강판에 간 사과에 고추장을 섞고 식성에 맞게 식초를 넣은 후 통깨를 뿌려 만든 초고추장을 함께 낸다.
민들레 겉절이
▲재료: 민들레 300g, 초고추장(고추장 2큰술, 설탕 1작은술, 식초 1작은술, 통깨 1큰술)
▲만들기: 민들레는 꽃이 피지 않은 연한 것으로 골라 끝의 억센 부분을 떼고 초고추장을 부어 살살 버무린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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