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회를 통해본 한국 전통 다도
‘책뿐인 산정/ 꽃피고 물 흐를 뿐/ 비 갠 뒤 귤나무 숲/ 아름다운 샘물 길어/ 차 그릇 씻는다’, 다산 정약용의 시조에서 은은히 풍겨 오는 차의 여향을 맡는다. 차는 사람들에게 단순한 음료 이상의 의미를 주는가 보다. 그러니 차 마시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차인’이라, 또 서로를 ‘다우’라 부르며 차 동아리, 다도 강좌, 차 예절 경연대회 같은 다채로운 행사나 모임을 열며 차 보급에 그토록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아닐까. 지난 22일 오후 ‘갤러리.3’(대표 손 청)에서 열린 우리 다도법 강연회에서 강사 김경자 교수(부산여대)는 “차가 좋다는 것은 인류역사에서 가장 오랜 기호음료라는 한마디로 충분히 설명된다”고 운을 떼고 “건강에 미치는 효과 뿐 아니라 우리를 심오한 사색의 숲으로 인도해 도(道)와 통하고 자연과 하나가 되며 예(禮)에 이르게 한다”고 전했다. 20여명이 참석한 이날 강연회에서 들어본 차의 성분과 효능, 종류와 선택법을 간단히 요약하고 차 접대와 끓이기 및 마시기 등 시범과 함께 선보인 한국의 다도예법을 소개한다.
■이런 차가 좋아요
차잎은 언제 수확했느냐에 따라 상작, 중작, 하작으로 구분된다. 먼저 7월 이후 여름 땡볕에 노출된 차잎을 수확해 만든 차가 가장 낮은 품질의 하작에 속하며 ‘대작’이라는 이름으로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6∼7월에 딴 것을 중작이라 하며 일명 ‘명차’라 불리기도 하고 상작은 곡우절(4월20일∼22일) 5일전에 딴 것으로 일명 ‘우전’이라고 하고 곡우부터 말일까지 딴 것을 ‘세작’이라고 한다.
지역에 따라 입하(5월10일)후 7일까지 딴 것도 상작으로 친다. 상작은 참새의 혀를 닮아 ‘작설’ 또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의 눈썹에 비유해 ‘미진’이라는 이름으로 시중에서 만날 수 있다.
김 교수는 “중작은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으며 우전은 비싸지만 잎 하나도 버릴 것 없이 그 값어치를 한다”고 말하고 “진짜 상품은 겨우내 영양이 차 오른 새순 두 잎이 V자로 나오자마자 밑 부분을 엄지와 검지의 손가락 끝으로 딴 수제품으로 직접 차밭에 가거나 차 전문점에 미리 주문해야 구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구분돼요
차는 숙성과 제조법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숙성 여부에 따르면 발효, 반발효, 불발효차로 나뉘는데 대표적으로 홍차는 발효차, 오룡차(oolong)는 반발효차, 녹차는 불발효차다. 또 제조법에 따라선 시루에 찌고 절구에 찧은 후 둥글고(단차) 모나게(전차) 모양을 낸 편차, 시루에 찐 후 말리고 손으로 비비는 과정을 4∼5회 반복해 만드는 엽차, 또 엽차를 갈아 분말로 만든 말차, 차잎을 찹쌀과 함께 시루에 쪄낸 병차의 4종류로 나뉜다.
■이렇게 보관해요
차는 상품일수록 공기가 통하지 않는 포장재료를 이용해 2∼3봉지로 나누어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봉지를 뜯은 차는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밀봉해 서늘한 곳에 두고 사용한다.
양이 많으면 냉동기(3℃)에 보관하되 여러 겹으로 꽁꽁 싸매서 넣어 둔다. 차는 냄새흡수력이 강하므로 반찬이 있는 냉장고에는 보관하지 않도록 한다. 철제 그릇이나 주전자를 사용하면 차의 비타민 C가 파괴되므로 피한다.
■이래서 좋아요
차에는 카페인, 탄닌, 아미노산, 엽록소, 비타민C, 무기성분 등이 함유돼 있으며 특히 녹차의 카페인 함량은 커피보다 더 많지만 탄닌 속 카테킨 성분이 카페인의 체내 흡수를 막아 줌으로써 심장에 부담이 적고 기억력과 내구력을 증대시킨다. 하지만 김 교수는 “카테킨 성분은 100℃에서 분해되므로 차의 온도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말차의 경우 비타민 C가 레몬의 8배정도 함유돼 알콜과 니코틴의 해독을 돕고 아미노산은 차의 감칠맛을 내며 그 외 철분, 칼슘 등 조혈과 골격조성을 돕는 무기성분이 많다. 김 교수는 지리산 쌍계차가 가장 상품으로 쳐지는 이유를 “봉이 낮은 야산에서 섬진강 이슬을 먹고 따뜻한 햇살 받으며 자란 야생차로 영양소가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끓인 찻물, 숙우로 식혀 60℃ 로
차반은 팔꿈치가 60~90도 되게 들고 가슴에 닿지 말아야
■이렇게 끓여요
차의 양은 1인분 2g, 3인분 5g, 10인분 8g 정도. 예로부터 찻물은 무미·무취·무향의 산물을 최고로 쳤지만 요즘은 정수를 많이 사용한다.
수돗물을 사용할 경우 하루밤 동안 오지 항아리에 가라 앉혀 윗물을 떠 사용한다. 100℃로 끓이되 물이 너무 뜨거우면 차맛을 좌우하는 차잎의 아미노산이 덜 우러나고 탄닌의 카테킨 성분이 파괴되는 대신 쓰고 떫은맛이 많이 우러나므로 숙우(물식힘 그릇)에서 식혀 다관(차주전자)에 넣는다.
다관에 차를 넣기 전 먼저 끓인 물을 숙우→다관→찻잔→물버림 그릇에 옮겨 따라 버림으로써 예온·소독한다. 최상급 차는 60℃, 상품은 70℃, 중품은 75℃, 하품은 85℃ 정도로 숙우에서 식혀 사용한다.
김 교수는 “차의 온도를 가늠하기 어려울 땐 손으로 다관을 감싸 쥐어 참을만 한 온도가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처음 우릴 땐 약 1분50초∼2분 정도, 재탕·삼탕은 40초∼1분 정도씩 우리면 된다.
■이렇게 접대해요
차반은 팔꿈치가 60∼90도가 되도록 들되 가슴에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손님과 거리를 떼어 자신(봉차자)의 왼쪽에 차반을 내려놓고 찻잔과 다식, 물수건 등을 손님상에 공손히 올린다.
손님과 평절로 맞절한 후 세 걸음 뒤로 물러서 조용히 앉아 기다린다. 자세는 여자의 경우 오른 무릎을 세우거나(한복) 양다리를 한쪽으로 모아 앉아(양장) 오른손을 왼손 위에 포개 잡고 남자는 양반다리 또는 반가부좌를 하고 왼손을 오른손 위로 포개 잡는다.
차를 따를 땐 각 찻잔의 차 맛을 고르게 하기 위해 2∼3번 정도 찻잔을 옮겨가며 나눠 따른다. 왼쪽 끝에서 오른쪽으로 옮겨가고 다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겨 따른 후 제일 처음 잔부터 손님에게 낸다.
차는 술과 같이 오른쪽에서 들어 왼쪽으로 따르는 것이 예의고 두 번까지는 기본으로 낸다. 다실의 분위기는 장식이 많지 않게 여백을 살려 깨끗이 정돈하고 자연을 느낄 수 없는 분위기라면 화분이나 돌을 놓아두는 것도 좋다.
■이렇게 마셔요
차를 마실 때 가장 기본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 봉차자가 차를 우리는 동안 편안한 분위기가 되도록 일상적 대화나 마실 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차를 따르면 받침은 그대로 놔두고 찻잔만 두 손으로 들되 오른손은 엄지손가락을 제외하고 모두 붙여 집게 모양이 되도록 잡고 왼손은 찻잔 바닥을 받친다.
마실 땐 고개를 너무 숙이지 말고 허리를 꼿꼿이 펴 잔을 들어올려 마시도록 한다. 차는 빛깔을 먼저 감상하고 향기를 음미한 뒤 한 잔을 세 번 정도에 나눠 마시는데 후루룩 소리를 내지 않도록 주의한다. 손님의 입장에서 차가 부족할 때 더 달라고 청하는 것은 실례가 아니며 단 더 마시지 않으려면 충분하다는 의사를 정중히 밝히고 이미 받은 차는 남김없이 깨끗이 비우는 것이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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