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주이민 100년, 아틀란타 30년 기념 특별 좌담회
■ 게스트 : 이석희 동남부연합회장
김선희 전 한인봉사센터 이사장
은종국 100주년 기념사업회 아틀란타 회장
박완수 조지아스테이트 사회사업과 교수
■ 사 회 : 이언주 편집/취재부장

올해가 미주 한인 100주년이라고 떠들썩하다. 그러나 우리는 아틀란타 30년을 이야기하고 싶다. 뷰포드 한인타운이 생긴지도 20년이 됐다. 그런데 한인사회라고 하지만 정말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한인회장들도 주류사회 진출한다 공약을 내세우지만 감당하지 못한다. 그 만큼 한인사회의 역량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제 지나간 30년을 돌이켜 보고 현재의 문제점이 무엇인가 지적해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과 대안과 비전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교계와 한인회와의 관계도 매끄럽지 못한데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편집자 주>
-사회: 먼저 지난 30년을 회고해보자. 맨처음 이민자 그룹이 어떻게 형성됐나. 올림픽 이전과 이후 엄청나게 많이 달라졌다. 언제부터 한인사회가 커지게 됐나.

▲ 김선희: 당시 한인들은 의사·교수 등 프로패셔널한 직업인들과 유학생이 대부분이었다. 69년 한인회 모임을 해도 만나는 사람들의 지식·경제적 수준 이 비슷해서 융화가 잘 됐다. 당시 한인이 2천∼3천명에 불과했다. 지난 70년초 이민자 그룹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계층이 생겼다고 본다.

▲ 이석희: 지난 80년까지는 그러한 사람들로 구성됐고, 96년 아틀란타 올림픽을 전후로 타주에서 아틀란타로 이주해온 한인들이 40% 정도 됐다. 그 이후 한인인구가 급팽창하면서 2만∼3만명 정도 됐다. 이전에는 문화·교육수준이 엇비슷해 큰 문제가 없었는데 타주에서 온 이주자들의 증가로 인해 살아온 배경이나 토양이 다르기 때문에 갭(gap)이 생겼다. 이 때 자신들에 맞는 단체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 은종국: 아틀란타 유입인구가 늘어난 것은 LA 폭동의 영향도 있었다. 바로 리로케이션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초창기 정착자들이 아직까지 한인사회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분들이 한인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으니까 이제까지 이어 온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 올해가 한인 이민 100주년이고 아틀란타도 30년이 됐다. 뷰포드 한인타운이 생긴지도 20년이 됐으나 한인사회에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한인사회 역량이 부족한 느낌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동남부에 20만명이 몰려있고, 매트로 아틀란타만 해도 7만명인데 우리 한인들이 주류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미국 문화권에 들어가 살고 있는지, 아니면 진입조차 못하고 있는 것인지 현 상태를 진단하면.
▲ 김선희: 우리 1세들은 언어장애로 주류사회와 의사소통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나 하와이의 경우 한인봉사센터의 이사회는 모두 1.5세나 2세들로 이뤄져있다. 이민역사가 길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다. 결국 아틀란타도 지금 20, 30대가 주류인 1.5세들이 앞으로 40, 50대가 되면 한인회 모임을 영어로 진행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크게 우려할 바가 아니다.
▲ 은종국: 이제 한인들이 경제적으로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은 틀림없다. 경제적으로 안정단계라고 본다. 문제는 정치력이고 이를 키우는 것이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 한인사회의 힘을 결집할 시스템이 나와야 해결이 가능한데 아쉽다. 그런 차원에서 한인회와 교계의 대표성을 가진 지도자들이 화합해서 공동목표를 추구해볼 수 있느냐는 것이 무엇 보다 중요하다.
▲이석희: 교계도 한인사회의 일부다. 한인회장을 할 당시 교계하고 한인회가 하나가 되는 것이 한인사회가 발전하고 화합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사랑의 바자회다. 그 당시 50여개 교회가 참여해 한인사회의 한 목소리를 만들었다. 이름은 달라도 한인사회가 하나로 통합될 수 있었는데 이런 것이 왜 오늘날에는 단절됐는지 모르겠다.
-사회: 한인사회의 화합이 중요하다. 여러 분야에서 정체상태에 있는 한인사회의 문제가 무엇이라 보는가. 또한 화합하지 못하고 비토세력이 많다. 단체장들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단체장 몇몇 사람이 돌아가면서 한인회를 맡고 있고 1.5세나 2세들에게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월드컵 때 보았듯 한인들은 단합을 잘 한다. 단합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왜 만들지 않나.
▲ 이석희: 무엇보다 개인 이기주의와 단체 이기주의가 문제다. 단체가 많지만 한인회가 이런 그룹을 리드해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 여러 지식인들이 한인회에 참여해야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관심 결여로 지금은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조직력 강화로 일을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줘야 하고 이를 통해 한인회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부각시켜야 한다. 다음으로는 여론 주도세력이 한인회가 커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1.5세가 1세와 2세의 다리역할을 할 수 있는 단계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화합의 장으로 나가야 한다. 예를 들면 조지아텍 한인학생들이 매주 일요일 중·고교생들을 한인회관에 모아놓고 공부도 하고 한인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는 좋은 선례가 있다.
“한인들, 경제적 안정 기반으로 정치력 키워야 할 때”
“2세들과 주기적인 대화 필요… 서로의 가치 존중해야”
- 사회: 현재 한인사회에는 1.5세나 2세들의 그룹이 없다. 한인사회에 문제가 생기면 1세들이 커뮤니케이션 문제 때문에 매끄럽게 주류사회와 연결이 안된다. 결국 1.5세나 2세들이 나서야 하는데 한인사회에서는 그러한 영 리더(young leader)그룹이 없다.
▲ 김선희: 영 리더그룹 생기는 추세가 보인다. 1세 단체장들이 해야 할 것은 1.5세들에게도 자신들의 단체 산하로만 생각하지 말고 같은 수준으로 대해줘야 한다.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하기 보단 대화를 해야 한다. 조지아텍도 있고, KAPA(Korean American Professional Association) 등 영 리더그룹들이 생기는 등 뭔가 일을 하려는 분위기다. 앞으로 그런 단체들이 자꾸만 생길 것이다. 1세대들은 2세들에 대해 위압적인 자세를 버려야 한다.

▲ 박완수: 한인봉사 센터 내에는 프로패셔널한 직업을 가진 2세들이 많다. 또한 KAPA 등 2세들과 모임을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효과적으로 방법도 있다. 물론 1세들과 미국 문화권에서 성장한 2세들이 상당한 의견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차이도 결국은 대화를 통해서 서로 이해할 수 있고 서로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이석희: 교회내 유스(youth) 그룹이 한인사회에 참여하는 길이다. 이들을 조직화해서 한인이라는 민족 정체성을 갖고 한인회에 들어가야 한다. 유스그룹이 활동하는 것이 아직 표면화되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이 한인사회를 활성화시켜 고무적으로 일을 만들어줄 때 의욕이 생긴다. 1세 단체장들이 대학생 지도자들과 토론의 장을 마련해 한인사회의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서 기본방향이 설정될 때 여론그룹이 형성되고 일할 사람들이 모인다.
▲ 은종국: 1세들의 멘탈리티가 바뀌어야 한다. 리더들의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물론 이런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바뀐다. 교계에서는 1세대 목사들이 물러나고 있다. 그런 것을 봤을 때 한인사회의 장래성이 있다. 한인들의 가장 취약한 점은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먹고 사는데 너무 바쁜 것 같다.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도 시스템이 없다. 주먹구구식이다. 유스그룹이나 2세들이 가진 시스템이나 조직력을 1세들이 잘 이용해야 한다. 그런 것이 바뀌어나가면 한인사회가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 사회: 어느 봉사자 한 사람의 이야기다. 한인사회는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한다. 항상 아웃사이더로 만들고 소수의견을 무시한다. 소수의견을 낸 사람에 대해 생각도 안하고 소수그룹이나 1.5세들을 배척한다. 파워그룹에서 배제돼 있다.
▲은종국: 한인사회 다양성은 인구가 늘어나고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된다. 단체들은 필요하니까 생긴거다. 문제는 서로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서로 협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
-사회: 아틀란타 한인사회가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며 통합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교계와 한인회 사이에 채널이 없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교계와 한인사회 의 협력 없이 미래 없다. 어떻게 상호 연계할 수 있나.
▲ 은종국: 한인사회와 교계를 조화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상설 소 위원회같은 것을 만들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한인사회를 대표한 기관은 뭐니뭐니 해도 한인회가 돼야 한다. 아틀란타에는 교회가 2백개가 있는데 모두 교회협의회 안으로 들어와 있다. 한인회장과 교회협의회장이 만나 고민하면 아이디어가 나올 것도 같다.
“한인 하나하나가 건강할 때 건강한 한인사회 정착될 것”
“2세들, 개인을 떠나 사회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길러야”
“한인사회·교회 안팎에서 나누고 섬기는 정신 필요”
-사회: 아틀란타 인구가 7만명이다. 거대 한인사회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틀란타를 통칭하는 반듯한 문화가 없다. 1.5세나 2세들이 갈만한 곳이 없다. 환경조성이 시급하다고 본다. 건전한 놀이문화가 없다. 저질문화가 사회 곳곳에 번지고 고착화 되기 전에 사회 각계에서 좋은 문화를 조성하려는 시도가 절실하다.
▲ 은종국: 한인회관 체육관을 보수해서 놀이공간을 만들어주면 스트레스를 풀고 할수 있어 좋을 것이다. 어른들이 관심을 쏟아야 한다. 그런 공간을 수용할 능력 있는 교회가 없다. 200개 교회에 체육관이 딸린 곳이 거의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인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대형교회가 하나쯤은 나와야 한다고 본다.
▲박완수: 한인회 회비도 냈고 나도 회원이다. 하지만 한인회 일하는 사람과 접촉할 기회도 없었다. 한인회가 진정 한인사회를 대표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이러니 소속감을 갖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앞으로 30년이 지나면서 한인회가 명실상부한 한인사회 대표기관이 되려면 그 구성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다른 소수계 인종들과 교류가 없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그들로부터 코리언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석희: 팩(정치참여위원회)이라는 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1.5세, 2세도 참여하고 우리들의 동량들을 길러서 주류사회에서 최고로 키울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인사회도 서로 인정하고 존경해야 신뢰가 생긴다. 신뢰가 없는 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사회: 리더십이 중요하다. 지난해 6월 월드컵을 보면서 지도자가 바뀌니까 저렇게 잘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건강한 한인사회의 기본조건은 무엇인가.
▲은종국: 교회내 훌륭한 분들이 많다. 봉사에 열심인 그분들이 교회 밖으로는 잘 나오지 않는다. 한인사회를 업그레이드 시키자는 말이 유행하는데 정말 필요한 시점이다. 기독교적인 신앙관에서 보면 한인사회 리더를 떠나서 교회 밖에서도 서로 나누고 섬김의 정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이웃되기 운동’같은 것이 좋은 사례다.
▲박완수: 사회 구성원들 하나 하나가 건강해야 한다. 정서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사업상 너무 바빠 자녀들과도 시간을 못 갖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퀄리티(quality) 타임을 가져야 한다. 즉, 삶의 질이 중요하다. 일만 하다 보면 생활에 지쳐 육체와 정신이 탈진(burn out)상태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석희: 생활철학이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철학과 사명감도 있어야 한다. 우리가 지난 30년간 경제적인 부를 축적했다면 앞으로 30년은 퀄리티가 있는 사회로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예컨대 독서회 같은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 것인가 하고 한번쯤 생각할 때 한인사회가 삶의 질이 향상되고 개인의 삶이 향상되면서 한인사회도 건강해진다. 한인단체들이 먹고 마시는 친목에서 벗어나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사회: 정치, 경제, 문화적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한인사회가 30년을 딛고 웅비해야 하는데 앞으로 30년, 한인사회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곳은, 또 후세들에게 만들어줘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이석희: 인재 풀을 양성할 수 있는 공적자금이 없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최고가 되면 본인들 적성에 맞아야 하고 그 직업을 통해 보람을 느끼면 된다.
▲ 박완수: 프로패셔널 직업에 종사하면서 어떤 분야가 됐던지 성공하고, 한인사회 발전과 정치력 신장, 공익을 위한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개인을 떠나 사회를 생각해야 지도자가 된다. “돈 빨리 벌어라"라고 자녀들을 교육시킬 것이 아니라 미국사회에 헌신하는 지도자가 되도록 뒷바라지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인사회에서 그러한 소양들이 길러저야 한다.
▲은종국: 아틀란타에 7만명 살고 있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오너십(ownership)을 찾아야 한다. 1세대 한인들이 미국의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우리 자녀들이 따라오게 된다.
/정리: 김상국 기자 koreatime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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