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우리아이들…어떻게 기를까
■신문 읽기 1
다음은 필자의 학생들(대부분 현직 교사들)의 질문이다,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책을 사주는데 사주는 것만으로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그저 자녀들이 열심히 읽어주기를 원할 뿐이지요.” 질문이라기보다는 코멘트였다.
“맞아요!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저 자신이 교사이면서도 우리 아이에겐 좋은 책을 사주고 아이 스스로가 알아서 그저 읽어주기를 바라죠! 아이가 어렸을 때는 읽어주기도 하고, 또 가끔은 토론도 하고 했지만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읽어주고 싶어도 싫어하니 그럴 수도 없고…”
“읽어 주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저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시간도 별로 없습니다. 내가 사준 책들을 우리 아이가 하도 안 읽어서 할 수 없이 네가 읽고 싶은 책을 네 마음대로 골라 읽으라고 도서관에 데리고 가면, 책은 많이 빌려오는데 거의 다 흥미본위의 책들입니다. 흥미본위의 책들은 물론 명작보다는 못하겠지만 안 읽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요?” 중학교 선생님의 질문이다.
흥미본위의 책들이 반드시 그 내용이 나쁘다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고려해 봐야겠다.
1. 어휘력-흥미본위의 책들은 대부분이 한정된 어휘력으로 글이 쓰여져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이 칼럼을 통해 언급한 바가 있듯이 단어란 우리가 과거에 영어단어를 배울 때 같이 사전을 찾아서 배우게 되는 것이 아니다. 단어란 읽는 과정에서 7~42번 가량 자꾸 접함으로써 자기도 모르게 자연히 자신에게 스며들어 배우게 된다.
명작에 나오는 단어가 비록 처음에는 모르는 단어라 할지라도 이런 단어들을 7~42번 가량 접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자기 것이 되어 버린다. 이런 단어들을 자꾸 접할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흥미본위의 책은 한정된 단어가 그저 반복이 되는 것에 불과하다. 제자리걸음이어서 어휘력이 늘지 않는다.
2. 생각의 깊이와 폭(넓이)-책을 읽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학생들이 책을 읽음으로써 생각이 발달되는 것이다. 즉 그들의 생각에 깊이가 생기고, 그들의 생각에 폭이 넓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누가 미국 교육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교육자라면 누구나 서슴지 않고 “생각의 깊이와 폭이 있는 인간으로 교육시키는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to make our students to be critical thinkers.)
이와 반대로 흥미본위의 책들은 대부분이 재미를 위주로 삼은 관계로 인간의 두뇌발달의 가장 초보적인 기억력만 갖고도 충분하다.
그뿐이 아니다. 재미없는 것을 외우기는 힘들다. 때문에 명작을 읽어야 우리의 기억력 발달에 도모가 된다. 흔히 우리들이 어려서 학교에서 주입식 교육으로 덮어놓고 외우게 한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라고 묻는 분들이 많다.
물론 맞는 말이다. 시간만 좀 지나면 다 잊는 것을! 그러나 필자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본다. 재미없는 것을 외울 때는 비록 금방 잊는 한이 있더라도 그 외우는 과정에서 인간의 기억력은 발달되고 그 결과 우리의 기억력이 커진다.
그와 반대로 재미있는 것을 외우는 것은 아무런 노력이 요구되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기억력 발달에 별 도움이 안 된다. 텔리비전을 본다든지,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평상시 늘 자기 물건을 잘 흘리고 다니는 학생이 갑자기 자기 여자친구 전화 번호를 기억한다고 그 학생의 기억력이 상승됐다고 보겠는가! 결과적으로 흥미본위의 책은 생각의 깊이가 생기거나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데는 별 도움이 못된다.
책 읽기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그 중에서 한가지가 흥미본위의 책이나 신문(tabloid), 잡지 등을 읽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것은 글을 읽을 줄만 알면(reading skills) 자연적으로 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읽기 종류에 속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다음의 여러 가지는 읽는 법을 배워야 읽을 수가 있다. 우리가 악보를 읽을 수 있다고 누구나 피아노를 칠 수 없는 것과 같다.
1. 신문 읽기
신문 읽기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분야도 없으리라고 본다. 오해의 가장 큰 원인은 신문은 글만 읽을 줄 알면 누구나 쉽게 아무 훈련 없이도 읽을 줄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읽는 것이 훈련받은 신문 읽기일까?
A. 훈련된 신문 읽기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신문을 제대로 읽으려면 2가지의 기술(skills)이 필요하다고 본다.
(1) 신문을 전체적으로 읽을 줄 아는 능력
(2) 제목(Headline)에 따르는 이야기를 개별적으로 따로 읽기
B. 어떻게 신문을 읽을 것인가?
(1) 제목(Headline)
헤드라인은 읽는 것이 아니고 스키밍(skimming)을 해야 한다. 스키밍이란 일종의 훑어 읽는 것으로 읽기보다는 몇 초에 걸쳐서 우선 훑어보는 것이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신문을 받아 펼쳐들자마자 우선 첫 페이지부터 시작하여 적어도 4~5페이지 정도를 대충 훑어보는 것이다.
이렇게 한꺼번에 스키밍을 하는 목적은 신문을 읽는다기보다는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한눈에 담아보는 것이다. 일단 세상을 한눈에 담은 후에는, 각가지 일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성이 있나를 파악해 보는 것이다.
예: 2002년, 9월11일에 발생했던 뉴스를 읽는다고 생각하자.
Twin Towers의 사건-어처구니없는 테러의 행동, …이것이 과연 그저 몇몇 개인들의 행동인가? 종교적인 문제인가? 정치적인 문제인가? 후세인과는 무슨 관련이 있나? 그 많은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 이 모든 일들이 과연 무엇을 말하나? 우선… 변화, 문자 그대로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미국만 아니라 딴 나라에도 변화가 오는 것은 사실이다. 국내적으로는 물론, 국외로도 큰 변화를 일으킬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어떤 변화를 초래할 것인가? 얼마나 빨리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 이 모든 변화는 어떤 목적을 위하여 이루어질 것인가? 이런 답은 찾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여야 할 것이다.
(a) 이 모든 일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
(b) 테러와 후세인과는 무슨 관련이 있나?
(c) 만일 있다면, 과연 무슨 관련이 있나?
(d) 이 사건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렇게 신문을 읽기 전에 다만 몇 초, 혹은 몇 분만 걸려서 헤드라인을 스키밍하면 자연적으로 위의 예문같이 질문을 만들어 읽게 된다. 이런 질문은 물론 한꺼번에 머리에 떠오를 수도 있고 또 가끔은 읽어 가면서 떠오르기도 한다.
전정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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