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유러피언 미니멀리즘과 오리엔탈 앤틱
서로 다른 컨셉 어우러져 자연스런 세련미 추구
해가 바뀌니 답답한 집안 분위기를 확 바꿔보고 싶다. 기분까지 밝아지도록 뭔가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은데, 막상 손을 대려니 자신이 없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꾸며야할 지, 무엇을 두고 무엇을 버려야할 지, 또 이왕 돈들일 것이면 군데군데 조금씩 업데이트하면서 오래도록 즐길 수 있게 꾸미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요즘 인테리어 경향은 어떻게 가고 있을까. 베벌리힐스의 고가구 실내장식 전문가 에린 최씨(‘Red Gate’ 대표)를 만나 최근의 인테리어 이야기도 듣고 최씨가 직접 단장한 가수 폴 앵카의 집 등 최근 몇 년 사이의 프로젝트를 둘러봤다.
에린 최씨에 따르면 최근 인테리어의 흐름은 ‘1950년대 유러피언 미니멀리즘과 오리엔탈 앤틱의 조화’다.
‘넓고 환한 마루와 흰색 회벽, 심플한 선의 단색 스웨디시 소파와 체어들 사이로 차이니스 앤틱 테이블이 덩그마니 놓인 리빙룸’이나 ‘프렌치 컨트리 풍 캐비닛, 모던한 유리 카운터와 세면대, 빨간 카펫이 깔린 바닥의 대각선 뒤로는 검정색 중국 체어 하나가 오똑 놓여 있는 배스룸’. 듣고 있자니 조화는커녕 머릿속에서 전혀 생뚱한 그림이 그려진다.
“서로 다른 컨셉들이 한데 어우러져 내는 자연스런 세련미를 추구하는 것이 최근의 하이 엔드 트렌드”라는 최씨의 재차 설명을 들었지만 꾸민 집을 방문해 직접 눈으로 보기까지는 이해가 힘들었다.
예를 들면 쿠션이 거의 없는 각진 소파와 모던한 유리 커피 테이블, 갤러리 같은 다소 딱딱한 느낌의 리빙룸 한쪽을 동양 병풍이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 감잎차 한잔과 책 한권 손에 쥐면 몇 시간이고 푹 빠질 것만 같은 분위기다.
또 검정색 심플 프레임의 로우 베드, 각진 다크 우드 체어 하나가 비스듬히 놓여진 베드룸을 솔리드한 직육면체 사이드 테이블 위의 청자 램프가 은은히 밝히고 있다. 어디선가 풍경소리라도 들려와 지친 마음을 달래줄 것 같은 잘 정리돼 차가운 듯 깨끗하면서 편안한 느낌의 실내장식이다.
“고가구나 골동품을 좋아한다고 해서 무조건 늘어놓으면 귀신 소굴이 되지요. 또 딱딱한 선의 가구로만 채우면 그 안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안 들어요. 가구 하나, 소품 하나가 꼭 있어야 할 곳에 포인트로 놓여야 제 맛을 냅니다”.
최씨에 따르면 인테리어는 유행에 매우 민감한 분야여서 안테나를 꼿꼿이 세우지 않으면 눈 깜짝할 새 키워드를 놓쳐버린다.
오리엔탈이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은 벌써 몇 년 됐지만 르네상스 가구에 오리엔탈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었던 2∼3년 전과는 달리 지난해는 화려한 것을 배제하고 심플한 50∼60년대 선을 사용했다고 설명한다.
폴 앵카의 집은 2001년도에 4∼5개월 동안 작업한 것. 설명대로 편안한 느낌의 가구에 요소마다 배치된 중국 골동품들이 눈길을 끈다.
‘예쁜 여자’보다는 ‘예쁘다고 하긴 뭐해도 분위기 있는 여자’가 더 매력있는 법.
최씨는 각자 가진 취향과 분위기에 맞춰 질리지 않도록 구석구석 매력을 살려야 집주인 스스로 오래도록 애정을 가지고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메이컵을 할 때도 기초가 중요한 것처럼 인테리어도 우선적으로 건물의 외형을 확인하고 창이 어디로 나 있는 지 등의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
그 다음 벽과 바닥, 필요에 따라 드레퍼리를 선택하는 것이 순서.
앞으로의 인테리어 동향에 대해선 “지난해 유행한 색상은 단연 오렌지”라며 “올해도 크게 뒤바뀔 것 같진 않지만 구체적인 인테리어 전망은 3월쯤 가봐야 확실한 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글 김상경 기자·사진 홍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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