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색이 다양하다
연두빛서 양주같이 투명한 옅은색까지
드라이한 맛부터 시럽같이 진한 것도백포도주에도 여러 종류의 색이 있다. 소비뇽 블랑처럼 약간 연두빛을 띤 와인이 있는가 하면, 무스카데와 앙주처럼 거의 투명해 보일 정도로 옅은 색이 있고, 소테른이나 헝가리의 토카이처럼 황금빛이 찬란한 디저트 와인도 있다.
백포도주에는 또한 과일향이 향기로우면서 단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은 드라이한 와인부터, 시럽을 마시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단 맛이 진한 와인까지 여러 종류가 있다.
보통 와인을 처음 마시는 초보자에게는 적포도주에 포함된 떨떠름한 태닌 맛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므로 백포도주를 많이 권한다.
백포도주 중에서도 약간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리즐링이나 게부르츠트라미너 등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좀 더 용기가 생기고 여유가 있다면, 모스카토 (영어로는 머스캣), 소테른, 토카이, 아이스바인 등의 디저트 와인을 꼭 한번 마셔보기를 권한다. 일부러 포도에 곰팡이가 피길 기다렸다가 뒤늦게 수확한 포도, 찬 서리가 내려서 포도가 살짝 얼기를 기다렸다가 수확한 포도로 만든 디저트 와인은 희귀성으로 인해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인생은 한번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에 소테른을 마셔야한다”는 프랑스 사람들 말처럼 오랫동안 잊을 수 없는 훌륭한 경험이 될 것이다.
■샤도네 Chardonnay
세계 각지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포도 품종 중 하나이며, 와인으로 만들어졌을 때 가장 많이 팔리는 품종이기도 하다. 샤도네로 만들어진 와인은 부드럽고 버터와 바닐라 향을 함유하고 있으며, 파란 사과와 레몬, 파인애플 맛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오크나무 통 속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숙성되었는가에 따라 맛이 많이 변하고, 미국처럼 오크통 숙성을 많이 해서 생산하는 와인일 경우 크림맛이 더 부각되고 오크나무 향과 토스트 향이 매우 강하게 날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 칠레, 캘리포니아, 호주, 불란서 등 세계 곳곳에서 재배되고 와인으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특히 불란서에서는 부르고뉴 지방에서 샤블리(Chablis) 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샴페인에도 사용된다
■소비뇽 블랑 Sauvignon Blanc
소비뇽 블랑은 샤도네와 함께 세계 백포도주의 두 축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샤도네가 부드러운 버터향의 강한 맛으로 표현된다면, 소비뇽 블랑은 허브향의 깨끗하고 생동적인 맛으로 표현될 수 있다. 어떤 와인 전문가는 샤도네를 정상에 올라선 농염한 여배우에, 그리고 소비뇽 블랑을 신선하고 재기 발랄한 여배우에 비교해서 표현하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소비뇽 블랑은 불란서 루아르(Loire) 밸리이며 이 곳에서 만들어지는 상세르 (Sancerre)와 푸이-푸메(Pouilly-Fume)는 최상의 백포도주로 꼽힌다. 불란서 보르도 지방에서 생산되는 백포도주는 거의 다 소비뇽 블랑과 세미용 (Semillon)을 섞은 것이다.
요즘에는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이 매우 인기있으며, 캘리포니아에서는 로버트 몬다비를 선두로 소비뇽 블랑이 푸메 블랑 (Fume Blanc)으로 표기되기도 한다.
■셰닌 블랑 Chenin Blanc
셰닌 블랑은 배, 멜론, 살구, 빨간 사과, 복숭아 등의 향이 나며 약간 달게 느껴질 때도 있는 풍부한 맛의 백포도주이다. 가장 유명한 셰닌 블랑 재배지로는 불란서의 루아르(Loire) 밸리가 꼽히며, 특히 부브레이(Vouvray), 소뮈르 (Saumur), 앙주(Anjou) 등의 칭호가 셰닌 블랑으로 빚은 와인의 명산지로 잘 알려져 있다.
셰닌 블랑은 신맛과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약간 달게 와인으로 제조되기도 하는데, 사실 셰닌 블랑을 마셔보면 매우 드라이한 와인부터 매우 단 맛의 와인까지 많은 종류의 와인이 만들어진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도 셰닌 블랑은 많이 제배되며, 캘리포니아 셰닌 블랑도 쉽게 마실 수 있는 부담없는 백포도주이다.
■세미용 Semillon
세미용 포도 껍질은 매우 얇아서, 재배가 조금만 늦어도 쉽게 곰팡이가 핀다. 곰팡이가 피어서 포도 껍질에 구멍이 나면 포도알이 마르면서 당분은 그대로 남게된다. 그래서 디저트 와인의 황제라 일컬어지는 소테른 와인은 주원료가 세미용인데, 여기에 약간의 소비뇽 블랑을 섞어서 만들게 된다. 보르도에서 만들어지는 드라이한 백포도주도 주원료는 역시 세미용이다.
호주에서는 세미용만으로도 백포도주를 만들고, 샤도네와 섞거나 소비뇽 블랑과 섞어서도 만든다.
서로 정 반대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면서 소비뇽 블랑과 세미용은 서로 합쳐졌을 때 매우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리즐링 Riesling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독일과 오스트리아, 그리고 독일 인접한 불란서의 알자스 지방이 주 재배지이며, 미국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지만 세계 곳곳에서 가장 독특한 맛과 우아한 품격을 지닌 와인으로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언뜻 보기엔 셰닌 블랑과 비슷한 맛과 향기를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셰닌 블랑처럼 풍부한 맛이 아닌 좀 더 엘레강트하고 가벼운 맛이다.
특히 샤도네로 빚어진 와인의 평균 알콜 농도가 13%인 것에 비하면, 8% 정도의 알콜 농도로도 빚어지는 리즐링은 훨씬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으로 꼽힌다.
곰팡이가 필 때까지 기다렸다가 늦게 포도를 재배해서 만드는 리즐링일 경우, 무어라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훌륭한 디저트 와인이 된다.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리즐링은 약간 단 맛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차갑게 하여 피크닉용 와인으로 마시기에 적당하다. 강한 신맛과 과일 주스 맛, 그리고 낮은 알콜 함량은 매우 델리키트하며 투명하고 가벼운 맛의 조화를 이룬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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