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돌볼 것 많은 초·중·고교생 세 남매, 그 뒷바라지만도 쉬운 일은 아닌데, 하물며 직장일 똑 부러지게 하면서 세 남매를 ‘A 스튜던트’로 키우는 엄마는 도대체 어떤 비결을 갖고 있는 걸까. LA카운티보건소에서 풀타임 너스 프랙티셔너(nurse practitioner)로 일하는 레지나 임(41·상숙)씨는 부동산 에이전트인 남편 케빈 임(44·성길)씨와 함께 9학년, 6학년, 5학년 세 남매를 알차게 키우기로 이름나 있다. “다른 엄마들에 비해 특별히 하는 것도 없는데...”라며 시작한 임씨의 설명은 언뜻 들으면 정말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되짚어 물을수록 왜 다른 엄마들이 ‘똑 소리나는 자녀양육’하면 임씨를 꼽아 소개하는지 끄덕여진다.
앤드류(희종·9학년), 대니얼(희성·6학년), 크리스티나(신양·5학년) 세 남매는 학업이나 일상 생활 전반에 걸쳐 A학점 짜리들. 학업성적은 늘 상위권이면서 우수하다는 또래 아이들이 많이 그렇듯 지나친 경쟁심으로 상처받는 일 없고, 부족한 점을 지적하면 금방 인정해 적극적으로 극복하는 성숙한 태도를 갖고 있다. 또 어려움이 닥치면 가족들과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문제를 속결하는 신뢰할 줄 아는 마음과 지혜도 지녔다는 것이 임씨의 자랑. “지금까지는 그래준 것이 감사할 뿐”이라는 임씨의 하루 일과와 학습지도, 방학나기 등 알찬 자녀양육 경험담을 들어봤다.
■하루일과
▲오전-아침식사는 반드시, 그것도 후닥닥 속성으로가 아닌 계란에 소시지나 베이컨을 곁들인 프렌치 토스트 또는 팬케익으로 제대로 갖춰 먹어야 하는 가족들 때문에 레지나 임씨의 기상시간은 오전 6시다.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자신의 것을 포함한 4개의 도시락을 싸서 현관 앞에 나란히 정렬해 놓은 다음 6시45분에 가족들을 깨운다.
아이들이 아빠와 식사하는 동안 출근 준비를 하고 7시15분에 큰아들 앤드류만 태워 글렌데일 집을 떠나면 다운타운에 있는 로욜라 고교 등교시간인 7시50분까지 충분히 차를 댄다.
아들을 내려주고 병원에 도착하면 8시, 엄마와 아내로서의 겉옷을 벗어 걸고 대신 가운을 꺼내 갈아입으면 산부인과 너스 프랙티셔너의 하루가 시작된다.
그 동안 집에서는 출퇴근 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운 아빠의 감독아래 대니얼과 크리스티나의 아침 성경읽기와 피아노 연습이 진행되고 8시 정각에 집을 나서 두 아이가 다니는 글렌데일의 세일럼 루터란 스쿨에 8시15분까지 내려주면 아빠의 하루 임무는 끝. 퇴근 후 아이들 픽업부터 저녁식사준비, 숙제검사 등 나머지는 고스란히 엄마의 몫이지만 “아빠가 두 아이의 아침공부와 등교를 맡아주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인지 모른다”며 은근히 남편을 세워준다.
▲오후-보건소 퇴근시간은 오후 4시30분. 세 남매 모두 3시에 수업이 끝나므로 방과후 한 두 시간 공백이 있지만 고교생인 앤드류는 학교 도서관에서 4시40분까지 스스로 숙제와 예습을, 대니얼과 크리스티나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데이케어에 남아 5시까지 선생님 지도아래 놀이와 숙제를 하도록 조정했다.
아이들 셋을 픽업해 집에 돌아오면 얼추 5시 반, 마켓까지 들르는 날이면 6시다. 7시 반에 시작되는 저녁식사 전까지 아이들은 학교에서 미처 끝내지 못한 숙제를 모두 마친 후 7학년이 될 때까지는 엄마의 빈틈없는 숙제검사를 거친다.
귀가 전 숙제를 모두 끝낸 아이는 컴퓨터를 하거나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지만 주중엔 TV도, 컴퓨터 게임도 절대 엄금이다. 저녁식사 때부터 시작되는 온 가족 독서 및 대화시간은 아이들 취침시간 10시30분까지 이어지고 뒷정리와 내일의 준비를 마친 후 레지나 임씨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밤 12시.
일년 열 두달 학기중이나 방학중에도 이 타임테이블은 변함없이 적용된다. 단 방학땐 여행 스케줄이 첨가되거나 평소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학원이나 캠프 등 다른 프로그램으로 바뀔 뿐.
■학습지도
“공부를 강요하진 않지만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만큼은 정확히, 또 성실히 마치도록 합니다”.
임씨는 아이가 알아야 할 학습내용은 학교에서 과목 담당교사들이 내준 숙제에 다 들어 있다고 강조한다. 공부는 숙제 외에 더 시키면 오히려 이도 저도 모두 소홀하게 되고 아이들도 힘에 부쳐 역효과라는 설명이다.
또 어릴 땐 본인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조차도 모를 수 있으므로 꼼꼼한 숙제점검이 학습지도에 필수라고 덧붙였다.
임씨는 앤드류가 7학년 때까지 매일 숙제검사를 꼼꼼히 해줬고 지금은 둘째, 셋째의 수학숙제를 문제마다 일일이 풀어 검산하고 에세이는 제목부터 마침까지 빼놓지 않고 정독해 틀린 부분을 찾아 준다.
“앤드류는 7학년말쯤 되니 검사할 필요 없이 척척해 내 그 때부터 스스로 숙제를 책임지고 동생들의 숙제지도도 맡겼어요. 하지만 아이마다 다르더군요. 대니얼은 처음 배우는 속도가 제 형보다 느린 편이지만 원리를 한번 터득하면 응용력과 끈기가 뛰어나고 셋째는 오빠들에 비해 뭐든 빠르게 배우지만 진득하게 집중하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아요”라고 평가한다.
임씨가 방과후 데이케어와 방학생활 중 가장 신경 쓰는 부분도 학습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 선정.
이를 위해선 평소 찬찬히 관찰하면서 아이의 재능이나 각자의 학습태도 및 특성을 철저히 파악해 두어야 하는데 숙제는 이를 가늠하기에 더없이 좋은 도구란다.
■독서·컴퓨터 교육
임씨네 온 식구는 틈만 나면 책을 붙잡는 책벌레들이다. 좋아하는 책을 만나면 두고두고 되 읽기 때문에 빌려 보기 보다 구입해 보관하므로 일주일에 최소 한번은 가족 모두 서점에 들른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권하는 필독도서는 모두 섭렵한지 이미 오래고 형과 오빠 수준의 책이나 새로 나온 책들도 나오는 족족 읽어 치운다.
어릴 때 따로 책을 읽어주거나 독서를 강조하진 않았는데 워낙 아빠와 엄마가 책읽기를 좋아하다 보니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길들여진 것 같다는 것이 임씨 부부의 추측. 임씨네 모든 상은 책 선물 받기, 벌은 그 주간 책 구입 권한 박탈이다.
집 안 책장을 빼곡이 채우고도 모자라 읽고 싸둔 책이 수십 박스에 이를 정도지만 책을 빌리거나 몇 시간씩 머무르며 책을 읽고자 도서관에 가는 일은 없다. “도서관에 가면 아이들이 인터넷을 자유로이 접할 수 있는데 사이트 통제가 집처럼 철저하지 않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집에서는 다섯 식구 각자의 인터넷 패스워드를 만들어 접속할 수 있는 사이트 범위를 제한하는 등 통제를 ‘삼엄히’ 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방학나기
임씨네 가족은 방학마다 휴가를 쪼개 가족여행을 다녀온다. 세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내는 덕분에 매번 자동차로 하는 알뜰 여행을 선택하는데 자동차 여행은 오가는 시간이 넉넉해 가족 모두가 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나눌 수 있어 일부러라도 한단다.
여름엔 캘리포니아 곳곳의 해변과 산, 겨울엔 스키장에서 일주일 정도 신나게 보내고 나면 특히 겨울방학은 명절 지내느라 오히려 짧아 아쉬울 지경.
시간이 긴 여름방학은 아무래도 학기중과 비슷한 스케줄로 생활하게 된다. 지난 여름 앤드류는 2주간 동부 명문대 탐방을 다녀온 후 가을부터 다니게 될 로욜라고교 서머스쿨에 등록, 고교 프로젝트 수준에 맞춰 타이핑과 컴퓨터를 익혔다.
서머스쿨에서 내주는 숙제도 만만치 않아 평소처럼 오전 8시에 등교해 12시까지 수업 받고 점심에 엄마 직장으로 옮겨온 후 내내 숙제와 씨름했다.
앤드류가 동부 여행을 하는 동안 나머지 가족은 이모가 사는 리노를 방문한 후 대니얼과 크리스티나는 평소 수업시간 대로 오전 8시∼오후 3시까지 동네 사설학원에서 다음 학기 수업준비에 임했다. 또 각자가 원하는 대로 댄싱과 미술, 기타레슨을 받고 나면 어느새 엄마가 픽업 오는 시간.
평소와 공부내용이 다르고 노는 시간이 좀더 많지만 임씨가 아침에 도시락 싸서 각 장소에 내려놓고 저녁에 데려와 하루를 정리·점검하는 시간대는 변함없다.
하지만 “아이들이 프로그램에 대해 조금이라도 불만스러워 하거나 지루해 하면 바로 조정을 하고 매일 숙제를 함께 보면서 각자의 관심이 어떻게 변하는가 살펴보는 것이 알찬 방학 보내기의 열쇠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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