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습관으로부터 떠나 모험심과 용기 가득한 청춘의 마음으로 또 새롭게 일어서야 하는 새해를 맞았다. 365일만에 매해 맞는 새해지만 항상 이맘때면 낯설고 조금은 두렵다. 테크놀러지는 너무 빨리 변하고 상품은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고 천은 멀쩡한데도 그리고 작년까지만 해도 보아란 듯이 입고 다녔는데도 올해는 왠지 어색하고 안 어울리는 옷가지들. 유행이라는 단어도 살면 살수록 생소하다. 그냥 편한 대로 내 마음대로 살면 안되나? 그러나 그건 꿈이거나 이상일 수는 있어도 현실은 아니다. 그래서 매스컴들은 이맘때면 묵은해와 함께 지고 새해와 함께 뜨는 상품, 유행, 트렌드를 소개하고 있다.
2003년 소비자 지출은 3% 정도만 늘어날 전망이다. 이것저것 덤벙대며 많이 살 형편이 아니라는 소리다. 주머니 사정으로 살 수 있는 가짓수가 줄어드니 자연히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유행 지난 것, 한물간 것을 고르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의 결의는 더욱 단단해 질 것이다. 그러나 상인들은 미리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2002년에도 소비자 지출이 아주 경미할 정도만 늘어났지만 그 와중에서도 승자와 패자는 있었다. 남성의류, 책방 등은 죽을 맛이었지만 부동산 분야와 특정 상품은 승승장구를 했다. NBA 상품과 플랫 패널 TV는 두 자리 숫자를 넘는 판매율을 기록했다. 지난 2년간 하향곡선을 그리던 여행업계는 올해 5% 신장률을 그릴 전망이다. 업계별 신년 조감도는 다음과 같다.
요식업
비싼 스시보다 볼팍 핫도그
작년은 지난 12년만에 가장 저조한 해였다. 올해는 “다소 나아져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것이 미전국식당협회의 바람이다. 요즘 식당음식은 양으로 먹는 것이 아니고 모양과 향기로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방장들이 솜씨를 부리고 있다.
고객의 선택폭도 넓어지고 있다. 티베트의 야크 치즈에서부터 스패니시 와인까지. 단골들에게는 ‘차차 로열티 클럽’을 만들어 할러데이 때 선물 바구니도 보내고 주방장이 통돼지 구이를 할 때 초대장을 보내기도 하는 등 고객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경기가 경기이니 만큼 비싼 스시보다는 볼팍 핫도그가 인기다.
테크놀러지/디자인
TV ·컴퓨터등 ‘얇은것’선풍
TV 세트의 두께가 날씬한 여성 허리둘레보다 얇아지고 있다. 신년 테크놀러지 화두는 단연 납작함(flat)이다.
텔리비전도 납작해지고 컴퓨터 스크린도 납작해져서 마치 달력을 걸 듯이 혹은 그림을 걸 듯이 가볍고 자리도 차지하지 않는다.
집이나 호텔이나 일터에서 이런 ‘납작함의 바람’은 거세게 휘몰아칠 것이다. 플랫 패널 텔리비전은 2002년에도 21%나 더 많이 팔렸는데 올해도 역시 21% 정도는 가볍게 판매고가 늘어날 전망이다.
다음은 휴대용 다기능 소도구들. 애플사의 아이파드 뮤직 플레이어는 2006년까지 3,000만달러어치가 팔려나갈 전망이다.
아초스 멀티 주크박스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는 400달러짜리가 모든 기능을 다 가지고 있듯이 전자제품은 가격은 저렴해지는데 기능과 성능은 점차 더 좋아질 것이다.
작은 기구 하나가 스테레오도 되고 사진도 찍고 TV 도 된다. 그렇다고 기능이 엉성한 것이 아니라 완벽하고 깔끔하고 앙증맞아 소비자에게 환상적인 반응을 얻을 것이다. 소니에서 선보일 손바닥만한 비디오 플레이어는 가격이 1,000달러 미만이지만 약 50시간까지 녹화가 가능하다.
소니 에릭슨에서 선보일 모빌전화는 전화 거는 사람의 영상이 받는 사람 전화기의 스크린에 튀어나와 영상통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화걸 때도 얼굴과 옷매무새를 다듬어야 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여 행
테러·인파 없는 먼 곳 선호
부에노스아이레스, 캄보디아 등 비교적 테러나 인파로부터 먼 곳이 뜰 전망이다.
남태평양, 베트남, 아마존 탐험 등에 벌써 부킹이 몰리고 있다.
검색 심한 대형 항공보다는 차터 여객기를 이용할 여행객이 늘어날 것이며 차터 여객기는 이때 한몫 챙기기 위해 박리다매 식으로 가격 덤핑이 예상된다.
기업들의 출장비 지출은 올해도 늘지 않을 전망이며 여행객이 집 가까이 머물려는 심리는 작년과 같다.
특수지역의 유명 고급 호텔들의 숙박비는 이로 인해 절반까지 내려가고 있다.
페루 크즈코의 엘 모네스테리오는 하룻밤 투숙료가 400달러에서 200달러로, 터키의 마마라호텔도 600달러에서 300달러로 내렸다.
자동차
SUV 차체 각지고 내부 더 화려
2002년도 SUV는 ‘혼혈족’이었다.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이 전혀 스포티해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볼보 XC90은 스테이션 왜건 같아 보이고 애큐라 MDX는 미니밴 같고 셰볼레 애벌랜치는 픽업트럭이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이라고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작년에는 날개돋친 듯 팔렸다.
올해는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답게 보다 각이 지고 잡종에서 순종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
그래도 내부는 완전 순종에서 거리가 멀다. 집안 거실을 옮겨놓은 듯이 플래티늄 스위치에 대리석 바가 들어서고 여러 개의 DVD 스크린에 대시보드는 컴퓨터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부동산
고급주택 시장 당분간 잠잠
대형 주택의 붐은 확실히 열기가 빠지고 있다. 워싱턴이나 LA 지역은 그리 나쁘지 않지만 뉴욕의 스카스데일, 캘리포니아의 팔로알토 등은 투자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특정 지역 고급 주택의 열기는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각진 가구와 스테인리스 실내장식이 새로 대두되고 있다. 현관문이 스테인리스 스틸로도 등장하고 있으며 유럽의 희귀 고전가구 복사본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루이 14세의 러브레터 데스크(2,250달러) 같은 것들이.
패 션
검은색 가고 파스텔색조 화사
전쟁 기운이 감돌아도 패션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지난 몇년간 주조를 이뤘던 회색과 검은색은 가고 발레리나, 댄서가 입는 감미로운 파스텔색조가 거리를 수놓을 것이다. 여성들의 복장은 좀더 여성스럽고 따뜻하고 화려해질 것이며 다리와 발 사이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레그 워머’(leg warmers)가 유행이다.
다리가 늘씬한 서양 여성과 신세대 동양 여성에게 어울릴 패션이다. 이 레그 워머도 원래는 발레리나들이 애용하던 패션이었으나 이를 일반화시킨 것. 살바도르 달리의 유화 ‘발레리나’나 춤추는 여인들에서 본 따온 패션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화창한 신년이 될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