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위주’지양, 전인교육 전환 시급
2002년 교육계는 칼리지보드의 SAT 시험 개정안 확정과 UC의 새로운 입학사정제 실시 등 한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은 대학 입학 관련 정책 변경과 함께 k-12 교육현장에서도 교육지도 등 각 분야에서 변화의 모습이 구체화된 한 해였다. 2002년을 마감하며 초·중·고등교육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인 교육 전문가 3명을 초청, 2002년 교육계의 흐름과 쟁점들을 재조명하고 향후 교육계의 방향을 살펴본다.
■ 참석자
수지 오
(3가초등학교 교장)
사이먼 김
(칼스테이트 롱비치 교수, 교육학)
엘레나 폴
(태프트 고교 교사 겸
SAS 코디네이터)
사회·정리: 김종하 기자
수지 오
교사 재량권, 예산 줄어 젊은 지망생 외면 심각
사이먼 김
학부모는 공부 강요말고 ‘배움의 파트너’ 돼야
엘레나 폴
고득점 양산
SAT개정후 한인-중국인 등 아시아계 타격
-사회: 올해도 교육계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만 먼저 초등교육과 중등교육 현장, 그리고 대학에 계신 교육 전문가로서 지난 1년 동안 교육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는 지부터 되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사이먼 김: 고등교육 분야에서 올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교사양성 기준이 강화된 것이었습니다. 대학 교직교육에서 필수과목 등 요구되는 기준들이 바뀌었고 교사 채용시에도 수업 포트폴리오까지 제출해야 하는 등 실제로 교직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평가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교사 지망생들이 이를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바뀐 것이죠. 또 UC와 칼스테이트 지원자 급증과 함께 넘쳐나는 자격을 갖춘 학생들을 어떻게 주립대학 시스템이 수용할 것인가가 많은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엘레나 폴: 초중고에서는 전반적인 학생들의 학력을 어떻게 올리느냐와 함께 서로 다른 사회적 계층 간 학력 격차를 어떻게 좁히느냐가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LA교육구의 경우 매그닛 프로그램과 개방입학제, 영재프로그램(SAS) 등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이에 따라 학교간 격차도 커져 학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할까요.
교육예산 삭감의 여파로 소수계를 위한 프로그램들이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도 어려운 문제 중에 하나입니다. 또 하나는 교실에서의 교육 내용을 정해진 표준에 맞추도록(teaching to the standard) 요구하는 정책을 정착시키는 게 올해 교육계에서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수지 오: 맞습니다. 이전까지는 초중고에서 교육 내용은 교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었지만 이제는 숙제 하나 내는 것까지도 주 교육당국에서 정한 표준에 따라야 합니다. 학생들의 귀중한 교육시간을 헛되이 써서는 안 된다는 취지죠. 올해도 교사 부족문제는 여전히 큰 이슈로 남았습니다.
교육 예산이 자꾸 줄어드는데다가 퇴직하는 교사들은 많아지는데 젊은층 중에 교사 지망생이 너무 모자라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교사가 되려면 준비도 많이 해야하고 근무 여건도 타 인기직종에 비해서 낫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교사라는 직업이 젊은이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하는 이유도 있겠죠.
-사회: 올해 SAT 개정안 확정과 UC의 포괄적 입학사정제 시행이 큰 관심을 끌었는데요. 이같은 변화가 한인 학생들에게 주는 영향은 어떻습니까?
▲엘레나 폴: 전국 대입 카운슬러 컨퍼런스에서 SAT 주관처인 칼리지보드 고위 관계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전국의 많은 입시 학원들이 시험준비 요령만 집중으로 가르쳐 고득점자를 양산하는 문제도 SAT 개정의 한 배경이 됐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더군요.
개정 SAT는 읽기와 작문을 강조하게 되는데 특히 고득점이 많이 나오는 한인과 중국계 등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영향이 클 거라는 전망입니다. UC 입학사정의 경우 예전에 신입생의 50%를 성적으로만 뽑던 방식이 폐지돼 특히 UC버클리 지원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됐습니다.
▲수지 오: 종합적 사고능력이 바탕이 돼야 하는 작문은 단기간의 벼락치기 준비로는 어렵고 어려서부터 독서를 통한 꾸준한 능력 향상이 필요한데 SAT가 바뀌게 되면서 학원들이 학생들에게 작문시험을 어떻게 준비시킬지 궁금합니다.
▲사이먼 김: 대학 입학과 관련한 이같은 변화에 한인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은데 어떤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에 가서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떤 한인학생의 경우 SAT 1,600점을 받고 소위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대학 공부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중퇴한 예도 있습니다. 문제는 소위 명문대냐 아니냐가 아니라 대학 교육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사회에 필요한 전인적 인간이 되느냐하는 것입니다.
▲엘레나 폴: 동의합니다. 미국에는 3,000개가 넘는 대학이 있습니다만 소위 명문대만 대학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명문대를 졸업하면 사회에 나와 기회가 더 많을 수도 있지만 비용과 스트레스도 감안해야 합니다. 대학은 단지 공부 뿐 아니라 인격 형성과 네트웍 등 사회적 성장도 중요하기 때문이죠.
-사회: 한인 이민가정이 계속 늘면서 새로 이민 오는 한인 학생들의 미국 학교 적응 문제도 중요한 것 같은데요.
▲사이먼 김: 이민이든 유학이든 성인이 되기 전인 초중고 때 외국에서 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매우 힘든 과정입니다.
미국이 학문적으로는 이민자 학생들이나 외국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시스템이 잘 돼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학생들이 사회적으로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은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한인 부모들이 이를 염두에 두고 자녀들이 정서적인 적응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합니다.
▲수지 오: 갓 이민온 한인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영어에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며 한인 학생들이 많은 학교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배움에는 정서적인 면이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갓 이민온 학생이 영어를 못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것보다는 한인 학생들끼리 어울리는 마음 편한 환경에서 배우는 게 학생에게 훨씬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사회: 올 한 해 동안 교육현장에서 개선됐으면 하고 생각하신 점과 새해를 맞으며 한인 학부모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좀 정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엘레나 폴: 현직 교사로서 고등학교에 학생들을 위한 직업교육 프로그램이 부활되고 디지털 미디어와 컴퓨터 등 첨단 테크놀러지가 모든 학교에서 좀더 고르게 이용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 중국계나 일본계 커뮤니티는 대기업 등에서 주는 큰 규모의 장학금이 많은데 한인 커뮤니티에는 이렇다하고 내놓을만한 장학금이 없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한인 학부모들께는 새해에는 좀더 적극적으로 PTA나 학교 미팅과 행사 등에 참여하시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수지 오: 한인 학부모들에게는 미국사회로부터 혜택만 보려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참여해 미국사회에 기여하려는 자세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또 한인 부모들이 너무 우리 아이만 챙기지 말고 타민족들과 함께 발전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최근 미국의 교육정책이 너무 영어, 수학 위주의 교과과정에 치우쳐 문학과 예술 등 분야에 균형 잡힌 교육이 부족하고 자꾸 시험이 많아져 학교가 마치 거대한 시험준비 기관으로 변해버린 느낌을 받고 있는데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사이먼 김: 부모는 배움의 파트너가 돼야 합니다. 아이들은 성숙해있지 않기 때문에 학교에서 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서도 함께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인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는 공부하라고 시켜놓고 본인들은 정작 TV나 신문만 보고 있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좋지 않습니다.
자녀와 도서관이나 박물관을 함께 가고 여행도 같이 하며 자녀가 배우는 과정에 참여해야 합니다. 또 자녀들을 다른 학생과 비교하며 너무 압박하는 것도 금물입니다. 항상 1등은 1명밖에 있을 수 없지 않습니까. 자녀교육에 있어서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사회적으로 적응력이 없으면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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