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을 좋게 머리를 맑게 한다
대학교 1학년이 끝날 무렵 종강 파티에서 만난 프랑스 남자에게 반한 적이 있었다. 그의 나이는 22세였고, 학교 바로 옆에 새로 문을 연 고급 호텔 꼭대기층 식당의 페이스트리 셰프 (pastry chef)로 프랑스에서 3년 계약을 하고 온 사람이었다. 그로 인하여 난생 처음 집이나 식당이 아닌 노천 카페에 앉아 대낮에 차가운 백포도주를 마시는 맛을 배웠고, 그가 직접 만든 여러 케익이나 파이 등을 맛 볼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가 발렌타인스 데이에 내게 선물한 초컬릿이었다. 여러 모양의 초컬릿 트러플들이 예쁜 박스안에 들어있었는데, 그 박스와 뚜껑까지도 초컬릿으로 되어 있어서 남김없이 다 먹었다.
나는 그 때 처음으로 초컬릿이 별로 달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입에 넣었을 때 너무 가벼워서 그야말로 스르르 녹는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프랑스 사람이 주인인 그 호텔에서는 프랑스에서 고급 코코아 파우더를 수입하여 직접 그가 초컬릿을 만든다고 했다. 내가 평소 먹던 허쉬즈 (Hersheys) 초컬릿과는 아주 다른 맛이었다.
초컬릿의 원료인 카카오나무가 처음 자랐던 곳은 약 4천년 전 남미 아마존강 부근으로 알려진다. 중남미가 원산지인 카카오 열매는 콜럼버스를 비롯한 스페인 탐험가들에 의해 유럽으로 옮겨졌으며, 아즈텍 문명으로부터 탈취해온 귀중한 보물 중 하나로 여겨졌다고 한다. 현재 카카오는 적도 부근의 중미 국가들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를 비롯하여 사모아, 뉴기니, 카리브 섬나라들에서도 볼 수 있다.
카카오 열매의 가루를 코코아라고 하는데, 이 카카오에서 추출된 지방은 코코아 버터라 불리며, 상온에서 고체로 있다가 사람 입안의 온도에는 녹는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커피와 마찬가지로 카카오 열매는 가루로 만들기 전에 먼저 센 불에 볶는다. 볶은 후 거칠게 빻은 카카오 열매에서 추출되는 초컬릿 리커 (chocolate liquor)가 바로 초컬릿이 되는데, 설탕이 전혀 첨가되지 않은 초컬릿은 순수 초컬릿 리커와 50%의 코코아 버터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설탕을 약간 가미한 ‘비터스윗’ (bittersweet) 초컬릿은 최소한 35%의 초컬릿 리커, 최고 50%의 코코아 버터, 설탕, 바닐라로 되어있고, 비터스윗보다 좀 더 단 ‘세미스윗’ (semisweet) 초컬릿은 설탕이 좀 더 많이 첨부된다. 가장 당도가 높은 ‘밀크 초컬릿’에는 약 10%의 초컬릿 리커가 들어있으며, 고체화된 밀크가 12% 정도 포함되어 있다.
흰 초컬릿은 코코아 버터, 고체 우유, 설탕, 바닐라로 만들어지는데, 꼭 겉 포장지에 코코아 버터가 들어있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코코아 버터가 들어있지 않은 흰 초컬릿은 법적으로 초컬릿이라 이름을 붙일 수 없으며, 맛도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 초컬릿과 건강
콜레스테롤 높이는 포화지방 함유 과다섭취 금물
초컬릿을 많이 먹으면 충치가 생기고, 여드름이 나고, 살이 찐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가 하면 초컬릿은 또한 우울증을 없애주고 성적 흥분을 유발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의견들이 사실일까? 아직까지 초컬릿에 대한 연구가 더 계속되어야 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 조사에 의하면 초컬릿과 여드름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초컬릿에 함유된 코코아 버터가 이빨을 감싸는 역할을 하므로 오히려 이를 보호하고 충치를 예방해 준다는 조사 발표도 있었다. 단지 초컬릿에 들어있는 설탕이 충치를 생기게 한다는 것이다.
한편 코코아 버터에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포화지방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초컬릿에는 커피와 차에서 발견되는 심장병 위험을 낮춰주는 요소가 들어있다는 결과가 UC데이비스 조사에서 밝혀진 바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을 떠나서 초컬릿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초컬릿을 먹음으로써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초컬릿에 함유된 카페인도 물론 그 이유 중 하나겠지만, 초컬릿에 들어있는 많은 요소들이 우리의 뇌에 전달되어 머리를 맑게 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먹어서 금방 기분이 좋아지는 음식이라면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찾을 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 미세스 부시의 핫 초컬릿 (코코아) 만드는 법
▲재료: 코코아 파우더 6큰술, 설탕 6 큰술, 소금 약간, 우유 2컵반, 라이트 크림 2컵반, 바닐라 작은술, 계피가루 약간, 윕크림
▲만들기: 코코아, 설탕, 소금을 함께 섞고 우유를 넣어 열을 가해 녹인다. 여기에 크림, 계피, 바닐라를 넣고 끓기 직전까지 데운 다음 잘 저어서 두툼한 컵에 담는다. 위에 윕크림, 코코아 파우더를 얹어낸다.
■ 보관
알루미늄 호일에 싸서 건조한 응달에
오리지널 용기, 혹은 알루미늄 호일에 싸서 건조하고 시원한 응달에 보관한다. 냉장고에 넣으면 맛이 변질되며, 씹히는 촉감이 질겨지므로 좋지 않다.
잘 보관된 밀크 초컬릿과 흰 초컬릿은 약 1년간 변질되지 않으며, 세미스윗과 비터스윗 초컬릿은 수년간 변질되지 않는다. 가끔 초컬릿의 표면에 하얀 점들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코코아 버터가 초컬릿으로부터 분리된 현상으로, 보기에 별로 좋지 않지만 초컬릿의 맛과 질에 있어서 전혀 상관이 없다.
■ 녹이는법
큰냄비속 작은냄비 걸쳐 물 안들어가게
발렌타인스 데이를 맞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만든 초컬릿을 선물하려고 노력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초컬릿을 녹이는 일은 조심하지 않으면 냄비와 주방을 온통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한가지 명심할 것은 초컬릿은 저온에서 더 빨리 잘 녹는다는 점이다. 초컬릿을 녹이는 온도는 화씨 115도를 넘어서는 안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큰 냄비에 물을 넣고, 그 속에 들어가는 작은 냄비 혹은 용기에 초컬릿을 넣어서 은근한 불에서 녹이는 방법이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초컬릿이 든 작은 용기는 냄비위에 걸쳐놓던지 해서 물에 닿아서는 안 된다는 점. 초컬릿을 저어주며 녹이다가 다 녹은 순간 냄비에서 꺼내어 고르게 녹을 때까지 계속 저어주어야 한다.
이 때 가장 조심할 것은 녹은 초컬릿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으로 혹시라도 실수로 물이 들어가면, 초컬릿은 뭉치고 잘 풀어지지 않는다. 이를 다시 풀려면 식용유를 넣으면 되지만 맛이 변질된다. 혹시 조리법에 초컬릿을 물이나 다른 액체와 함께 녹이라고 명시되어 있다면 초컬릿을 녹이기 시작하는 처음부터 함께 넣고 녹이면 문제가 없다. 가장 쉬운 방법은 녹지 않는 금속 용기에 초컬릿을 넣고 화씨 110도의 오븐 속에 넣어두면 약 한시간 안에 초컬릿이 녹는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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