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일수록버블이 작고 오랫동안 간다
30~60개의 다른 와인 섞어서 만들어
당도, 빛깔따라 분류…샤도네외 모두 적색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마릴린 몬로는 샴페인 350병을
욕조에 쏟아넣고 그 속에서
목욕을 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가 사실이던 아니던
그녀의 전기를 쓴 조지 배리스에
의하면 마릴린 몬로는 산소를
들이마시듯 항상 샴페인을 입에
달고 산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샴페인처럼 특별한 날과 함께 기억되는 와인도 드물다. 졸업식, 결혼식, 아이의 탄생, 새로운 직장 등과 함께 샴페인은 특별한 추억으로 우리의 삶 속에 자리한다. 특히 크게 축하해야할 경사에는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와인이기도 하다. 샴페인은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약 90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샴페인 지방에서 만들어진 것만이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그 나머지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등지에서 만들어진 샴페인은 ‘스파클링 와인’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지만, 이 기사에서는 그 모든 샴페인을 통 틀어서 그냥 샴페인이라고 부르겠다.
샴페인에 사용되는 포도는 샤도네 (Chardonnay), 피노 누아 (Pinot Noir), 그리고 피노 무니에 (Pinot Meunier)이다. 이중 샤도네를 빼고는 모두 붉은 빛깔의 적포도인 것이 특이하다. 이전에는 백포도주는 백포도로만 만들 수 있었지만, 베네딕트의 페리뇽 수도승이 처음으로 적포도를 이용해서 백포도주를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 내었다.
17세기 샴페인 지방 수도원의 재산 관리자로 부임한 페리뇽 수도승은 이외에도 포도나무 가지치기를 통해 포도알에 함유된 맛의 농도를 높였으며, 포도를 오전 10시전에 수확함으로써 향과 맛이 뜨거운 오후의 태양아래 증발하는 것을 막은 공로자이기도 하다. 그가 속했던 수도원은 현재 모에 & 샹동 (Moet & Chandon) 포도원 소유이며, 모에 & 샹동사의 최고급 샴페인은 그의 이름을 따서 동 페리뇽 (Dom Perignon)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다.
동 페리뇽은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에 사용되었으며, 영화 ‘미저리’(Misery)에서 주인공 남성이 소설 하나를 완성한 후 마시는 특별한 샴페인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샴페인은 약 30개에서 60개의 다른 와인을 섞어서 만들어진다. 이 중 샤도네를 주로 사용한 것을 블랑 드 블랑 (Blanc de Blanc)이라고 하며 피노 누아를 주로 사용한 것을 블랑 드 누아 (Blanc de Noir) 라고 한다. 그 해 수확된 포도로 일단 30~60가지의 와인을 만든 후, 샴페인 메이커들은 과거에 만들어서 보관해 둔 와인들과 함께 섞는다. 여러 해에 걸쳐 보관되어 숙성된 와인들은 샴페인 맛을 깊이있고 풍요롭게도 하지만 포도 수확이 좋지 않은 해에도 샴페인의 질을 그 전 해와 같이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렇게 섞여진 와인에 이스트를 조금 넣고, 설탕과 와인을 혼합해 만든 리커(liqueur de triage)를 넣은 후 병에 옮겨 담는다. 병 속에서 이스트는 설탕을 먹게되고 이 과정을 통해 좀 더 많은 알콜과 함께 이산화탄소가 생성된다. 하지만 뚜껑이 단단히 닫힌 병 속에서 이산화탄소는 빠져 나오지 못해 개스로 녹아 있게되고, 병을 여는 순간 버블이 되어 튀어나오는 것이다.
샴페인은 그 당도에 따라 엑스트라 브루 (Extra Brut), 브루 (Brut), 엑스트라 드라이 (Extra Dry), 섹 (Sec), 데미 섹 (Demi-Sec), 듀스 (Doux) 로 분류된다. 엑스트라 브루가 가장 당도가 낮으며 듀스가 가장 당도가 높다.
또한 빛깔에 따라 황금빛을 띤 것과 핑크빛을 띤 로제 (rose)로 나뉘는데, 로제는 샴페인 지방 전체 샴페인 수출양의 3~5% 정도밖에 되지 않을 뿐더러 만드는 과정이 까다롭고, 좀 더 오래 숙성시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가격이 더 비싸다.
샴페인을 마실 때는 입안에서 톡톡 쏘는 버블을 느껴야 하고, 계속 위로 올라오는 작은 버블들을 눈으로 감상하는 재미가 크다. 버블을 좀 더 오래 많이 감상하기 위하여 얇고 길쭉한 모양의 플룻 (flute)잔을 샴페인 잔으로 많이 사용한다. 고급 샴페인일수록 버블의 크기가 작고 버블이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선물용 와인과 샴페인
연말연시에 선물용으로도 좋고 가족과 혹은 연인과 특별한 시간을 마련하여 마시면 좋을 샴페인을 가격별로 30달러 미만의 미국산 스파클링 와인과 좀 더 비싼 프랑스 샴페인로 나누어 소개한다.
미국 스파클링 와인
▲1997 제이 스파클링 와인 빈티지 브루 (J Sparkling Wine Vintage Brut) 28달러. 까만색 라벨에 노란색 J 를 멋지게 흘려 쓴 제이 와인 컴퍼니의 1997년 빈티지 브루는, 캘리포니아에서 특별히 질 좋은 포도를 수확하였던 1997년 만들어진 와인으로, 잘 구운 애플 파이 향을 맡을 수 있다. 신맛, 과일 향, 입안에서 느껴지는 무게 등의 밸런스가 훌륭하다.
▲도메인 카네로스 바이 태팅어 브루 (Domaine Carneros by Taittinger Brut) 21.99달러
델리킷한 이스트의 향이 신선하고 가벼운 맛과 잘 어울린다.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약간의 신 맛 때문에 음식과 함께 마셔도 좋다.
▲샹동 브루 클래식 (Chandon Brut Classic) 14.99달러
가격 대비 품질이 가장 훌륭한 스파클링 와인 중 하나이다. 황금색의 멋진 빛깔도 눈을 즐겁게 하며, 우아한 맛은 좀 덜하지만 부담없이 즐겁게 마시기에 최고로 적합하다.
▲볼린저 (Bollinger R.D.) 154.59달러.
프랑스 샴페인
1829년에 문을 연 볼린저는, 최대한 오랫동안 이스트를 샴페인 속에 넣어둔다는 특별한 제조법으로 유명하다. 이스트와 오랫동안 접촉할수록 샴페인의 신선함이 보존되고, 이스트의 향이 더 훌륭해진다. 이 샴페인은 입안에 넣는 순간 그 깊은 맛과 무게를 느낄 수 있으며, 부드러운 과일향이 매우 향기롭지만, 알맞은 양의 신맛으로 인해 음식과 함께 마셔도 좋다.
▲루이 로데레 크리스탈 (Louis Roederer Cristal) 179.95달러.
19세기 러시안 짜(Czar) 알렉산더 2세를 위해 만들었다는 로데레의 크리스탈은, 특별 제작한 크리스탈 병에 넣어 만들어졌으므로 그 이름이 붙게 되었다. 처음 마셨을 때 약간 쌉쌀하게 느껴지는 버블의 맛과, 중간에 느껴지는 이스트의 향, 그리고 끝에 입안에 오랫동안 남는 달콤한 맛이 일품인 샴페인이다.
▲모에 & 샹동 동 페리뇽 로제 1990 (Moet & Chandon Dom Perignon Rose) 219.99달러.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동 페리뇽 샴페인의 1990년 빈티지 로제이다. 빛깔은 구리빛을 띤 오렌지색이며, 블랙 체리, 산딸기, 민트 등의 향과 함께 흙내음, 버섯향을 함께 맡을 수 있다. 오랫동안 입안에 남아서 사라지지 않는 훌륭한 맛을 지니고 있으며,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 90점을, 와인 & 스피릿츠로부터 95점을 받았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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