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뉴스를 다루다 보면 한인사회가 갖고 있는 약점, 고민이나 고질병을 다른 커뮤니티도 그대로 앓고 있는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매일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는 희노애락 뉴스 속에서 그래서 동질감을 느끼고 위안도 받는다. 너무나 닮은 꼴이어서 한동안 눈과 가슴을 뗄 수 없는 내용들도 종종 있다
현재 진행중인 LA 카운티 셰리프국 23년 베테런 사전트와 전 초등학교 교장 부부의 청소년 아들 학대 재판 뉴스도 그중 하나다.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올바른 삶을 가르치던 이들이 피고석에서 준엄한 심판을 기다리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칼 하다.
유난히 눈길이 머문 것은 ‘사랑의 매질’에 기인된 자녀학대 케이스에 걸려 든 한인들이 많아서인지 모르겠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아직도 자녀를 ‘패고’ 또 폭력을 쓰지 않더라도 무자비한 언행으로 자식에게 분노, 상처, 모욕을 주는 한인이 많은 것을 알아서다. 언어 폭력도 육체적 폭행과 같은 학대 범죄임을 인식치 않는 이웃들 때문일 수도 있겠다.
이들은 12살이 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비뚤어지는 아들을 바로 잡기 위해 약 4년간 여러 징계를 한 것때문에 자녀 학대 혐의로 배심원 재판에 회부됐다. 이번 재판의 결과는 육체적 학대 피해보다 입증이 어려운, 그래서 이현령 비현령식이 될 수 있는 ‘정신적인 학대’ 가이드 라인이 될 수도 있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검찰측은 “어떻게 아들에게 개똥을 백팩에 넣고 등교시킬 수 있나”, “어떻게 런치머니를 빼앗고 집밖에서 자게 하는 처벌을 할 수 있나” “통금시간 어겼다고 자는 아들 얼굴에 물을 퍼부을 수 있나”며 이들을 ‘가혹하고 잔인한 부모’로 몰아 세웠다. “아무리 나쁜 행동을 해도 자녀에게 정신적 상처나 수모를 줘서 안되고 게다가 의식주 제공을 제대로 안하면 그는 학대이며 곧 범죄”라는 것이 검찰측 주장이다.
배심원앞에서 구구절절히 하소연한 내용을 요약하면 이들은 집안의 돈과 수퍼마켓의 물건들을 훔쳐내고 밥먹듯 거짓말 하며 난폭한 행위로 온 집안을 뒤집는 문제 아들을 처음에는 포상, 격려, 섬머캠프 보내기등으로 바로 세우려 노력했다.
그러나 아들은 계속 문제를 일으켰고 23년간 센트럴 교도소 담당 셰리프로 재직했던 그는 “사랑하는 아들이 범죄자로 전락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조금씩 강한 징계를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요란스런 청소년기를 지낸 자녀를 길렀던 부모나 현재 그 나이 자녀에게 들볶이고 있는 부모들이라면 어찌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더욱이 체면 때문에 쉽게 ‘병을 소문내지 못하고 스스로 고쳐 보려는’ 한인부모들은 이들과 같은 나락에 떨어질 기회가 더 많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180도로 변해 무서운 얼굴로 반항하고 부모에게도 때로는 폭력을 휘두르며 숍리프팅에 걸려 들지를 않나, 부모 재워 놓고 운전면허도 없이 차를 몰고 나다니질 않나, 방문 꼭 닫고 전화에만 매달리다가 야밤에만 눈 반짝이며 외출하지 않나, 싫은 소리 하면 가출해서 친구 집을 전전하질 않나, 이상스런 옷과 머리스타일로 속을 뒤집지 않나....
2년 정도면 언제 그랫냐 싶게 제 궤도로 돌아오는 대부분 청소년들은 그러나 당시에는 자신들도 통제 못하는 요란한 몸부림을 친다. 그리고 이들을 보는 죄없는(?) 부모들의 속은 파삭 파삭 썩어 간다.
전문가들도 “청소년기 자녀들에 대한 부모의 강력한 체벌 배경은 100% 이해된다”고 말한다. “하는 짓으로만 봐서는 모두들 머리 빡빡 깎아서 무서운 훈련소에 보내야 할 것”이라며 “청소년 자녀가 부모 얼굴에 침을 뱉거나 따귀를 치고 머리채를 잡는 일도 흔하다”고 개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때리는 것은 참아야 하며 자녀들이 일방적인 충격이나 마음의 상처를 받는 언어폭력이나 비정상적 체벌을 가하면 안된다고 이들은 말한다. 반항 정도가 심하면 부모 선에서 해결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경찰에 신고하여 ‘따끔한 맛’을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다(경찰도 부모의 승낙이 없으면 소년원에 보내지 않는다).
문제 조짐이 보이는 청소년 초기부터 아예 학교 카운슬링이나 전문 상담기관을 적극 이용하고 안되면 엄격한 기숙사 학교라도 선택하라는 조언을 자녀 키우는 한인들은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 선의의 체벌이라도 그로 인해 부모자녀가 평생 사이가 소원해지거나 재판정에서 서로 원수처럼 잘잘못을 따져야 하는 비극이 초래됨을 알아야겠다.
이정인<국제부 부장대우> jungi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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