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지저스!’
‘땡큐 써니!’
‘땡큐 지저스!’
감사의 말이 끊이질 않는다.
험하기로 악명 높은 리버사이드 페어마운트 파크.
이곳에서 6년째 갱과 마약중독자, 노숙자들을 상대로 선교해온 루스 김 선교사(54)는 남자도 다루기 힘들다는 이들에게 한 손에 복음을, 다른 한 손에 빵을 나눠주며 쓸쓸한 연말을 훈훈하게 데우고 있다. 오늘은 침낭을 나눠주는 날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슬리핑백은 홈리스들의 필수품. 잔디밭에서 아이들과 뒹굴며 마냥 여유로운 사람, 행여 차례가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스런 표정으로 기다리는 사람, 줄을 선 사람들을 무시하고 앞으로 무조건 몰려와 떼를 쓰는 사람으로 페어마운트 파크는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6년째 매주 수요일 전도
스 김 선교사는 질서를 지키지 않고 제멋대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거침없이 호통을 치다가도 뒤돌아 서서는 얼굴을 쓰다듬고 따뜻한 포옹을 나누는 자상한 어머니가 된다.
6년째 매주 수요일마다 따뜻한 식사와 옷가지, 생필품을 준비해 홈리스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자식처럼 보듬어 챙겨왔다.
‘루스’(Ruth)란 이름보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써니’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김 선교사는 지난 27일 땡스기빙을 맞아 침낭 100개, 샴푸 100개와 터키 8마리, 매쉬드 포테이토, 얌, 스터핑, 그레이비 등 홈메이드 땡스기빙 식사를 홈리스들에게 나눠줬다.
마약 갱들과 멱살잡이도
76년 도미 후 미국교회에서 카운슬러로 활동했던 김 선교사는 한 전도그룹에 합류하면서 홈리스를 돌보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하느님의 뜻을 받아 위험하기로 소문이 난 페어마운트 파크에서 6년 전 선교를 시작했다.
“첫 1년 반 동안은 죽을 고비도 많았지요. 한번은 혼자 있는데 홈리스 8명이 나를 포위하고는 뱅뱅 돌면서 위협을 해요.
갱부터 마약딜러까지 흉기를 항상 가지고는 사람들이라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겁이 났을 법도 한데 왜 그런지 두려운 게 없더라구요. 그래서 한 명의 멱살을 잡고는 꿇어앉혔습니다. 제 눈만 마주치면 어쩔 줄 몰라하며 결국 모두 꿇어앉더라구요.”
김 선교사가 처음에 이곳에서 선교한다고 했을 때 교회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만류하더란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 사람들이 워낙 험악해 남자도 들어가기 힘든 지역이기 때문. 그래도 ‘하나님의 말을 들으랴 사람의 말을 들으랴’하며 시작했다는 그녀는 이제 그 열매를 거두고 있다.
예배참가 홈리스 200여명
“지금은 200명의 홈리스들이 제 말이라면 두말 않고 들어요. 누가 무슨 말만해도 칼부림이 나곤 했던 때에 비하면 상상도 못할 일이죠. 2년 전에는 시 경찰로부터, 석달 전에는 시장으로부터 정식 출입허가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신변이 보장된 셈이죠.”
김 선교사가 6년 동안 페어마운트 파크 홈리스 선교를 하면서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는 것은 이들의 변화하는 모습이다.
김 선교사는 “처음에는 밥 때에 맞춰 와서 밥만 먹고 가던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예배에도 몇몇씩 참여하더니 이제는 30분~1시간 전에 와 기다려서 예배를 보고 간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정신이상자, 약물중독자들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찾아 나갔으며, 심지어 중국계 홈리스 한 명은 성서학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김 선교사를 도와 남가주 각 지역에서 온 17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매주 수요일이면 7~8명씩 번갈아 음식을 준비해 온다. 처음엔 주로 백인들이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한인 자원봉사자로 구성되어 있다.
매주 집에서 정성이 가득한 음식을 만들어오니 홈리스들은 “통조림 콩과 차가워진 포테이토가 아닌 따끈따끈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너무 좋다”며 아주 흐뭇한 표정.
평균 150~250명에 이르는 홈리스들에게 자주 서브하는 음식은 놀랍게도 한국 음식.
“신기하게도 한국 음식을 좋아해요. 밥에 불고기는 물론이고 갈비라도 나오는 날이면 난리가 나지요. 해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한번씩 갈비를 내려면 900달러 이상이 드니 자주는 못합니다. 그래서 보통 밥과 닭고기를 주로 한 식사를 많이 내고 있어요.”
이곳에서 5년째 김 선교사와 함께 봉사해 왔다는 박영옥씨는 “남에게 봉사하면서 나에게도 기쁨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 기도하던 중 김 선교사님을 만나 여기까지 왔다”고 말하고 “봉사하면서 하루 하루가 기쁘고 보람되니 한번도 힘들다 생각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요즘 김 선교사의 소망은 홈리스들을 위한 보호시설을 만드는 것. 공원 바로 옆에 있는 제법 큰집이 사가는 사람이 없어 한동안 비어 있는데 그 집을 조금 개조해 남·여 보호시설로 만들고 싶어 기도 중에 있단다.
“아직도 일손이 많이 딸려요. 뜻을 같이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봉사 일은 매주 수요일 11시, 매달 첫째 토요일 8시, 넷째 토요일 11시이며 문의는 김 선교사가 이끄는 ‘양들의 꿈동산’(Flock’s Dream Land) (909)352-1629로 하면 된다. 주소는 P.O. Box 7165, Riverside, CA 9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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