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국 대통령선거를 불과 2주 남짓 앞두고 현재의 선거정국은 ‘철새정치의 마지막 이합집산’과 ‘도청폭로’등으로 혼탁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로 인해 한국사회 및 정치권은 스스로 예감치 못했던 긍정적 ‘변화’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고 감히 생각하고 싶다.
그것은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한국은 현재 좌표가 상실된채 표류해가고 있는 국제사회속에서 21세기의 새로운 ‘모델’이 될수 있는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대선와중에서 ‘보혁구도’니 ‘보수와 진보’니 ‘좌파적’ ‘극우파’ ‘수구’ ‘개혁’등의 단어들이 스스럼없이 사용되고 있다.
과거 같으면 이런 단어의 사용은 대선구도의 큰 축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바로 얼마전 까지의 대선만 하더라도 지역주의와 ‘빨갱이’이라는 단어가 기승을 부렸고 ‘xx가 빨갱이라고 그러더라’는 말이 나오면 해당 그룹에서는 ‘나는 절대로 빨갱이가 아니다’라고 극구 부인하고 일부 언론에서는 ‘빨갱이가 아닌 것을 증명해보여야 한다’면서 사상검증의 칼을 들이대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적어도 지역감정과 빨갱이등의 후진적 딱지만큼은 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번 대선이 한 단계 진일보한 선거가 될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은 이번 선거를 통해 그동안 한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로 여겨졌던 ‘잡탕성’이 상당히 정리될 것으로 보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치권의 ‘잡탕성’의 동인이 된 것은 지역주의와 관계가 있다.
지역주의가 정치인 개개인의 능력이나 성향 및 이념보다 상위에 있었고, 현실적으로 지역주의의 틀에 기대야 당선될수 있었기 때문에 이념은 문제가 되지 않고 ‘지역당’의 틀 속에서 수십년간 온존해올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역주의의 상징이랄수 있는 ‘3김시대’가 막을 내림으로써 정치권은 실로 수십년만에 초보적인 제 갈길을 찾아가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그것을 이회창후보쪽은 ‘보수와 진보’ 또는 ‘보수와 혁신’의 구도로 보려고 하고 노무현후보쪽은 ‘낡은 정치와 새정치’의 구도로 보려하고 있는 것이다.
박태준씨, 김윤환씨, YS등 구 정치의 상징적 인사들의 이회창지지 선언과 정몽준씨를 필두로 한 새정치세력및 김원웅의원등 개혁적 인사들의 노무현후보쪽 결집은 아마도 아직 미흡한 상태로나마 정책에 따라 당이 구분되는 첫걸음일런지도 모른다.
아직 정강정책이나 이념이 안정된 상태로 착근된 것은 아니나 그 쪽으로 가고 있는 것만은 느껴지고 있다.
보수와 진보, 또는 낡은 정치와 새 정치로 대별되는 그룹은 ‘부분적으로 고칠 부분이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의 한국사회 이대로가 좋다’는 쪽과 ‘해방이후 한국사회는 변하지 않았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두 그룹을 상징한다고도 볼수 있을 것이다.만일 그렇다면 한국사회가 자유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보해갈수 있는 건전한 정당끼리의 대결이란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보여진다.
지금 세계는 이미 이념적 좌표, 또는 정열을 상실해가는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물질문명이 최고조로 꽃핀 미국은 세계유일 초강대국의 위치속에서도 정신문화사적인 측면에서 식자층의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일찍이 1920년대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를 대표하던 미국작가 스캇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물질만능에 찌들어 있던 당시 세대상을 통렬히 비판하며 진정한 사랑의 정신만이 인간을 구원할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던바 있는데 지금 미국사회의 모습에 대해서도 이미 우려하는 분위기는 널리 퍼져있다.
유럽은 일부 좌파적 정권국가의 지나친 사회복지정책 확장등으로 국가적 에너지가 노쇠해가는 징후를 보이고 있으며 또 주지하다시피 남미의 국가들은 상당수가 정치,사회,경제적 측면에서의 혼돈상을 오랜 기간동안 노정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한국민들의 경제적 활력, 높은 교육열에 따른 인적 인프라, 사회변화에 대한 건전한 관심등은 21세기의 모델적 국가를 창출하는데 기여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층간, 또는 대립하는 그룹간의 혐오와 적대감의 배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혐오와 적대감은 맹목적이며 사회에 위험한 파괴적 소모적 갈등만 유발시킬 뿐이다.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든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든, 결국 다수의 국민이 선택하는 쪽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며 진쪽에서는 이를 승복하고 다음번 기회를 기약하며 본연의 길을 가는 것, 이것이 정치 선진화가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것이다.
에밀 졸라는 말했다.
’무엇인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아무것도 그것을 막지 못한다’
김정빈<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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