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의 구조를 파악하고 읽어야
▶ 공부 잘 하기
■PSRT(Preparation-Structure-Read-Think) 방법
1. 읽기 준비 → 2. 윤곽잡기 →
3. 읽기 → 4. 생각하기
필자가 처음으로 ‘전쟁과 평화’를 읽었을 때 일이다. 이불 속에서 새벽 3∼4시가 되도록 읽었는데 글읽기에 열심이어서가 아니고,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가 처음으로 ‘전쟁과 평화’를 읽었을 때에는 혁명이 일어나는 장면을 요약해 가며 읽었고, 또 몇 백명이나 되는 등장 인물들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해도 중요 인물이라도 알아야 이야기의 앞뒤를 이해할 것 같아서 일일이 등장인물을 따로 써서 모를 때마다 그 도표를 가지고 보았다. 어떤 부분은 시험 공부하듯이 아주 외워버리기까지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책을 읽었던 것이 아니고 고생을 치른 것 같다.
1. 읽기 준비(Preparation)
그 후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서양 역사를 택하면서 우연히 나폴레옹 전쟁에 대해, 또 러시아 전쟁에 대해 자세히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것을 공부할 때 전쟁과 평화라는 말이 한마디도 언급이 없었으나 같은 시대를 공부한다는 것은 알았다.
그 역사과목의 학점 따기가 끝난 후 아주 나중에 ‘전쟁과 평화’를 다시 한번 읽어 봤다. 비로소 밤을 새우고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두 번째 읽었을 때 영어가 좀더 익숙했던 것도 아니고 영어 단어실력이 더 나았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전쟁과 평화’를 두 번째 읽었을 때에는 준비가 된 상태였다. 지난주에 얘기한 스키마에서 구두 만드는 사람의 친구가 돈으로 구두 한 켤레를 더 사서 넣었을 때 친구의 유산 분배가 가능했듯이 ‘전쟁과 평화’를 읽을 때 유럽의 역사를 모르면 도저히 이해하기가 힘들다.
오히려 필자가 처음에 서양 역사를 공부한 후에 그 전쟁의 배경을 알고 ‘전쟁과 평화’를 읽었다면,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키마를 구두 유산에 썼듯이 그 소설에 투자했다면, 얼마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까!
* 읽기 준비를 어떻게 시키나?
(1) 취학 전 어린이-
*책을 많이 읽어 주어야 한다.
*산 경험을 많이 쌓아 주어야 한다.
*아이들과 말을 많이 해야 한다.
2. 초등학교 학생-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읽기를 가르치는 한 가지 방법은 산 경험을 미리 학생들과 같이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물원이나 박물관을 방문하거나, 또는 간단하게 학교 도서관을 갔다온다. 그 후에 반 전체가 합심하여 그 경험을 글로 쓰는 것이다. 선생님은 요약, 줄거리 잡기 등을 뒤에서 할 뿐 모든 것이 학생의 힘으로 쓰여진다.
그것은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져 그들의 읽는 자료(교과서)로 쓰인다. 한 학생이 혼자 쓴 것이 아니므로 거기에는 모르는 단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기도 스키마를 투자했기 때문에 아주 생소하지는 않다.
두 번째로 요즈음 미국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것이 K-W-L (knowledge-want to know-learning)이다. 간단히 소개하면, 우리가 ‘배운다’는 것은 항상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 그 근본이고 그 다음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 아무리 많아도 알고자 하는 동기유발이 있어야 배운다는 말이다. 즉 과거의 지식과 알고자 하는 동기 유발이 없이는 배우지를 못한다는 말이다.
세 번째는 다양한 책을 많이 읽어 주고 또 읽게 하여야 한다.
(3)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책 읽는 것이 이미 버릇이 되어야 한다. 비록 낚시 갔던 경험이 없더라도 물고기에 대한 책을 많이 읽고, 또 낚시에 대한 책을 많이 읽으면 간접적인 경험이 생겨서 직접 경험한 것만큼의 효과는 없더라도 많은 도움이 된다.
2. 윤곽 잡기(Structure)
앞에서 읽은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마다 개요를 적어나가면서 읽는 방법에 대해 이미 얘기했다. 이렇게 개요를 적어나가든, 도표로 파악하든, 혹은 그림을 그려서라도 학생 자신이 어떤 윤곽을 잡으면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이때 아직 자세히 읽지를 못했고, 읽었다 하더라도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서 완벽하게 윤곽을 잡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윤곽을 잡으면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3. 읽기(Read)
앞의 두 과정, 즉 읽기 준비와 대강의 윤곽 파악이 선행되어야 비로소 읽기를 시작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읽기 다운 읽기를 할 수가 있다.
처음의 두 과정이 결핍되거나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읽기부터 시작하면 수박 겉 핥기 식의 읽기 밖에는 못 된다.
읽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읽는다는 말이다. 선생님들이 하도 학생들이 이런 식의 읽기를 하여 소리내어 읽으라고 시킨다. 이해가 없이 글자를 보고 그냥 읽는 것을 판독(word-caller)이라고도 한다.
반대로 자신의 경험과 과거의 지식을 투입하면서 읽으면 새 지식과 연결시켜 새로운 깨달음, 이해가 오기 시작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미 준비해 두었던 윤곽을 교정할 수도 있고, 또 더 자세하게 첨가할 수도 있다. 드디어 미완성이었던 이 윤곽을 완성하게 된다.
4. 생각하기(Think)
독서의 정의를 내리라면, 필자는 주저하지 않고 생각하는 과정이라고 할 것이다. 책을 읽었는데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은 생각을 못한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위의 세 단계에서 읽을 때 어떤 것은 읽으면서 생각을 하고 또 어떤 것은 읽은 후에 그 생각이 다져지기도 하고,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의 날개를 펴게 할 수도 있다.
우리가 학생들에게 명작을 읽으라고 권하는 이유도 다 생각을 더 깊이 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집에서 생각을 더 깊이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빈 테입에 자기가 생각한 것을 녹음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비록 정리가 안 된 생각이라도 녹음을 하게 하면,
1. 가끔 녹음 도중에 생각의 정리 정돈이 된다.
2. 자기 음성을 들으면,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생각날 수도 있다.
3. 자신의 스키마를 투입하여 생각하면, 읽은 내용보다 더 광범위하고 폭이 넓은 생각도 할 수 있게 된다.
4. 가끔 부모나 형제, 친척들과 토론할 기회가 있으면, 각자의 스키마가 다르기 때문에 그 생각의 폭이 더 넓게 펼쳐질 수도 있다. 토론이 잘 된다면, 자신의 편견이 무엇이었나를 이 과정에서 느낄 수도 있다.
학급에서 토론할 때 못하거나, 하더라도 참여를 못하는 학생들은 모두가 위에 말한 준비과정이 부족한 학생, 토론이나 읽은 글의 윤곽도 못 잡은 학생들이다.
다시 말하면 책을 읽는데 이해를 못하는 학생들은 역시 이 준비 과정을 충분히 시키고 난 다음 읽기의 윤곽을 잡으면, 이해는 자연히 따른다. 독서의 이해는 생각하는 데서 오기 때문이다!
전정재 박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