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공님부부 시연행사
주류-한인사회 신선한 충격
60년을 함께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피를 나눈 부모와도, 자식과도 그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 살기란 힘들 것이다. 하물며 남남으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지가 육십갑자 돌아 60년이라니... 김학용(83)·공님(77) 부부가 혼인 60돐을 맞아 새로이 백년가약을 맺는 ‘회혼례‘를 올렸다. 사모관대에 활옷 입고, 원삼 족두리에 연지곤지 찍은 노신랑 신부는 150여 축하객들의 환호속에 그 옛날 치렀던 혼례식을 그대로 재현하며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했다. 지난 28일 한국문화원(원장 임병수)과 다문화연합회(회장 이명희)의 공동주최로 올려진 성대한 회혼례는 이혼을 떡 먹듯이 하는 요즘 세상에 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특별한 행사였다.
1942년 10월15일 전남 광주에서 혼인식을 올린 김학용·공님 부부.
“멋모르고 시집갔죠. 어찌나 떨렸는지... 또 하려니 쑥스럽네요” (할머니)
“60년전이 다시 왔으면 좋겠습니다. 감회가 새로워요” (할아버지)
회혼식은 혼례식과 똑같은 순서로 치러졌다.
교배상에는 촛불, 푸른 대나무 화병, 솔가지 화병, 밤, 대추, 용떡, 술잔 등이 진설됐다. 신랑이 신부집에 가져가는 기러기 의식인 전안례에 이어 노신랑, 노신부가 서로 절하는 교배례, 술을 나눠 마시는 합근례까지, 마치 첫 혼례식처럼 조심조심 치렀다.
다른 것이 있다면 초례청 바로 뒤에 상다리가 부러지는 회갑상이 차려져 있는 것. 회혼식에 이어 바로 회갑상에 앉은 노부부는 맏딸과 맏사위로부터 시작해 자녀들과 손자들의 헌수(술을 따르고 절하는 것)와 선물을 받았다.
뒤돌아보면 필름 한 두루미에 엮어 휘익 지나가듯 잠깐이었을 것이다. 꽃가마, 조랑말 타고 시작된 신혼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장성한 딸 아들 6명에 며느리와 사위들, 손주 11명의 대가족을 이루었다. 결혼해서, 아이들 낳고, 키우고, 시집 장가보내고, 손주들 재롱 보던 60년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노신랑 신부의 얼굴은 그러나 언제 그런 세월이 흘렀는지 깨끗하고 곱기만 했다.
멋적은 신랑-신부 연신 싱글벙글
“60년전 그시절이 다시 왔으면…”
“딸을 많이 낳은 것이 제일 힘들었지요”
장녀 다음으로 아들 낳고 그 다음 줄줄이 딸 넷을 나은 김공님 할머니는 사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딸 낳을 때였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물론 그 반대. 딸이 많아 얼마나 좋은지 모른단다. 장녀 유수경씨(가야무용단장)를 비롯, 모두 훤칠한 키에 미인들인 다섯 딸이 이번 회혼례를 성대하게 준비한 주역들이다.
“청년단원으로, 사업가로 활약하시던 아버님은 워낙 성격이 강하고 엄격해서 어머님은 그저 순종만 하시며 사셨어요. 항상 참으시는 모습이 천사처럼 느껴졌지요. 한국여인의 표상인 삶을 사셨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약 20년전 은퇴후 미국으로 건너온 김씨 부부는 자녀들이 다 출가한 후 지금은 한인타운의 노인아파트에서 ‘소꿉장난하듯 예쁘게 사신다’고 유수경씨는 전했다.
실과 바늘처럼 늘 함께 움직이며 사이 좋게 사시는 모습이 자녀들 마저 시샘 날 정도라는 것.
이날 회혼식에는 친지들 뿐 아니라 한국 문화에 관심있는 외국인들도 많이 참석, 노부부의 해로를 축하했으며 가야무용단 단원들이 회갑상을 받은 노부부를 위해 공연했다.
김씨 부부는 슬하에 1남 5녀와 손자손녀 11명을 두었으며 이중 장녀 수경(54)씨와 경희(47), 응경(42), 혜경(40)씨 등 딸 넷이 미국에 살고 있고 아들 희성(49)씨와 셋째딸 자경(45)씨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회혼례란…
혼례식과 동일… 회갑상 받아
회혼례란 결혼 60주년을 맞는 부부가 자손들 앞에서 혼례복을 입고 60년전과 같은 혼례식을 올리며 ‘해로 60년’을 기념하는 의례이다.
자녀들은 친척 친지들을 초대하여 성대한 잔치를 베풀고 부모의 회혼을 축하한다.
회혼식은 자손들이 모두 생존해 있는 다복한 부부만 할 수 있으며 옛날에는 평균 수명이 짧았기 때문에 회혼례가 극히 드문 일이어서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자손들은 의복을 준비해 노부부에게 혼인의 예를 올리게 하고, 축가도 부르고 절도 하며 금침을 새로 마련하여 신방도 꾸며드린다.
회혼례는 전통혼례식과 마찬가지로 치러지며 곧 자리를 바꿔 회갑상을 받고 축하연을 베푼다. 이 자리에서 자손과 친지들이 축가를 부르거나 자손들이 헌수하며 노래와 춤으로 즐겁게 놀면서 두분의 백년해로를 기린다.
아들, 며느리, 딸, 사위를 비롯하여 친척과 친지는 뜻있는 선물을 해드리고 일반 내빈은 참석하는 것 자체를 축복으로 여겼다.
혼인례 기념일 명칭
▲25주년: 은혼
▲30주년: 진주혼
▲35주년: 산호혼
▲40주년: 녹옥혼
▲45주년: 홍옥혼
▲50주년: 금혼
▲60주년: 회혼·금강석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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