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우리아이들…어떻게 기를까
▶ 공부 잘 하기
■강의 필기
“학교에 갔다오는 녀석이 공책을 보면 써 놓은 것은 없고, 책가방을 보면 CD나 컴퓨터 게임이 들어 있고, 도시락에는 연필부터 시작하여 별별 정크가 다 있어요. 지저분한 아이라고만 생각할지, 혹은 공부에 아주 관심이 없는지…” 교육에 열성인 중학생 창수 어머니의 걱정이었다.
“우리 제인이 성적이 떨어져서 얼마 전에 공책을 보자고 했습니다. 불평을 하면서도 보여주기는 하는데 수업시간에 노트를 하기는 한 모양인데 3분의1 정도는 낙서로 가득 차 있었어요. 왜 이러냐고 물으니 강의시간에 쓸 것이 없다나요!”
위의 두 예는 10대들에게 가장 심한 증세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상 문제아들의 행동은 아니다. 크로포드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강의시간에 노트를 써 가면서 듣는 학생이 훨씬 성적이 우수했다고 한다. 이 연구는 비슷한 성적과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그냥 듣게만 하고 노트 필기를 못 하게 했다. 둘째 그룹은 노트 필기를 하게 했다. 그 이후 (1)강의가 끝나자마자, (2)1주일 후, (3)몇 주일이 지난 후에 시험을 봤다. 시험도 다양하게 주관식, 객관식 등 여러 가지로 보게 했다. 그 결과 시험을 언제 봤건, 또 시험이 어느 형식이었건 강의 중에 노트 필기를 한 그룹이 훨씬 월등하게 점수가 높았다. 강의 노트 필기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1. 선생님의 강의 내용이 책에도 있으니 책에 줄을 긋거나 표시를 해 놓는 법
2. 책에 강의의 내용이 있더라도 자기가 직접 노트에 필기하는 방법
3. 선생님이 직접 요점을 잡아서 그것을 한 장씩 학생에게 주는 방법
4. 강의 도중 필름, 비디오, 영화 등을 보여 주는 방법. 이때도 두 가지가 있다: a. 그냥 화면을 보고만 있는 경우 b. 노트에 써 가며 보는 방법
5. 남의 노트를 베끼는 방법
위의 다섯 가지 방법으로 연구한 결과 학생이 직접 노트 필기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둘째로 효과적인 것은 책에 표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아주 다르다. 즉 학생이 직접 자기가 만든 문장으로 자기 식대로 필기한 것이 아주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그 중 가장 효과가 낮은 것은 선생님이 요점을 미리 다 잡아주는 방법이었다. 이 방법이 겉으로 보기에는 효과적인 것 같았으나 오히려 그 요점만 믿고 강의에 더 신경을 쓰지 않았고 또 이 요점을 중심으로 공부는 했는데 이해는 안 갔다는 결과를 보였다. 선생님이 요점을 칠판에 써 준 것을 베끼는 것은 선생님이 직접 복사해 준 것보다는 효과적이었으나, 별 큰 차이는 없었다. 남의 노트 베끼는 것은 자기 자신이 얼마나 공부를 했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되었다고 한다. 즉 남의 노트 자체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결과는 필름이나 비디오를 보는 것인데 이것은 반대로 화면을 보면서 노트를 하면 오히려 배우는 데 지장이 있었다. 화면이 일단 다 끝난 후 정리를 하고 노트 필기를 한 학생들이 가장 많이 배운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뚜렷하게 한 가지 배울 점이 있다면 필름이나 비디오, 영화를 볼 때만 빼고는 늘 노트 필기를 하는 것이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화면의 경우도 끝난 후라는 것만 차이가 있지 금방 필기를 한 것이 큰 효과를 보았다는 연구였다.
여기서 교육자의 입장으로 볼 때 큰 교훈을 하나 배울 수가 있다. 공부는 항상 자기가 참여자로 직접 뛰어들어가서 적극성을 보일 때만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많은 부모들이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를 공부시키려고 온갖 애를 다 쓴다. 학교에 보내는 것은 물론 과외도 부모가 직접 붙들고 앉아 시키는 경우, 가정 교사를 두는 경우, 학원에 보내는 경우 등 참으로 가지각색이다. 심심찮게 여러 부모들이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냐?’라는 질문을 한다. 그 대답은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부모 스스로가 답을 내리셨으리라 생각한다.
밥을 입에다 넣어주는 것까지는 부모가 할 수 있어도 그 밥을 씹어서 삼켜야 영양 섭취가 되듯이 공부도 스스로 씹고 소화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자꾸 음식을 입에까지 넣어주면 언제인가는 씹어 넘기려 들지 않게 된다. 이 세상에서 공부만은 다른 사람이 해 줄 수 없다. 듣는 척, 읽는 척, 쓰는 척까지는 해도 남의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는 자기 스스로가 뛰어들어가고 싶어야 하고 직접 참여하여 애쓰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이 시기에 적당한 학습법의 종류
학년이 올라갈수록 읽기만 잘 한다고 공부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은 저학년에서는 읽기를 배우는 것이 교과의 주목적이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읽는 것을 통해서 다른 과목을 배우게 된다. 즉 ‘읽기’의 역할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읽기’를 배우다가 언제인가는 배우기 위해 읽는다. 즉 ‘읽기’가 목적에서 수단으로 변한다.
그러면 ‘배우기 위해 읽는다’라는 말은 무엇인가?
역사, 지리, 영어 등은 그 글의 내용을 이해해야 공부가 되기 때문에 학습 독서를 통해서 한다(여기에서 미술, 음악, 조각, 수학은 각각 그 분야의 언어가 있으므로 예외로 한다. 그러나 수학의 응용 문제는 읽기의 일부이고, 미술, 조각, 음악도 그 이론의 공부 내용은 학습 독서에 포함이 된다).
저학년 때는 학습법이 거의 필요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학생들이 어려서는 공부를 아주 잘 했다가 고학년이 되면서 성적이 조금씩 떨어지는 원인이 주로 이 학습법이 부족하여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각 과목에 따라 능률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학습법이 연구되어 있다. 다음 장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Chaptre4-Ⅱ. 각 과목에 적합한 학습법 참고) .
■학습법을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점검하기
1. 학생의 읽기 수준과 어휘력 수준이 최소한 자기 학년에 도달해 있는가?
예를 들면 10학년이 될 학생일 경우 그 학생의 독서 수준은 9.9에서 10.0학년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휘력 수준도 보통 읽기 수준과 비슷하든지 6개월 이상은 앞서 있어야 한다. 즉 어휘력 수준은 10.5∼10.6 정도는 되어 있어야 한다.
읽기 수준 측정은 1년을 12개월로 보지 않고 방학을 고려하여 10개월로 간주한다. 그렇다고 방학 동안에는 책을 안 읽히거나 공부를 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여름이나 겨울방학 동안에 전혀 책을 안 읽은 학생은 그 읽기 수준이 올라가지는 못해도 떨어지지는 말아야 하는데 반대로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2. 써 놓은 글이나 말을 했을 때 그 지시대로 따라서 할 수 있는가?
우리가 얼른 생각하면 그것도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것은 ‘눈이 있으니 써 놓은 글을 읽고 그대로 하고, 귀가 있으니 들리는 대로 듣고 그대로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하라는 지시가 하나 둘이면 가능할지 몰라도 3∼5개가 넘었을 때, 그것도 서로의 연결이 없을 때에는 그 지시대로 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말로 할 때는 함정이 있지만 써 놓은 글이야 없지 않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런데 도중에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주위의 문맥을 보고도 추측도 할 수 없으면, 그 단어 자체가 함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독서 수준에서 어휘력 수준이 약 6개월 앞서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전정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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