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10여개 대학신문 - 잡지 연재
전용 웹사이트에 한달 1백만명 접속
LA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요즘 그런 경험을 하기 힘들지만 20~30년전만 해도 미중산층이 사는 교외지역에서 동양계에 대한 인종차별은 노골적이었다. 샌디마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릴라 리(27)씨는 그 상처와 아픔이 분노가 되고, 그 분노를 창조적 열정으로 표출한 만화가 겸 배우다.
지난 97년 ‘성난 아시안 소녀’(Angry Little Asian Girl)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으로 데뷔, 미국 만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그녀는 어린 시절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들에게 당했던 놀림과 모욕을 만화속 인물을 통해 풀어냄으로써 아시안 뿐 아니라 소외감을 느껴온 모든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녀가 만화를 처음 그린 것은 UC버클리에서 수사학을 전공하던 1994년,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구경하던 날 밤이다. 한결같이 공격적이고 쇼비니스트적인 백인 주류만화가들의 카툰만이 넘쳐남을 본 그녀는 어린 시절의 상처와 분노가 되살아났고 그날 밤을 새워가며 타이핑 용지에 크레욜라 마커로 그림을 그렸다.
주인공은 교외 지역에서 성장하는 동양계 소녀 킴. 집에서는 막내라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학교에 가면 아시안이기 때문에 무시당하는, 그러나 속은 야망과 분노로 가득찬 깜찍한 소녀, 즉 릴라 리 자신의 분신이다.
첫 만화는 킴이 백인 일색의 학교에 처음 가던 날 겪는 이야기. 스토리를 몇 장면으로 나누어 그린 뒤 자신의 목소리로 설명하면서 비디오에 담은 것이었다. 이렇게 태동된 ‘성난 아시안 소녀’는 그러나 오랫동안 서랍 속에 들어가 빛을 보지
분노가 처음으로 표출된 탓인지 그녀 자신이 보기에도 너무 원색적인 느낌이 들었기 때문.
그로부터 3년후 릴라는 그 작품을 다시 꺼냈다. 비디오를 다시 보고 손질하여 몇 개의 컬렉션을 만든 그녀는 자신을 화나게 했던 바로 그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시험삼아 보냈다. 그런데 주최측이 놀랍게도 그 작품의 전시를 의뢰했고 이를 본 LA타임스와 LA위클리가 그녀를 떠오르는 신예로 호평하면서 만화가로서의 릴라 리의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정식으로 그림이나 애니메이션을 배운 적이 없었지만 어려서 미술을 잘 했던 그녀는 스스로 배워가며 코믹 스트립을 그렸다. 힘들었던 것은 같은 인물을 똑같이 그려내는 것. 그러나 라잇 박스를 놓고 여러번 그리는 연습을 통해 테크닉을 익혔다.
코믹 스트립은 한인들에게는 익숙치 않은 미국식 만화로 서너개 또는 대여섯개의 짧은 패널 안에 서민들의 삶을 대변하는 만큼 만화가 개인에 따라 견해가 다르고 유머가 다르며 그림도 개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릴라의 만화도 그림이 점점 좋아지고 등장인물도 더 많아지면서 독자층도 확대됐다.
다른 인종들, 타문화권에서 성장하는 소녀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다는 사실에 착안, 여러 인종의 친구들을 만들어 이야기를 다양하게 풀어가기 시작한 것.
공주같이 예쁘지만 부모가 이혼해 불행한 백인 소녀 데보라, 똑똑하고 긍정적인 흑인 소녀 완다, 늘 우울하고 부정적인 자일라, 순진하고 꿈 많은 라틴계 소녀 마리아등 킴을 포함한 5명의 소녀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아픔과 경험이 특유의 귀엽고도 신랄한 유머 속에 녹아있다.
따라서 제목도 ‘성난 아시안 소녀’가 아니라 ‘성난 소녀들’(Angry Little Girls)로 바뀐 이 코믹 스트립은 지금 국내외 10여개의 대학신문들과 잡지들에서 연재하고 있고 웹사이트(www.angrylittlegirls.com)는 한달에 1백만명씩 접속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6월말 한국의 출판사를 통해 영어와 한국어로 된 코믹북 ‘앵그리 리틀 걸’을 출판한 릴라 리는 앞으로 미국 출판사에서도 코믹북을 출판하는 것이 목적. 또한 만화속 주인공들을 한 사람씩 등장시키는 그래픽 소설도 집필중이다.
작은 키에 깜찍한 외모를 가진 릴라 리씨는 연기력도 뛰어나 TV 배우로도 활동중이다.
내년 1월중 방영될 ‘트레머스’(Tremors·사이파이 채널)에서 조디역을 맡아 최근 멕시코에서 촬영중이고 ‘너에 관해 좋은 것’(What I like about You·WB)과 ‘스크럽스’(Scrubs·NBC), ‘프렌즈’(Friends), ‘참드’(Charmed), ‘펠리시티’(Felicity) 등의 프로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이응주·봉순씨의 4자매중 막내딸로 내년 4월중 그녀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PBS에서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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