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사회 홍보 앞장선 두 한인여성 스토리
▶ LA타임스‘한국음식’집필 세실리아 혜진 리 씨
재주 많은 2세 한인여성들이 주류사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바로 얼마 전 태미 유씨가 판사로 지명돼 한인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지만 그렇게 대단한 분야가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특별한 재능을 살려 미국사회에 창조적인 한국 문화를 알리는 젊은 여성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코믹 스트립을 통해 동양계 소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만화가 겸 배우 릴라 리씨와, LA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를 통해 한국음식과 요리를 소개하고 작가, 화가, 디자이너로 활약하는 세실리아 혜진 리씨가 그런 여성들이다.
집에서 배운 30여가지 요리법 소개
레서피외 음식에 얽힌 마음도 담아
‘김치 파워(The Power of Kimchi)’‘설날(Korean New Year)’‘한국의 추석(Havesting Tradition in Korea)’ ‘잔치집 소녀’(Chanchi Girl)...
지난 2년여동안 LA타임스 푸드(Food) 섹션에 실렸던 한국요리 기사제목들이다. 몇 달에 한번꼴로 푸드 섹션 1면을 가득 채우는 맛깔스런 한국음식 사진들과 입담 좋은 스토리들을 볼 때마다 글을 쓴 ‘세실리아 혜진 리’(Cecilia Hae-Jin Lee·31)가 누군지 궁금했다.
분명히 영어권의 한인여성인데 한국요리에 대해 1세 주부보다 해박한 지식을 가진 요리전문가(?) 이런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녀는 그림 그리는 화가이며, 글 쓰는 작가이며, 사진 찍는 사진작가, 또 그래픽 디자이너에 아트 코디네이터, 한 마디로 갖가지 예술적 재능에 미각까지 고루 갖춘 전천후 아티스트다.
그녀의 글에서 ‘돼지 갈비’는 아버지가 망치로 고기를 두드리는 소리로부터 시작된다. ‘김치’ 레서피에는 어머니가 큰 다라이에 빨간 속을 버무려 배추에 집어넣는 사진이 등장하고, ‘닭 육개장’의 요리법에는 한 여름철 뜨겁고 매운 음식으로 더위를 이기는 한국인의 이열치열 지혜가 아울러 소개된다.
잡채와 녹두부침개가 입맛을 다시게 하는 ‘잔치음식’ 기사에서는 어린 시절 잔칫날 온통 북새통을 이루던 대가족의 부엌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으며, ‘송편’에서는 한국에서 겪은 추석의 경험-귀성길 전쟁끝에 친척들과 함께 빚는 송편 이야기가 맛깔스럽게 쓰여져 있다. 그녀의 요리와 글에는 레서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이야기가 있다.
어릴적 이민와 이곳서 자라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함께 나눈 음식, 음식을 통한 사랑, 그 끈끈한 한국의 전통과 문화가 배어있어 읽는 사람의 마음을 경쾌하고 따뜻하게 감싸곤 한다.
이씨가 LA타임스에 기사를 쓰게된 동기는 의외로 단순하다. 맛있는 우리음식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에 LA타임스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은 편지를 보냈고 그 가치를 인정한 편집자의 적극적인 협조와 후원으로 본격적으로 기사를 쓰게 된 것.
설날엔 떡국과 신선로, 추석엔 송편과 산적, 한여름엔 물냉면과 닭육개장, 에 심지어는 멸치볶음에 마늘장아찌까지 웬만한 젊은 주부들도 모를 요리법들을 각 명절이나 음식에 얽힌 추억들을 곁들여 흥미진진하게 소개했다. LA타임스 독자들로부터의 반응도 매우 좋았다고 한다.
LA타임스에 소개한 30여가지의 요리법들은 거의 모두 집에서 배운 것이다. 집안에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마다 손님들 초대하기를 즐기고 잔치를 베풀던 부모님의 어깨너머로 본 것도 있고, 그녀 자신이 요리책을 보고 직접 만들어보면서 배운 것도 많다.
한국음식 요리법을 소개할 때 쉽지 않았던 것은 정확한 재료의 양을 알아내야 했던 것. 대부분의 우리 음식은 어머니들이 손대중, 눈대중으로 간을 하면서 맛을 내기 때문에 그 ‘손 맛’을 수치로 산출해 적어내기란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7세 때 이민 온 이혜진씨는 이팔우·미자씨의 2녀1남중 차녀로 UC샌디에고에서 미술과 생물, 화학을 공부했다. 요즘은 보일 하이츠에 있는 한 체육관을 위한 공공미술 작업 중에 있으며, 두 편의 창작동화와 영어로 된 한국요리책도 집필 중이다.
2004년 출판될 요리책 ‘Eating Korean’을 위해 직접 음식을 만들고, 요리법을 쓰고, 사진을 찍는 일까지 모두 혼자서 하고 있다는 이씨는 LA지역에 있는 한국음식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아시안 음식점을 소개하는 포켓용 지도책 ‘Chopsticks’도 만들고 싶단다.
한편 “각기 다른 문화에서 온 어린이들을 소재로 한 창작동화의 집필도 계속하고 싶다”는 이씨는 “재미있으면서 교훈적인 한국전래동화를 한글을 모르는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영어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화계에 종사하는 미국인 남편도 한국음식광이라며 “얼마 전에 부침개를 만들었는데 남편이 ‘양념간장’이 필요하다며 직접 만들어 오더라”고 소개한 이씨는 “LA타임스의 푸드 섹션 담당자가 교체되면서 요즘은 한국요리 기사에 대한 관심이 줄었지만 기회가 올때마다 한국을 알리는 중개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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