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봄 거리는 더욱 더 여성스러워진다”
▶ 또다른 특징은 실용성과 단순함
내년 봄 거리는 더욱더 여성스러워진다’
세계 패션계는 2003년 봄을 준비하고 있다. 런던의 패션위크를 필두로 뉴욕, 밀라노, 파리로 이어지는 세계 4대 패션쇼가 그 어느 때보다 한결 밝고 생동감이 넘쳐 패션계는 화려한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다. 핑크, 올리브, 라벤더 블루, 베이지 등 밝고 부드러운 파스텔 색상이 다시 부상하고 프릴과 리본 등 로맨틱한 장식, 새틴 실크 레이스 시폰 등의 소재가 동원돼 여성의 몸매를 가장 아름답게 드러내는 실루엣이 새로운 유행을 창조하고 있다. 자기만의 개성과 매력을 지닌 무정형의 미인이 각광받는 여성의 시대, 21세기에 걸맞게 패션계는 비너스처럼 정형화된 아름다움이 아니라 각자가 파괴하고 창조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자아실현이 가능한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테러의 휴우증을 극복하고 세계 패션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해 활기찬 변화를 시도한 2003년 뉴욕 봄·여름 컬렉션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유명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패션 작품들을 통해 내년 봄 유행할 패션 트렌드를 미리 살펴본다.
봄·여름 패션 코드는 한마디로 ‘극단적 여성성(Ultra Femininity)’이다.
전반적인 이미지는 여체의 곡선을 부드럽게 드러내거나 하늘거리는 소재로 여체를 감싼 섹시함을 표현해 ‘사랑스러운 도발’이 두드러진다.
치맛단이 크게 퍼지는 시폰, 레이스 소재의 플레어 스커트, 아슬아슬할 길이의 짧은 미니 스커트와 핫팬츠, 화려한 큐빅이나 구슬장식과 나풀거리는 러플로 장식된 블라우스 등 과장되게 멋을 내 여성성을 강조한 의상들이 주를 이뤘다.
마크 제이콥스, 도나 캐런, 캘빈 클라인, 타미 힐피거, 안나 수이, 베라 왕 등 유명 디자이너 60여명이 신작을 선보인 뉴욕 컬렉션의 경우 9·11이후 차분해진 사회 분위기와 경기침체의 여파로 ‘실용성(Wearable)’과 ‘단순함(Simplicity)’이 강조된 게 또 다른 특징이다. 면, 데님 등 미국 특유의 실용성을 강조한 소재와 날아갈 듯 가볍고 섬세한 소재를 사용한 의상이 많고 하늘거리는 실루엣의 심플하고 편안한 옷차림으로 여성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여기에 뉴욕 출신의 디자이너인 마크 제이콥스, 마이클 코어스, 나르시소 로드리게스 등은 유럽적 감성에 미국적 실용성을 조화시킨 ‘유럽풍 미국패션’을 선보였고 다양한 핑크톤을 대거 등장 역시 여성성을 부각시켰다.
9·11 테러 1주년을 의식해 미국 국기에서 모티브를 딴 스트라이프 셔츠를 굵은 스트라이프 면 스커트와 결합시킨 앤 클라인의 작품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진주만 공습을 상징하듯 진주 모양 프린트를 많이 사용하고 미국의 장밋빛 시절인 1950년대 복고룩을 선보인 도나 캐런의 작품들은 미국인의 애국심 무드를 보여준다.
또한 도나 캐런은 마릴린 먼로풍의 홀터 드레스와 잔주름으로 가슴을 강조한 물방울무늬 원피스가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캘빈 클라인의 작품들은 가슴과 허리 등 몸의 곡선을 따라 정교하게 커팅된 저지와 새틴 드레스들로 한층 가벼워졌다
뉴욕 패션계의 신예인 나르시소 로드리게스가 선보인 다양한 명도와 채도의 핑크 패션과 타이트 스커트의 컴백이 눈길을 끌었고, 꽃무늬 프린트에 허리선을 가슴 아래까지 바짝 올린 하이 웨스트 원피스로 귀여운 분위기를 연출한 마크 제이콥스와 발랄한 물방울 패턴을 선보인 마이클 코어스 등이 전체적인 패션 트렌드로
뉴욕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받은 디자이너는 마크 제이콥스. 루이 뷔통의 수석 디자이너이기도 한 그는 영국의 패션지 ‘카운터컬처’ 최근호가 선정한 ‘패션계의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에서 전 구치 수석디자이너 톰 포드와 캘빈 클라인 등 ‘거물급 들을 제치고 황제의 자리에 올라 화제가 됐다.
마크 제이콥스의 콜렉션은 달콤한 복고풍 이미지와 1950년대 빈티지 룩에 토대를 둔 화사하고 단아한 분위기를 자아낸 게 전반적인 특징이다.
또한 런던 스트리트 패션을 반영한 복고풍 남녀 의상을 선보인 케네스 콜은 밀리터리 룩과 구식의 빈티지한 감각적 의상으로 새로움을 좇는 패션 리더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베이지톤의 정돈된 남성복, 검정, 흰색 등의 무채색으로 소재는 면을 위주로 해 거친 듯한 느낌을 주는 면 재킷에 조화 된 하늘거리는 원피스, 작은 꽃무늬와 수천 소재의 여성복 등 ‘도심 속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메트로폴리탄 패션을 창조했다.
케네스 콜이 선보인 캐주얼은 히피풍이 가미되고 로맨틱한 장식적 요소가 최소화된 심플한 스타일이었고 마치 속옷과 브라를 옷 밖으로 끄집어 낸 듯한 여성 상의나 군복의 ‘건빵 주머니’를 가슴 주머니로 변형한 남성 상의 등 독특함이 느껴졌다.
이외에 타미 힐피거는 검은색 투 버튼 턱시도 재킷에 페이즐리 무늬가 들어간 파란 면바지와 스니커즈를 코디했고 DKNY는 밝은 핑크색과 흰색 물방울 무늬를 사용해 로맨틱한 분위기를 풍기는 플레어 스커트. 셔츠와 상의는 몸에 꼭 맞게, 치마는 밑단이 넓게 퍼지는 1950년대 복고풍 스타일로 주목받았다.
<하은선 기자> eunseonh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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