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때문에 ‘생각지도 못했던’ 지출을 했다는 한인들도 주변에는 꽤 된다.
풀러튼의 배모씨는 최근 은퇴연금인 401(k)를 이용해 2만 달러를 융자받아 큰맘 먹고 부엌을 고쳤다. 경기가 좋아지면 하려고 미뤄왔지만 이자율이 고작 4.75%라는 이야기를 듣고 결정을 앞당겼다. 라팔마의 김모씨는 라인 오브 크레딧에서 4만 달러를 꺼내 자동차의 할부금을 페이오프하고 나머지 돈은 집수리에 사용했다. 저금리가 지출의 직접 원인이었다.
한쪽에서는 대출금리가 낮아져 융자금 상환 부담이 적어졌다고 희색인 반면 안전한 목돈 마련처로 은행을 이용하던 한인들은 “예금 이자율이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쳐 오히려 손해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고민”이라고 아쉬워한다. 한미은행 최운화 부행장은 “증시 불안이 계속되면서 저금리에도 불구 투자 자금은 은행권으로 몰리고 있다”며 “올 초부터 머니마켓, 세이빙스, 적금 등의 신규 계좌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0%로 차 구입 앞당겨
‘이보다 더 낮을 수 없다’라는 말은 자동차, 피아노, 가전 등 주요 업종에 그대로 적용된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는 테러이후 0% 파이낸싱 프로그램을 사실상 쉬지 않고 있다. 지금은 이 같은 무이자 할부를 2003년 모델에도 적용한다.
0% 이자 등 인센티브 경쟁이 치열해지며 한인 중에는 ‘차는 나중에 살수록 이익’이라는 인식 으로 구입을 미루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멀쩡한’ 차를 바꾸거나 구입시기를 앞당기는 경우도 많다.
‘버몬시보레뷰익’의 스티브 박 매니저는 “한인들의 경우 미국인들 보다 이자율에 더 민감한 편”이라며 “고객 중에는 아직 멀쩡한 차가 있는데도 0% 때문에 차를 미리 사거나 전혀 문제가 없는 차를 트레이드인하는 경우도 있다”고 저금리 시대의 분위기를 귀띔했다.
대부분 업소가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는 가구도 마찬가지로 업계에 따르면 전체 고객 중 15-20%가 0%이자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갤러리 가구’ 잔 김씨는 “고객 대부분이 구입 전 무이자 할부가 가능한지를 먼저 묻는다”며 “하지만 한인 중에는 크레딧 자격이 되지 않는 경우도 적잖다”고 전했다.
0% 파이낸싱을 10여 년 전부터 도입한 가전의 경우 고객의 욕구를 반영, 할부 기간도 3-18개월까지 다양하다. ‘코스모스 전자’의 두진언 부사장은 “플라스마 TV 등 고가 가전품은 0% 파이낸싱 없이는 매출이 큰 타격을 입을 정도”라며 “1년 무이자를 실시하는 기간의 매출은 평소보다 30%나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인들의 무이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99달러제품 구입시 3개월짜리 프로그램은 항상 실시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아파트 렌트서 내 집 마련
월 1,400달러의 렌트로 타운내 2베드룸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이모씨는 최근 과감히 집을 사기로 결정했다.
비싼 렌트를 내느니 낮은 모기지 금리를 이용, 세금 혜택도 보고 내 집도 장만하자는 생각에서다. 25만 달러정도 콘도를 구입할 경우 5%인 1만5,000달러 정도만 다운페이 하면 월 페이먼트는 1,500달러선으로 아파트 렌트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최근 아파트 렌트는 치솟는 반면 모기지 금리는 바닥세에 머물자 아파트 렌트에서 ‘내 집 마련’쪽으로 급선회한 한인들이 늘고 있다.
‘뉴스타 부동산’의 에디 김 부사장은 “최근 집을 구입한 바이어 중 절반이상이 아파트에 살던 사람”이라며 “아파트 렌트의 강세와 낮은 모기지 금리가 계속될수록 이 같은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저금리 시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모기지다. 올 들어 최저치를 계속 경신하던 모기지 금리는 9월 첫 주 현재 30년래 가장 낮은 수준인 5.99%를 기록, 마지노선이라던 6% 벽을 허물었다. 지난해 3월 평균 금리가 7.18%인 점을 감안하면 1년 6개월 새 무려 1.19%P나 떨어진 셈이다. 최근 부동산 거품론 등으로 뜨겁던 부동산 시장이 잠잠해지기는 했지만 모기지 금리가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 갈 경우 쉽게 냉각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저금리에 따른 소비지출이 늘어나면서 후유증도 나타나고 있다. 무디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1·4분기 가구 당 평균 크레딧 카드 부채는 8,367달러로 지난 10년 새 무려 160%나 치솟았다.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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