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를 졸업하는 한인 2세들이 날로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와 비례해 주류사회로 진출하는 한인 젊은이들의 숫자도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 똑똑하고, 영어 잘하고, 일도 나무랄데 없이 잘 하는 2세들이 많지만 미 유수기업에 들어가는 사람은 아직까지 극소수에 불과하다. 문제는 잡 인터뷰. 서류심사 다음에 하는 면접에서 대부분 낙방하고 만다. 대기업의 잡 인터뷰에는 보이지 않는 룰이 있다. 그 룰은 상류층으로 갈수록 더 까다로워 그 세계에 익숙치않은 아시안들은 여기서 유리 천장에 부딪쳐 떨어진다. 최근 미 증권계에서 손꼽히는 기업 ‘살로먼 스미스 바니’사에 350 대 1의 경쟁을 뚫고 취직된 2세 여성이 있다. UC버클리를 조기졸업한 재원 제니퍼 리(22)씨. 그녀가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인터뷰 경험담을 소개했다. 미국에서 자녀를 키우는 1세 부모들도 알아두면 좋을 ‘일류 취업’ ABC 다. <정숙희 기자>
"미국 대기업의 사무실은 ‘올드 보이즈 클럽’입니다. 키 크고, 시가 피우는 백인남성들의 사회란 뜻이죠. 샌프란시스코의 살로먼 스미스 바니에도 여자는 거의 없어요. 동양인이며 여자인 직원은 나 혼자뿐입니다. 당연히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알게 모르게 있지요. 그러나 그걸 의식하면 더 힘들어질 뿐이고, 일단 어려운 자리에 오른 아시안 여성은 후배들이 따라 올라오도록 끌어주고 밀어줘야 합니다"
이영송 전 평통회장과 소아과의사 이정애씨의 딸 제니퍼 리씨가 졸업하던 무렵 취업시장은 최악이었다. 기업들이 졸업생 유치를 위해 한창 나와야할 때 9.11 테러가 발생했기 때문. 거의 모든 기업이 캠퍼스 리크루트를 중단했고 졸업생들은 잡을 찾아 여기 저기 이력서 내기에 바빴다.
제니퍼도 여러군데 투자회사에 이력서를 내고 인터뷰를 준비했다. 그중 한 곳이 그녀가 인턴으로 일해온 ‘살로먼 스미스 바니’. 여기에는 1명 채용에 350여명이 몰려 초반부터 그녀의 기를 꺾었다.
서류심사로부터 3회의 인터뷰가 2주동안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그때 마침 다른 2개의 회사와도 각각 세차례씩 인터뷰가 있었기 때문에 엄청나게 긴장된 시간들을 보내야 했다. 첫 인터뷰는 서류심사에서 추려진 50명이, 두 번째 인터뷰는 5명이 대상이었다. 마지막으로 치른 세 번째 인터뷰에는 제니퍼와 또 다른 여자 둘이서만 남았다. 1차는 해당지역 책임자가, 2차는 북서부관할 책임자, 3차는 서부 전지역 헤드가 인터뷰를 했다.
"첫 인터뷰가 가장 어렵습니다. 그 사람이 해당 업무를 맡을 능력이 있는지 그 실력을 심사하는 기본적인 단계이기 때문이죠. 일단 1차 인터뷰에 통과하면 그 다음 2차와 3차 인터뷰는 더 이상 실력을 문제삼지 않고 성격과 대인관계 등 그 사람의 인간됨을 살펴보는 심사를 합니다"
1차에서 많이 묻는 질문이 "당신에 관해 이야기해보라" "당신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한가지씩 말해보라" "왜 이 일을 하고 싶어하는가?" "당신이 이 일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왜 이 회사를 택했는가?" 등등 사람에 따라 매우 다른 답변이 나올 수 있는 것들이다.
"너에 관해 이야기해보라"는 질문을 통해 면접관이 알고 싶은 것은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의 사고방식과 대답하는 태도 같은 것이다. 이때 횡설수설하거나 두서 없이 말하면 낙제점. 별 내용이 없어도 초점과 논리를 갖췄거나 똑 부러지게 말하면 큰 점수를 얻는다.
이 질문에 제니퍼는 집에서 연습한 대로 자신의 레주메를 머릿속으로 한번 훑은 다음 과거의 경력과 경험, 현재의 상태, 그리고 미래의 희망까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는 장점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항상 적극적이며 외향적인 성격’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기업 간부들은 똑똑하고 잘난 직원보다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원만한 성격의 직원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 또 단점에 대해 그녀는 경우에 따라 장점으로 비쳐질 수 있는 것을 들어 은근히 자기 홍보도 겸했다. 즉 "너무 꼼꼼하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해야만 마음이 놓이는 성격이라 어떤 사람들은 부담스러워한다"는 것.
제니퍼는 또한 지원한 회사에 대해서도 미리 연구한 후 인터뷰에 들어갔다. 회사의 철학과 특징, 지역사회에서의 위치와 기여등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것이 거의 모든 질문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1차 인터뷰를 통과한 후보들은 모두 실력면에서는 합격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2차와 3차 면접관들은 더 이상 일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고 이 이야기, 저 이야기하며 지원자의 성격을 살펴본다.
제니퍼는 2차 인터뷰때 무려 20여분간 골프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고 술회한다. "직원은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좀 인간적인 이야기도 섞는 것이 좋아요. 특히 남들과 다른 경험을 했다면 그 이야기를 해도 좋지요. 저는 승마와 골프, 발레를 많이 했기 때문에 그 이야기로 꽃을 피웠답니다"
3차 인터뷰는 호텔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이루어졌다. 포멀한 분위기를 떠나 캐주얼하게 사람을 보기 위해서다. 후보가 두사람만 남았다는 사실을 안 제니퍼는 자신을 가졌다. "난 분명히 할 수 있어. 난 저사람보다 유리하니까"라는 생각을 되뇌며 인터뷰장으로 향했다.
서부지역 총책임자인 심사관은 그녀에게 와인을 권했지만 그녀는 소다를 시켰다. 잔뜩 긴장했던 것과는 달리 그는 전혀 일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것저것 몇 마디를 묻고는 그 때부터 그냥 대화를 이어갔다. 이 단계는 그저 후보를 만나보는 것이지 능력이나 성격을 알아보기 위한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돌아온 그녀는 얼마 안 있어 자신이 최종 승자가 되었음을 알았다.
제니퍼는 자신의 성공의 요인을 두가지로 꼽는다.
첫째 뚜렷한 목표의식이다. 제니퍼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자신의 진로를 법대 아니면 비즈니스로 정하고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때문에 필수와 선택등 이수해야할 과목을 분명하게 알고 공부해 빨리 마칠 수가 있었다. 더구나 매 학기마다 남들보다 많은 15~17 유닛씩 듣고 서머스쿨도 쉬지 않고 다닌 그녀는 작년 12월 조기 졸업, 그 때부터 취업을 준비했다.
둘째 인턴십이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제니퍼는 이미 1년이상 이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고 있었다.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익숙한 것은 당연하고 기업에서도 자기네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을 뽑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 그녀는 대학생들에게 좋은 기업에서 반드시 인턴십을 하라고 강조한다.
"인턴으로 들어가면 돈은 못 벌지만 얻는 것이 너무 많아요. 사람들을 알게 되고 커넥션이 생기지요. 또 실제 일을 해봄으로써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게 됩니다"
3개월전 리저널 애널리스트로 입사한 제니퍼가 지금 하는 일은 대기업들의 투자현황과 방법, 결과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일. 이들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했으며, 얼마나 잘 했나를 리서치하는 일이다. 일을 잘하면 앞으로 1~2년내에 매니저로 승진되거나 브로커가 되기도 하고 스카웃 기회도 많아 전망이 아주 밝은 편이다. 대개 2년후에는 연봉이 여섯자리 숫자로 올라가는등 재정적으로도 걱정이 없지만 제니퍼는 머잖아 학교로 돌아가 MBA를 마칠 생각. 패션산업계에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경영하는 CEO가 되는 것이 그녀의 꿈이다.
취업전선에 나선 한인 2세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은 "절대 포기하지 말라"(Don’t give up)는 것. 첫 번부터 되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다음에 된다’는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경기 탓만 돌리지 말고 더 열심히 도전할 것을 강조하는 그녀는 별로 마음에 안 드는 회사에도 계속 지원, 연습삼아 인터뷰를 많이 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인터뷰 요령>
1. 연습한다. 인터뷰때 묻는 질문은 대개 비슷하므로 미리 자신의 답을 소리내어 말해본다.
2. 준비한다. 지원하는 회사와 면접관의 이름, 직책등에 대해 미리 알아둔다.
3. 인터뷰 5~10분전에 도착한다. 트래픽에 대비, 미리 가보는 것도 좋다.
4. 침착하게 임한다. 질문내용을 끝까지 잘 듣고 면접관의 눈을 보며 이야기한다.
5. 아는 것을 보여준다. 답변할 때 이 회사에 대해 아는 바를 적절히 섞어가며 말한다.
6. 인터뷰 후 면접관들에게 땡큐 노트를 보내 관심을 상기시킨다.
<인터뷰 드레스 코드>
인터뷰에서는 옷을 어떻게 입었는지가 첫 인상을 크게 좌우하므로 주의한다. 인터뷰 가기 전날 옷을 모두 입어보고 전신거울을 통해 이미지가 어떤지 객관적인 눈으로 살펴본다. 너무 타이트하거나 너무 헐렁한 옷, 너무 유행을 타는 옷은 좋지 않다. 또한 덜 입는 것보다는 많이 입는 편이 낫다.
▲단색의 보수적인 정장과 거기에 맞는 셔츠나 블라우스를 입는다. 남자는 곤색이나 회색 양복이 무난하다. 검은 색은 너무 포멀하므로 피한다 ▲셔츠는 흰색이나 하늘색을 반드시 잘 다려 입고 타이는 좀 대담한 색상이나 무늬도 좋다 ▲신발은 평범한 중간 굽높이의 구두 ▲머리는 반드시 단정하게 빗을 것 ▲화장을 너무 진하게 하거나 향수(애프터 셰이브)를 많이 뿌리지 않는다 ▲보석류와 액세서리를 많이 하지 않는다 ▲브리프케이스에 포트폴리오, 펜과 메모지를 준비해 들고 간다.
<디너 인터뷰 에티켓>
대기업에서는 1차, 2차 면접에서 붙은 후보들에게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디너 인터뷰를 실시하곤 한다. 이것은 그 사람의 사회성과 테이블 매너, 사람들과의 대화기술등을 보기 위한 것으로 평소에 세련된 에티켓이 몸에 배어있지 않으면 긴장된 분위기 속에 실수하기 쉽다.
▲미리 식당에 들러 메뉴를 봐놓고 화장실이 어딘지도 알아둔다.
▲예의를 갖춰 호스트나 웨이터에게 ‘Please’와 ‘Thank you"를 잊지 말고 한다.
▲포크 나이프 사용법과 양식 먹는 법, 식탁 매너를 잘 지킨다.
▲입에 음식이 가득 들었을 때는 말하지 않는다.
▲먹기 쉬운 음식, 쉽게 잘라서 한 입에 넣고 씹기 좋은 것을 주문한다.
▲먹기 힘들거나 입 주위가 지저분해지는 음식, 예를 들어 뼈 있는 치킨이나 립(rib), 너무 큰 샌드위치, 소스가 많은 파스타, 껍질을 벗겨 먹어야 하는 랍스터 등은 금물이다.
▲호스트가 권한다 해도 알콜 음료는 절대 시키지 않는다.
▲메뉴에서 가장 비싼 앙트레는 오더하지 않는다.
▲식사중 남의 이야기를 잘 들으며 대화에 참여한다.
▲식사비와 팁은 회사측에서 내는 것이므로 빌을 집어들지 말라.
▲땡큐 카드를 보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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