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가 불황에 빠졌던 시기인 1991년 당시의 주택경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 때는 부동산 가격이 일반 경제의 침체와 동반 하락했다.
특히, 1980년대 후반엔 극도의 호황을 누렸던 뉴욕, 보스턴, LA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내렸었다.
LA지역은 1990년 초부터 1996년까지 계속해서 20% 이상 내렸다. 요즘 부동산 가격이 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맨 먼저 꼽는 주요 근거는 낮은 주택금리이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 불경기 때 이자율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은 지역에 따라서 대폭 하락했음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일반적으로 인플레 현상 때문에 명목 주택가격이 떨어지는 일은 좀체 없다.
1975년부터 현재까지 전국적인 가격 추세를 보면 1970년대 중반, 1980내 초, 그리고 1990년대 초반에 각각 주택명목가격의 하락을 경험했을 뿐 대부분 다른 해에는 적어도 명목가격은 주택시장 침체기에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질 주택가(인플레 요소를 제거한 뒤의 실질가격) 변화를 보면 과거 27년 동안에 적어도 반 이상 주택실질가격이 하락했었다. 따라서 극심한 불경기가 아니면 인플레 요소를 포함한 주택명목가격은 좀처럼 하락하지 않지만 경제가 나빠지면 주택거래량이 거의 예외 없이 줄어든다.
경제활동의 일반 특성에서 보듯 거래 건수가 줄면 재고가 쌓이고 정도가 지나치면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주택가격의 두 번째 특성으로 타성적 변동을 들 수 있다. 즉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오른 이유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더라도 한동안 계속 오르지만 그 반대로 가격이 일단 내리기 시작하면 거의 타성적으로 계속 내리는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주택가격의 이런 특성은 주택가격의 과거 지향적 성격을 반영하는 것이다. 미래 주택가격이 미래 경제예측에 의해 정해지기보다는 과거 경제 실적에 더 좌우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성격 때문이다. 집을 사고 파는 사람들에게 많은 시사를 주는 부분이다.
최근 주택가격 상승 현상 속에 거품이 얼마나 들어 있는 것일까? 주식시장에서 보듯이 거품은 숙명적으로 빠지게 되어 있다. 만약 주택시장에도 거품이 형성됐다면 그것이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필자는 주택시장의 거품존재 여부를 가늠할 때 꼭 주택가격 인상률과 소득 증가율을 우선 비교해 본다. 만약 집 값이 가계소득 증가를 훨씬 앞서서 증가하고 있으면 주택시장에 거품이 들어있다고 판단하지만 두 변수간의 차이가 위험수준 이내일 때는 걱정하지 않는다.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판단될 때는 투기성 주택수요가 판을 친다.
이때는 가계대차 대조표에서 부동산 비용이 과다하게 늘어남으로 모기지 지불이 힘겹게 느껴진다. 주택시장의 최근 현상을 보면 이 지수가 아직은 위험수위를 넘지 않았지만 그 선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에 추후 주택가격 상승률은 상당히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주의 부동산 시장은 어떤가? 가장 최근 데이터인 6월 중 부동산 거래세 징수상황을 보면 2001년 초기만 제외하고는 금년 5월까지 거래량이 상당히 늘었다. 2001년 주 전체 거래량은 4.3%가 늘었으나 2002년 첫 5개월 동안 무려 8%의 속도로 늘다가 6월에는 4%가 감소했다.
부동산 거래량이 금년 6월을 시작으로 내리막길에 들어설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현상일지는 시간이 흐르면 알 수 있겠지만 금년 1월과 2월의 가파른 성장세에서 눈에 띄게 완만한 추세로 바뀐 것은 분명하다.
킹 카운티 경우 5월과 6월에 작년 동기 대비 5%나 감소됐으며 스노호미시 카운티도 약 4% 감소했다. 서스턴, 스포켄, 클락 카운티 등도 6월은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피어스 카운티만 아직 전년 대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여기서도 역시 감소추세임을 볼 수 있다.
보잉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스노호미시 카운티는 거래량뿐만 아니라 가격 면에서도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에는 평균 12%나 가격이 뛰었던 스노호미시 카운티가 금년 상반기 중 6%가 떨어진 반면 킹 카운티에서는 작년에 10%나 가격 하락을 경험했으나 금년 상반기에는 2% 상승률을 보여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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