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칼럼 (세상사는 이야기)
▶ 새라 최(피아니스트)
지난 11일 인터넷 음악공유 프로그램인 ‘소리바다’가 한국의 법원으로부터 서비스 중지령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와 함께 미국에서 약 1년반전에 사용 중지된 냅스터 닷컴(napster.com)에 관한 여러 경험과 생각들이 떠올랐다.
가난한 10대 학부생 션 패닝이 만들어내어 전세계 사람들의 mp3 파일을 서로서로 공유하게 해준 냅스터와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인 ‘소리바다’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흥분을 나는 잊지 못한다. 처음엔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사이버 스페이스의 천국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 사람도 이 곡을 연주해서 음반으로 낸 적이 있단 말야’ 라는 말도 수없이 내뱉었고, 오래전에 발매중지된 연주자의 앨범도 찾아서 들을 수 있었으니, 음반업계에서 수익이 없다고 포기한 연주나 앨범을 냅스터를 통해서 얻어들은 셈이었다.
하루는 알베르토 히나스테라의 ‘세개의 아르헨티나 댄스’ 중 두번째 댄스를 대니엘 바렌보임이 연주한 것을 다운받고 있었다. 좀체로 음반으로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 곡인데다가, 만족할만한 연주를 찾기가 힘든 곡이기도 했기 때문에 발견했을 때 주저없이 다운로드 버튼을 눌렀다.
그 때, 갑자기 쪽지가 왔다. 아이디를 보니 내가 다운로드받고 있는 히네스테라의 곡을 보유한 사람이었다. 스패니시로 된 제목의 곡을 다운받아서일까, 그 사람이 보낸 쪽지는 스패니시였다. 대강 ‘아주 아름다운 곡이지 않습니까’ 뭐 그런 내용일 것이라고 감 잡고, ‘네. 정말 아름다운 곡입니다. 저와 이 곡을 share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랭귀지를 전 이해할 수 없어서 미안합니다.’ 라고 영어로 답을 보냈다. 그랬더니 금방 ‘너무나 아름다운 곡을 다운받으시네요.’ 라는 내용의 영어로 쪽지가 다시 왔고 이어 내게 ‘어디 사세요?’ 라고 물었다. 엘에이 근교에 산다고 자세히 말 할 필요까지 없겠지..싶어서 그냥 ‘캘리포니아 삽니다. 어디 사세요?’ 하고 되물었더니, ‘스페인’이라고 답이 왔다. 그저 미국 어디려니..하고 생각했다가 깜짝 놀랐다. 그와 나는 계속해서 대화창을 통해 대화를 나누었다.
’이 곡을 좋아하신다면 알베니즈도 좋아하실겁니다’
’네, 좋아합니다. 특히 알베니즈의 "이베리아"를 좋아합니다’
’아, 그렇군요. 혹시 뮤지션입니까?’
’네. 전 피아니스트입니다. 뮤지션이시죠?’
’아뇨. 전 댄서입니다. 하지만 Narciso Yepes 의 딸과 아주 친한 친구 사이입니다.’
’우와~ 저 그 사람 CD 갖고 있어요.’
’Very good.’
여기까지 대화를 나눴을 때 다운로드가 다 끝났다. 난 곧바로 그 곡을 윈앰프를 사용해서 들었고, 여태까지 들어본 연주 중 가장 만족스러운 연주라고 생각했다. 다시 한 번 그 사람에게 그 곡을 나와 share 한 것에 대해 감사했고 냅스터에서 빠져나왔다.
내가 갖고있는 음반 중 훌륭한 연주를 친구나 친지들과 함께 모여서 듣는 것이 불법이 아니라면, 그 범위가 상상할 수 없이 넓어지긴 했지만 이 지구상의 다른 어떤 사람과 공유한다는 개념이 어째서 불법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전에는 라디오에서 좋은 노래가 나오면, 혹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아예 신청해서, 그 노래를 카세트 테입에 옮겨 녹음해서 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와 지금이 다른 건 아마도 음질의 차이일 것이다.
냅스터는 서비스 중지령을 받았지만, 그와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그 이후 오히려 더 많이 생겨났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CD 포맷을 대중에게 판매하여 고음의 distortion이 생기는 CD를 사게 만들고, 더구나 LP로 이미 갖고 있던 음반을 또 이중으로 사게 만들던 음반 업계가 이제 이러한 음악 파일 공유 프로그램들로 인해 다시 한번 거듭날 때라고 생각한다. 소리바다의 경우도 무조건 서비스 중지를 명할 게 아니라, 기술적으로 법적으로 음악 파일 공유가 음악가들의 지적 재산권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대안을 제시하는 게 시대적으로 옳은 일일 것 같다.
테크놀러지의 빠른 변해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법과 제도가 앞으로도 계속 생길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 걱정이 된다. 그 풀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음반업계도 음악인들도 그리고 소비자들도 상처받거나 억울하게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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