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가져온 호박엿이요~ 무설탕, 무방부제, 진짜 호박엿입니다" "뻥이요, 흰쌀로 쪄서 만든 뻥튀기가 왔어요. 맛 보시는건 공짜!" 북 치고, 장구 치고, 가위 치고...확성기에선 신나는 가요가 흘러나오는 먹자판이 영낙없는 옛날 뒷골목, 시골 장터 분위기다. 지난 주말 LA 아씨마켓.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전통문화 체험은 마켓 내부 한쪽 코너에 마련된 특별전시장으로 이어진다. 토속 젓갈과 한과의 먹거리가 입맛을 다시게 하는가 하면 단아한 옹기와 자개보석함들이 눈길을 사로잡고, 부지런히 돌아가는 물레에서 항아리를 빚어내는 명장 황충길 선생의 옹기 제작현장에는 엄마 손 잡고 나온 꼬마들서부터 외국인 고객들까지 늘어서 노련한 명장의 손길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제1회 충청남도 농수산물 공예품 전시판매전. 일명 ‘백제문화체험 특산품전’은 24일까지 가든그로브 아씨마켓에서 계속된다.
"충청남도의 자랑거리를 한 곳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도지사가 추천한 가장 우수한 특산품 150여종이 처음으로 남가주 한인들에게 선보입니다. 늦기 전에 서두르세요"
충청남도 뉴욕사무소(소장 김중남)가 아씨마켓(대표 이승철), 도매업체 리 브라더스와 손을 잡고 실시한 백제문화체험 특산품전은 자녀들과 장 보러 나온 주부들에게 뜻하지 않은 볼거리, 먹거리, 웃음거리를 제공한다.
우선 마켓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엿장수는 한국 엿장수협회의 노수오 회장. 한국서 하루 출연에만 20만원씩 받는다는 그가 직접 출연해 엿가락도 잘라주고, 한봉지에 3달러씩 하는 흰쌀 뻥튀기를 뻥뻥 튀겨낸다.
시골 장터의 약장수 쇼를 방불케하는 퍼포먼스도 있다. 우스꽝스런 분장과 옷차림으로 눈길을 끄는 강영분씨가 신나는 가요에 맞춰 북과 징을 어찌나 신들린 듯 쳐대는지 구경하는 사람 마저 스트레스가 확 풀릴 지경. 바로 그 옆에서 엿판을 지키는 이창희씨는 추억 속에나 남아 있던 엿장수 가위와 칼로 호박엿을 툭툭 끊어내며 지나는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장면은 하루 딱 한번, 오후 3시부터 약 30분간 열리는 대한민국 옹기공예 명장 황충길씨(61)의 옹기 제작 시연.
임시로 설치한 물레등 "작업장이 시원찮아 실력의 30% 밖에 발휘할 수 없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황씨는 과연 명장답게 투박한 점토를 치대고, 굴리고, 쌓아올려 순식간에 큼직한 항아리와 날씬하고 잘 생긴 병 하나를 빚어낸다.
물가죽과 도개, 근개, 수레방망이 등 이름도 정겨운 도구들을 사용해 큼직한 흙덩어리를 날렵한 옹기로 만드는 모습은 경이 그 자체. 구경꾼들 입에서는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특히 엄마 따라 나온 아이들과 타인종 고객들은 선 자리에 발이 붙은 듯 꼼짝 않고 서서 당대 명장의 솜씨를 지켜보았다.
전시품들도 볼 만하다. 황충길씨가 직접 만든 꿀단지, 방구리, 젖독, 반찬그릇, 김칫독, 쌀독, 냄비등 크기별로 다양한 예산 옹기들(5~50달러선)은 물론 해송공예의 대가 문재필씨가 제작한 여러 모양의 자개 보석함(18~59달러선)과 자개 테이블(수백달러)은 한번쯤 욕심을 내볼만한 ‘작품’들. 이중에는 2000년 멕시코 대통령 취임때 한국정부의 선물로 문씨가 제작했다는 쌍보석함도 35달러에 나와있는데 특이한 디자인과 기능이 관심을 끈다.
이외에도 진달래 붓필세트(75~167달러)와 도자기, 찬기 세트가 전시돼있고, 너무 달지 않은 ‘칠갑산 구기자 한과’는 은근하면서 변치않는 한민족 고향의 맛을 선사한다.
먹거리는 더 풍성하다. 광천 독배 토굴에서 숙성시켜 맛이 다르다는 서해수산의 10여가지 젓갈(7~15달러)이며 백제의 왕도 부여 농민들이 정성들여 가꿔 직접 손으로 담갔다는 청옥김치(3kg에 15달러)와 장아찌, 또 안면도 청정지역에서 자란 자연산 김과 미역, 멸치는 기본이고 고들빼기, 깻잎 된장, 우엉조림, 풋고추된장, 햇마늘 고추짱등 수많은 밑반찬들은 시식까지 할 수 있어 한 사람의 주부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붙잡는다.
본보와 한인회, 충청도 향우회등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백제문화체험 특산품전은 대한민국 2002 월드컵 4강 진출 기념행사로 심대평 충남 도지사가 추천한 15개 전통공예 및 전통식품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행사를 주최한 충청남도 뉴욕사무소의 김중남 소장에 따르면 한국에서 도를 홍보하고 수출을 육성하기 위해 해외로 나온 곳은 충남이 유일하다. 이것은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후 ‘우수특산물의 외국수출만이 살길’이라는 도지사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앞을 내다보는 심대평 도지사는 도가 자활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신념으로 도내 6천여개 기업의 수출을 활성화시키는 추진력 있는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김 소장은 자랑했다.
이에 따라 IMF 이전이던 97년 3월 세계의 중심지 뉴욕에 사무실을 개설한 경상남도는 기업체 수출을 주목적으로 도의 홍보와 외자 및 관광객 유치, 우수 특산물 보급에 나서는 한편 향우회원들간 유대관계도 맺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충청남도 뉴욕사무소는 이번 LA 체험문화전의 성공에 힘입어 내년에도 남가주에서 다시 한번 충남특산물 전시판매전을 가질 계획이다.
<정숙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