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아픔과 상처가 있음을 알아주세요"
"방을 뒤져보거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건 싫어요"
"제가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세요"
"왜 이혼했는지 묻지 말고 그냥 이해해주겠니?"
"엄마를 무시하는 태도가 가장 마음 아프단다"
"아빠에게도 이성 친구가 필요하다는걸 알아다오"
부부가 힘을 합해도 넘기기 힘든 기간이 십대 자녀의 사춘기라고 한다. 하물며 혼자 아이들을 키우며 힘겹게 살아가는 편부모에게랴. 이혼이나 사별로 싱글 패런트(single parent)가 된 사람들은 가장 힘든 부분이 자녀문제를 의논하거나 기댈 데가 없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부모들과 자녀들이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컨퍼런스가 지난 15일 바이올라대학에서 열렸다. 편부모 후원기관인 FMC(Family Ministry & Counseling)가 본보 후원으로 마련한 제6회 편부모수련회. 그 마지막 시간에 진행된 ‘틴에이저 자녀와 부모들의 패널 디스커션’에서 토의된 내용을 정리한다. <정숙희 기자>
자녀측 패널리스트로 나온 제니퍼 강, 앨리스 리, 멜리사 이양은 한인 십대들이 공통적으로 부모에게 갖고 있는 불만들로 ▲지나친 간섭 ▲부정적인 말이나 행동 ▲다른 아이와의 비교 ▲자녀를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것 등을 꼽았다. 이들은 또 부모에게 원하는 것들은 ▲독립된 인격체로 대해 줄 것 ▲자녀에 대한 존중과 신뢰 ▲좀더 많은 자유와 휴식의 허용 ▲함께 보내는 시간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부모측 패널리스트들인 신혜숙, 명 윌슨, 장모세씨는 자녀들에게 "1세 부모들은 표현과 방법이 다르지만 자녀를 매우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특히 자녀가 이혼한 이유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올 때 "더이상 설명하기 어려우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그냥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부모들은 자녀와의 관계에서 가장 힘든 상황은 "야단치면 그에 대한 일종의 복수로 말을 안 듣거나, 말을 전혀 안 하거나, 자기 폐쇄적, 혹은 자기 파괴적으로 나갈 때"라고 호소했으며, 데이트 상대가 생겼을 때 이를 싫어하는 자녀들에게는 "엄마(아빠)에게도 어른인 이성친구가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십대 자녀를 둔 부모의 어려움은 양부모 가정이건 편부모 가정이건 비슷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편부모가정의 상황이 더 어려운 것은 "부모 자신이 이혼이나 사별의 상처를 안은 채 생계유지에 바빠 아이들의 정서적 교육에는 무심한데서 비롯된다"고 FMC의 서니 송 소장은 말한다. 그저 ‘밥 먹이고, 옷 입히고, 학교 보내면’ 다 되는줄 알지만 싱글가정의 적지 않은 아이들이 우울증세를 보여 학교에서 전문가에게 치료를 의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우울증은 아이들 뿐 아니라 성인들도 심해 이번 수련회에 참석한 편부모들의 대부분이 강의중 열거된 우울증의 각종 증세를 자신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편모보다 편부가 이끄는 가정에서 더 심하다. 일반적으로 아버지들은 어머니보다 아이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파악하지 못하는데다 자신의 감정도 억누르려 애쓰기 때문에 아직 합리적 사고가 힘든 아이들은 사태를 더 나쁘게 상상하게 되는 것.
반면 싱글마더들이 갖는 전형적인 문제도 있다. 오로지 아이만 바라보고 아이만 키우면서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녀를 너무 옭아매기 때문에 아이들이 사춘기에 이르면 뛰쳐나가는 일이 많은 것. 이런 경우 아이들은 ‘숨막힌다’고 호소하고 엄마들은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원망한다. 전문가들은 사춘기를 넘어선 자녀들은 엄마가 지나친 간섭을 하거나 일거수 일투족 따라다니면 매우 부담스러워 하고 오히려 엄마 자신이 라이프를 개발해 즐기며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한편 재혼을 앞둔 부모들은 십대 자녀들과 마찰을 빚는 일이 더 흔하다.
이유는 데이트를 나가면서 아이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숨기거나 다른 핑계를 대기 때문. 이런 경우 아이들은 대개 눈치를 채고 부정적인 추측을 하기 마련이다.
즉 엄마(아빠)가 나를 버리는 것은 아닌가하는 불안으로부터 자신이 뒤로 밀려난다는 분노, 갑작스런 배신감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부모가 먼저 오픈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말을 꺼내지 못하는 이슈들이므로 재혼 계획이 있으면 자녀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입장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재혼하더라도 절대 자녀를 버리지 않는다고 안심시키는 것은 물론 재혼에 대한 자녀의 의견, 새로 맞이할 계부(계모)에 대한 생각을 물어봄으로써 자녀들이 이런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이유나 이혼녀(이혼남)라는 신분적 제약을 피하려는 외부적 필요에 의해 충분한 교제 없이 재혼을 급하게 하는 경우 다시 파탄을 맞는 가정이 많다고 경고한다. 이런 경우 부모는 물론 자녀들도 상처와 수치심이 더 커지므로 사회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더 고립되어 우울증에 빠지거나 폭력적이 되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혼은 결혼했던 햇수가 길면 길수록 정리하는 기간도 오래 걸린다고 한다. 최소 2년은 지나야 상처가 아물고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여 새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도움을 받기 위해 손을 내미는 것. 주위에 있는 싱글 패밀리 서포트 그룹을 찾으라고 서니 송 소장은 강조한다. 서포트 그룹에서는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편부모들이 모여 서로 돕고, 위로하고, 정보도 나누게 되므로 속으로 쌓였던 상처들이 건강한 분출구를 찾게 된다. 서포트 프로그램은 FMC외에도 대부분의 큰 교회들과 아태상담소, 가정상담소, KYCC 등의 봉사기관에서도 제공하고 있다.
<십대 자녀 잘 키우기>
질풍노도와 같은 틴에이저 시절을 자녀가 무사히 보내기를 원한다면 먼저 부모가 준비돼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준비해야 할 가장 첫 번째 조건으로 ‘행복한 부부관계’를 꼽는다. 싱글 부모들의 경우 이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외의 노력으로 자녀와의 관계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다. 10대 자녀들의 교육은 특히 아들은 아빠가, 딸은 엄마가 맡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자녀가 독립된 인격체임을 인정하고, 그들의 관심사와 이슈가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며, 유행하는 패션과 스타일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자녀에게 강조해야 할 것은 학교 정규출석, 공부는 열심히, 그룹활동, 친구들과의 건전한 관계, 마약 사용금지등이다. 부모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은 비꼬는 언사나 부정적인 대화, 소리 지르기, 자녀가 말할 때 방해하기 등. 말은 아이보다 적게 하고 화가 나면 일단 타임 아웃을 갖는다.
<편부모 스트레스>
누구에게나 스트레스가 있지만 짝을 잃고 혼자서 자녀를 키우는 편부모들은 그 몇 배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심각한 스트레스는 정신적으로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많은 증세를 동반한다. 스트레스의 증세와 해소법을 알아본다.
▲신체적 증세-두통, 요통, 근육통, 목과 어깨의 통증, 손과 발의 냉증, 불면증, 발진, 만성피로, 고혈압, 턱의 긴장, 설사, 앨러지, 빠른 심장박동, 식은땀, 복통이나 위계장, 신경성 대장염, 가슴이 답답함.
▲심리적 증세-불안, 초조, 우울증, 멍한 상태, 공포와 두려움, 건망증, 중압감, 지나치게 활동적(Hyperactivity), 변덕, 외로움, 주의집중이 안됨, 성을 잘 냄, 안절부절, 죄책감, 신경질, 울기를 자주 함, 악몽, 성적인 문제들(Sexual problems)
▲신체적 해소법-운동, 건강식품의 섭취, 설탕과 카페인을 줄임, 충분한 수면, 휴식, 심호흡, 스트레치, 요가, 명상, 좋아하는 취미생활(노래, 춤, 스포츠, 원예등), 목욕, 마사지등
▲정서적 해소법-대인관계의 확대, 범사에 감사하고 작은 일에 보람을 느끼는 태도, 분노관리, 유머와 웃음, 자신에 대한 사랑, 글쓰기나 그림 그리는 등 자기표현을 할 것. 신앙생활(기도, 명상, 성도의 교제)을 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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