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빌딩들 사이에 파머스 마켓이라... 윌셔와 마리포사에 금요일마다 장이 선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그 풍경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구경 삼아, 취재 삼아 한번 나서 보니 윌셔 오피스가에 텐트 치고 세운 농산물 판매장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고 활기 넘친다. 농부들이 직접 재배한 무공해 야채와 과일들은 거대한 에퀴터블 빌딩옆에서 웬지 더 싱싱해보이고, 정장 차림의 오피스 레이디들이 햇볕에 그을린 순박한 농부들과 흥정하는 모습은 색다른 즐거움을 더해 준다. 점심도 먹고, 장도 보고, 구경도 하고... 한인타운 복판에 서는 ‘윌셔센터 파머스 마켓’은 주말 기분이 오르기 시작하는 금요일 오후 한두시간 어슬렁거려볼 만 하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6가와 윌셔 사이 마리포사 길의 반 블록을 막아 세우는 ‘윌셔센터 파머스 마켓’은 들어서면서부터 기타를 둘러멘 거리의 악사들이 불러대는 노래가 흥겨운 장터 분위기를 조성한다. 10여군데 음식 부스들은 냄새와 연기를 잔뜩 피우며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나온 직장인들은 이곳 저곳 기웃대며 입맛 당기는 유혹들을 저울질한다.
5월3일 개장해 이제 한달. 아직 완전히 자리 잡히진 않았지만 수십개의 부스들이 판을 벌여놓고 손님을 맞고 있는 이곳 장터에는 LA인근 벤추라나 테하차피의 농장, 멀리는 프레스노에서 내려온 농부들이 직접 재배한 무공해 야채를 내다 팔고 있다.
마켓처럼 깨끗이 손질돼 진열대에 가지런히 놓이지는 않았지만 간혹 못 생기고 흙이 묻어 더 정겨운 채소들이 종류도 다양하다. 유기농작물이라 공해 없고 싱싱하지만 값이 싸지는 않다는 것이 장 보러 나온 사람들의 전체적인 의견.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개닉 푸드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일부러 찾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과는 파운드당 1.75달러, 상치 한 포기가 1달러, 레몬과 오이, 딸기는 작은 바구니 하나당 1달러, 너무 뚱뚱해 다시 보게 되는 진보라색 가지도 개당 1달러, 아보카도 3개에 4달러... 파, 호박, 콩, 실란트로, 베이즐, 브로컬리, 베이비 복초이, 오크라잎이 모두 한 단에 1달러다.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 냄새 물씬 풍기는 호박잎들. 1달러 내고 한 묶음 집어든 한 주부는 아주 싱싱하다고 감탄하며 "저녁때 쪄서 된장에 쌈 싸먹으며 고향 생각할 것"이라고 즐거워했다.
파머스 마켓에서 판매하는 물품은 과일과 야채가 가장 많지만 그 외에도 액세서리, 가방, 액자, 비누, 꽃집, 향, 인도산 차이, 건과류, 자연건강식품, 꿀, 파이, 라비올리, 식초, 올리브오일, 바디케어 제품, 빵집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중에는 한인 부스도 여럿 있어 림스 과수원의 사과, 분재, 꽃집, 한식 캐더링등이 눈에 띤다.
이탈리안 남자 업주가 운영하는 ‘라 스파게타타’(La Spaghettata)는 이곳의 인기 업소중 하나. 치즈 라비올리, 랍스터 라비올리, 시금치 라비올리, 연어, 호박, 브리 파인넛등 각종 재료로 금방 빚어온 것이 분명한 라비올리를 종류대로 내놓고 있는데 한인 여성들도 몇 개씩 사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에퀴터블 빌딩에 근무하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매주 장보러 나온다는 젊은 여성들은 "이 집 라비올리 맛이 아주 좋다"고 소개했다.
’스윗 스팟’(Sweet Spot)이란 이름의 과자집에서는 테네시의 흑인가정에서 4대에 걸쳐 전해져온 특별 레서피로 만들었다는 손바닥만한 과자를 개당 4달러에 판다. 피칸 파이 비슷한 이 과자는 달콤 고소한 맛이 일품.
’엉클 버치스 푸드’(Uncle Berch’s Foods)에서는 특이한 맛의 고추잼(pepper jam)을 살 수 있다. 1병에 5달러인 이 페퍼 잼은 고추씨를 넣고 만든 것인데 달콤하고 스모키하면서도 약간 매콤한 맛이 느껴져 바게뜨에 얹어 먹으니 일품. 이외에도 직접 만든 포도씨 오일(grape seed oil)이며 특별한 향미의 식초(vinegar)들도 살 수 있다.
업주 러스 미첼은 "개장한 첫 주에는 오피스의 직장인들이 많이 몰려 나왔는데 요즘은 직장인보다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전하고 고정 손님들이 생기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은제품 액세서리를 늘어놓고 파는 니콜 파스칼은 "여러 군데 파머스 마켓을 돌아다니지만 이곳 윌셔센터는 빌딩 사이에 길을 막고 장을 여는 탓에 사람들이 편안하게 찾아온다"고 말하고 품목도 다양해 찾는 사람이 매주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파머스 마켓의 좋은 점은 한 집 한 집 업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물건을 고를 수 있는 점. 어떻게 만든 음식인지, 어떻게 요리하면 좋은지도 주고받지만 때로 손님 없는 부스에 들르면 세상 돌아가는 얘기까지 늘어놓으며 붙잡는 아저씨도 만날 수 있다.
즉석에서 요리해 파는 먹거리 음식 부스들도 파머스 마켓에 발길을 끄는 매력중 하나. 프랑스식 크레프, 소시지와 샌드위치, 바비큐 치킨, 타말리, 페루음식등 세계 각국의 음식들이 냄새와 연기를 피우며 지나는 사람들의 침을 삼키게 한다.
6가쪽 끝에 자리잡은 한식 부스는 비빔밥, 잡채밥, 갈비와 불고기, 커리보울, 빈대떡등을 5~7달러에 파는데 점심때라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인보다 미국인들이 더 좋아한다는 것이 업주의 설명.
한편 캘리포니아 파머스 마켓 공인기관(CFM)은 최근 도심지에 파머스 마켓을 활발하게 유치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할리웃의 미디어 디스트릭에 새로 개장한 데 이어 5월초 윌셔센터를 열었고 오는 6월20일에는 다운타운의 차이나타운에 파머스 마켓을 오픈할 예정이다. 매주 목요일 오후 4~8시 힐스트릿(727 N. Hill St. Alpine 과 Ord Street 사이)에 서는 차이나타운 파머스 마켓에는 아시안 푸드의 야채와 식품들이 많이 등장하게 된다.
<정숙희 기자>
다음은 캘리포니아의 공인 파머스 마켓(CFM)중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파머스 마켓 리스트. <이름/ 주소/ 장 서는 요일과 시간>
베벌리힐스 / N. Canon Drive & Dayton Way/ Sun 9A-1P
버뱅크 / Olive & Glen Oaks/ Sat 8A-12:30P
센추리 시티 / Constellation Bl. & Ave. of Stars/ Thurs 11:30AM-3P
세리토스 / Park Plaza Dr & Towne Center Dr./ Sat 8A-Noon
다이아몬드 바 / Calvary Baptist Church Parking Lot/ Sat 9A-2P
풀러튼 / Woodcrest Park/ Wed 8:30A-2P
가디나 / Holly Park Church parking lot/ Sat 6:30A-Noon
글렌데일 / 100 block N. Brand Blvd/ Thurs 9:30A-1:30P
하시엔다 하이츠 / Stimson Ave. & Gale Ave./ Sat 8A-12P
할리웃/ Ivar & Hollywood/ Sun 8:30A-1P
할리웃 미디어 / 1100 Block of Cole Ave./ Fri 10:30A-3P
어바인 / Irvine Market Place/ Sat 9A-1P
L.A. 애덤스/버몬트 / St. Agnes Catholic Church/ Wed 1P-6P
L.A. 라시에네가 / 1801 S. La Cienega Blvd/ Thurs 3P-7P
L.A. 윌셔센터 / Mariposa & Wilshire/ Fri 11:30A-3P
L.A. 7가와 피게로아 / Figueroa St. & 7th/ Thurs 11A-4P
라구나 니겔 / Plaza de la Paz Shopping Center/ Sun 9A-1P
라치몬트 빌리지 / Larchmont Bl lot #694/ Sun 10A-2P
멜로즈 플레이스 / Melrose Place & Santa Monica/ Sun 9A-1P
노스리지 / Northridge Fashion Mall/ Wed 5P-9P, Apr-Oct
팔로스 버디스-롤링힐스 에스테이트 / Peninsula Shop Ctr./ Sun 9A-1P
패사디나 빅토리 팍 / Sierra Madre & Paloma/ Sat 8:30A-12:30P
산타모니카 오개닉(토) / Arizona Ave & 3rd/ Sat 8:30A-1P
산타모니카(일) / Ocean Pk & Main St./ Sun 9:30A-1P
토랜스(토) / Wilson Park, Carson & Sepulveda/ Sat 8A-1P
웨스트 코비나 / S. Glendora Ave. & Lakes Dr/ Sat 7:30a-11:30a
웨스트 할리웃 / Plummer Park/ Mon 9A-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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