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0학년인 우리 지호는 저학년 때부터 늘 영재반에 속해 왔고 지금도 모두 AP course반에만 있습니다. 어디서나 환영받는 아이로 친구들도 많고 사귀기도 잘 하고, 어른들, 친척들에게도 ‘잘 생겼다’ ‘예의 바르다’ ‘ 똑똑하다’ 등등 늘 칭찬을 받습니다. 칭찬은 선생님들에게서도 많이 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속으로 큰 걱정이 하나 있습니다. 아무리 영재이고 똑똑한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우리 지호는 학교 성적이 그리 썩 좋지가 못 합니다. 평상시 공부를 등한시하고 잘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도 답답하여 얼마 전에 가정교사(tutor)까지 붙여주었습니다. 가정교사 말이 자기와 공부할 때면 다 알고 갔는데 똑같거나 비슷한 문제가 시험에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틀린다는 겁니다. 가끔 저하고 같이 공부를 해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때는 분명히 맞았는데 시험에서는 왜 틀릴까요? 정말 이해를 못하겠어요!
아무리 영재라고 하지만 당장 자신의 성적이 좋아야 대학을 가지 않겠습니까? 또 잠재능력이 높다고 늘 칭찬이 자자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조금 있으면 SAT 시험을 봐야 하는데, 학교에서 보통 치는 시험도 그렇게 엉망이면서 SAT를 잘 볼 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성적 타령하는 엄마는 아니지만 학교 성적이나 SAT 점수는 학생의 현실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나가다가는 명문대는커녕 웬만한 대학도 입학이 될는지? 우리 지호를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을까요?” -10학년 지호 어머니
지호는 우리 클리닉에서 300여가지의 테스트는 물론 영재 테스트까지 치렀다. 어머니의 말대로 잠재능력은 앞서 있는 영재이지만 클리닉의 테스트 결과도 좋지 않았다. 만일 지호의 잠재능력이 그리 높이 나오지 않았으면 정말 영재라고 불리기 어려웠을 만큼 시험을 못 쳤다.
누가 필자에게 교육적으로 가장 큰 비극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1. 능력이 있으면서 그 능력을 쓰지 못 하는 일(즉, 없는 능력과 별 다른 것이 없으니까!).
2. 머리가 있으면서, 해내지 못 하는 일(즉 머리가 둔한 아이와 별 다른 것이 없음).
3. 잠재능력이 있으면서 쓰지 못하는 일. 아무리 귀한 보물이라도 바다 밑에 깔려 있으면 그저 못 쓰는 보물일 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보물이 없는 바다 위와 똑같이 그저 배나 저어갈 수 있을까! 이것은 깊은 산에 묻혀 있는 다이아몬드 같아서 그것은 그저 묻혀 있는 것에 불과하다.
지호의 문제는 무엇인가?
1. 지호는 영재의 탁월한 두뇌를 타고나서 무엇이나 배우는 것이 쉬웠다. 이것을 더 구체적으로 검토하자면:
a. 기억력이 하도 좋아 한두 번 보면 알기에 구태여 노력하여 애쓰지 않아도 쉽게 배웠다. 그 여파로 오랫동안 무엇을 해내는 인내심을 길러내지 못했다.
b. 추상적인 개념을 빨리 파악하는 능력이 강했다. 보통 학생에겐 추상적인 개념이란 원래 파악하기가 좀 힘이 들어, 몇 번 읽고, 가끔은 예문도 들어야 이해할 수 있다. 지호가 우리 클리닉에서 친 시험 중에서 알면서도 틀렸던 예를 들어보겠다
<문제> 추상적인 생각을 간단히 격언으로 쓴 문장이다. 다음 문장에서 어느 것이 맞는 답이냐?
Do not hang all on one nail.
i. Don’t count your chickens until they are hatched.
ii. Don’t put all your eggs in one basket.
iii. Don’t use a nail, use a hanger.
이 격언의 뜻은 “Don’t risk all on one element.”라는 것을 엄연히 아는데도 불구하고 iii번을 선택했으니, 틀렸다.
늘 빨리 읽고 빨리 해버리는 습관이 든 지호는 그 뜻을 뻔히 알면서도, 위의 격언의 ‘nail’이라는 단어와, iii번의 ‘nail’이라는 단어가 있는 문장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추상적인 개념이 지호 같이 너무 빨리 들어오지 않았어도 I번, ii번 iii번을 좀 자세히 읽어봤을 것이다. 지호는 심리적으로 자기는 다 안다는 자세였다.
2. 지호는 공부를 할 줄 몰랐다. 모든 부모들이 공부는 머리가 좋으면 저절로 할 줄 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음식을 만들 때 좋은 재료를 아무리 많이 쓴다고 덮어놓고 좋은 요리가 되지 못하듯 머리만 좋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에도 하는 기술(skills)이 있어야 한다. 즉, 학습방법(study skills)이 있어야 하는데, 지호는 10학년이 되도록 자기 두뇌 하나만 믿고 그저 적당히 공부를 해왔다.
3. 지호는 시험을 칠 줄 몰랐다. 무엇이나 요령이 있듯이 시험 치르기에도 요령이 있어야 한다. 특히 제한된 시간 내에 남이 알아듣게 답을 하는 시험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자기가 아무리 잘 알아도 시험 답안에 남이 알 수 있도록 표현(답)을 해야 한다. 즉 test taking skills이다.
■지호의 문제의 해결책: 지호가 그저 보통의 머리나, 좀 부족한 학생이기라도 했으면 10학년이 되기 전에 이미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 지호는 스터디 스킬이나 시험 보는 스킬이 발달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기억력이 좋아 A나 B를 받았었다. 학교에서는 이런 학생은 칭찬의 대상이지 문제라고는 생각을 안 한다. 문제 안 일으키고, 성적도 웬만하니까! 지호 같은 학생은 필요한 학습방법이나 시험 치르는 방법을 모르고 그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의 약 반 정도로 하고 다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학생을 가르쳐 반 정도 하는 학생(half doer)라고 불린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학생의 능력의 미달로 누가 무엇을 가르치면 겨우 반 정도만 알아듣는 학생과, 능력이 넘쳐 나는데도 불구하고 겨우 반 정도 하는 학생과는 근본적으로 그 문제가 다르다. 전자는 비록 반 정도밖에는 못 했더라도 노력을 통하여 학습 방법도 배우고 또 시험치는 방법도 자신이 터득해 나갈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전자는 공부와 시험에 대한 태도가 정립되어 가며, 발달한다. 그러나 후자는 적당히 하는 버릇, 수박 겉 핥기식의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다.
제일 먼저 지호가 배워야 했던 것:
1. 자기 공부를 매스터할 수 있는 학습방법(study skills)을 배워야 효과적으로 공부를 한다. 그러면 이것은 과연 어떻게 하나? 즉 over-learning을 통해서 한다. 예를 들어보면, 학생들이 구구단을 외울 때 처음에는 다 맞게 외울 때도 있고, 가끔 하나, 둘 틀릴 때도 있다. 보통아이들은 틀리면 계속 반복하여 그 것을 매스터할 때까지 한다. 나중에는 자다가 누가 깨워 새벽 2시에 구구단을 물어도 자동적으로 답을 한다. 즉 over-learning으로 master한 것이다. 그러나 영재들은 처음 구구단을 배울 때 다 못 외워 몇개 여기저기 틀린다하여도 자기 머리를 써서 절대로 틀리게 답을 안 한다. 예를 들어 7×7=49는 외우데 7×8 는 못 외우면 (7×7=49)+7, 즉 56라고 계산을 한다. 선생님은 답이 맞았으니 구구단을 다 깨친 줄로 알지만 사실은 아니다. 다른 아이들과 같이 아는 것이라도 자꾸 해 보는, 즉 over-learning이라는 것을 못 해보고 자란다. 다시 말해 공부에 discipline이 없다는 말이다.
지호는 그 후:
1. 학습방법(study skills)(자세한 것은 공부에는 왕도가 있다, 전정재 저, 참고),
2. Study Techniques를 공부했다. 그것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것을 매일의 학교 공부에 적용하여 습관화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운전이란 이론이 아니라 습관화로 몸에 배워야 잘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지호는 8개월만에 다른 학생으로 변했다. 지금은 AP course에서 다 A 학점을 받는 학생으로 알고 있다.
(추천독서 목록과 학습방법이 자녀의 독서수준별로 된 것이 있습니다.) 문의 (909)861-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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