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카메라’가 특정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솔직한 반응을 알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했다.
미니애폴리스 다운타운에 있는 ‘원스 페이머스’(Once Famous) 부틱은 가전제품에서부터 가구, 침구류, 장신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파는 잡화점이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가게지만 진열된 물건들 속에는 감시 카메라와 마이크가 몰래 설치돼 있어 샤핑객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물론 대화 내용까지 기록한다. 소비자들이 특정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 신제품에 대한 반응 등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이 가장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 주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매장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소비자 반응조사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형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식은 응답자들이 솔직한 의견 대신 질문자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래서 개발된 방법이 바로 ‘관찰 조사법’이다. 이는 샤핑객이 매장 안을 다니는 동선, 집어드는 물건과 가격을 비교하거나 제품 설명서를 읽어보는데 소비하는 시간 등을 관찰하는 것이다. 손님들은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므로 훨씬 솔직하고 순수한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고안한 사람은 ‘원스 페이머스’를 운영하는 ‘페임’의 수석 크리에이티브 오피서인 티나 윌콕스(46)다. 광고 대행사인 ‘옴니콤 그룹’의 자회사인 ‘페임’은 소매상점들이 독특한 이미지로 승부할 수 있도록 브랜드화 작업을 해주는 대행사로 제조업체의 신제품 디자인 및 출시에 관해 자문을 해주기도 한다. 현재 주요고객은 ‘타겟’ ‘제너럴 밀스’ ‘타파웨어’ ‘에너자이저 배터리’ 등이다.
윌콕스는 페임이 이 곳 미니애폴리스 다운타운으로 본사를 옮겼을 때 사무실 앞쪽에 펼쳐져 있는 1,800스퀘어피트의 공간을 ‘상품 실험실’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실제 매장에서 실제 샤핑객들을 대상으로 고객 업체를 위한 실험을 하자는 것이었다.
윌콕스는 최근 한 업체가 판매가 70달러짜리 공기 청정제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의뢰했을 때 가격이 너무 비싸 팔리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아무튼 소비자들의 실제 반응을 얻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 매장 뒤쪽에 있는 통제실에서 몇 시간 동안 이 공기 청정제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대부분의 고객은 냄새를 맡아보고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지만 가격표를 본 순간 눈썹이 치켜 올라가면서 입을 딱 벌리는 반응을 보였다. 한 남자 고객은 이 제품을 얼른 제자리에 갖다놓고는 "차라리 글레이드 플러그인 제품을 쓰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윌콕스는 "이런 장면들을 녹화해서 보여주면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은 제품의 가격을 내리든지 아니면 장식용으로도 쓰이게끔 제품 자체를 고급스럽게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에 쉽게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 관찰조사 서비스의 이용료는 이틀에 1만5,000달러이며 장기간 조사가 진행될 경우에는 10만달러가 넘어가기도 한다. 사무실과 식당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 자리잡은 원스 페이머스 매장은 하루에도 수천 명이 드나들기 때문에 조사 대상자가 없어서 곤란을 겪는 일은 없다.
또 매장 입구에 놓여있는 ‘실험 중’이란 간판에는 "녹화되는 것을 원치 않으면 실험중이란 표지판이 없을 때 다시 오세요"라는 설명이 적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읽지 않고 지나치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녹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설사 녹화된다는 사실을 안다고 하더라도 물건들을 둘러보다 보면 잊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생활 침범 가능성이 높은 방식이지만 이같은 감시는 완전히 합법적이다. 사생활 보호법 전문가들에 따르면 탈의실 같은 사적 공간이 아니라면 샤핑객을 녹화하고 관찰하는 일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자료를 팔거나 마음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사생활 옹호론자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원스 페이머스의 샤핑객들은 전혀 개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녹화된다는 표지판을 보지 않고 매장에 들른 자밀라 퍼티트는 "누군가가 내 말을 듣고 있으므로 난 더욱 많이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내 의견들을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방법에 비해 소비자들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이긴 하지만 감시카메라 기법이라고 해서 완벽할 순 없다. 수집된 데이터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고객이 말없이 어떤 제품을 집었다가 놓았다가를 반복할 경우 무엇이 그 고객으로 하여금 망설이게 했는가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 여자 손님이 공책 한 권을 놓고 장시간 망설이는 모습을 본 윌콕스는 15달러라는 가격 때문일 것이라고 단정했지만 정작 그 고객은 표지가 초록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망설였다고 밝혔다. 그 고객은 "그들은 날 관찰하고 있지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까지는 모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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