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몰라도 생김새는 눈에 익숙한 열대어로 에인절 피시나 디스커스가 있다. 둘 다 시클리드과에 속하는 어종인데 빛나는 색깔과 우아한 자태로 열대어 기르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움직이는 보석’같은 이 물고기들은 성질이 별나기로 유명하다. 좋게 말하면 개성이 강해서 암수를 한데 두어도 서로 끌리는 데가 없으면 절대 번식을 안한다고 한다. 서로 눈이 맞아야 알을 낳고 부화를 시키는 데 그리고 나면 새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이 특징이다.
자기가 낳은 새끼들도 꿀꺽꿀꺽 잡아먹는 것이 보통인 물고기 세계에서 시클리드과의 어미들은 알을 지극정성으로 지키며 보호한다. 그런데도 알이나 새끼들을 잃어버리는 일이 생기고, 그 아픔이 너무 깊어서 그랬을까 - 시클리드과의 일부 어종은 아예 알을 자기 입에 넣고 부화시킨다. 구중부화이다.
노란 줄무늬 시클리드, 이집션 마우스 브리더 등의 암컷은 수컷이 수정을 끝내고 나면 알들을 입 속에 넣고 거기서 부화시키고, 치어들이 헤엄칠수 있을 때까지 입안에 물고 키운다. 그 기간이 열흘 정도인데 그 동안 어미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한다. 그렇게 자란 새끼들은 바깥 세상에 나온 후에도 위험을 느낄 때면 재빨리 어미의 입 속으로 들어가 숨어 버린다니 정겨운 모자관계이다.
이 물고기들의 특별한 부화방식을 시인 유하씨는 “어린 자식들을 미소처럼 머금은/시크리드 물고기”(‘삼킬 수 없는 노래’중)라고 표현했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내 생명처럼 깊이 품어 안을 때, ‘머금었다’는 표현은 적절하다고 본다. 달다고 씹어 삼키지 않고, 쓰다고 뱉어 버리지 않으며 그저 머금고 있는 상태는 사실 얼마나 불편한가. 식음을 전폐하는 시클리드 어미들처럼 자기희생을 종종 동반한다.
그렇기는 해도 ‘나’라는 존재로 인해 아무리 큰 고통을 겪게 된다 해도 나를 내치지 않고 여전히 품어 주는, 머금어 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큰 위안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는 ‘어머니’이다.
뉴욕주에 사는 진 엘리슨이란 여성은 12년째 자기 존재는 지워버린 삶을 살고 있다. 딸 브룩이 11살 때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후,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2년전 하버드를 졸업할 때까지 같이 등교하고, 책장 넘겨주며 딸의 팔다리, 손발의 역할을 했고, 하고 있다.
목 아래가 마비된 심한 장애에도 불구하고 삶의 의욕을 잃지 않는 딸을 어머니로서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30대 후반 젊은 나이부터 자기 인생의 모든 꿈과 욕망을 접고 아이 뒷바라지에만 전념한다는 것은 보통 대단한 희생이 아니다. 사람들의 이런 지적에 대해 그는 말한다.
“의자에 앉은채 양손을 등뒤로 묶이고 양발을 결박당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기계에 의존해 1분에 13번의 호흡을 하며, 화장실에도 혼자 못가고, 목욕도, 양치질도, 식사도 혼자 못하며, 가려워도 긁을 수 없고, 울고 싶어도 눈물을 닦을 수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프라이버시란 절대로 없고, 누군가를 안아주고 싶어도 안을 수도 없다고 상상해보세요. 거기다가 호흡이 안돼 잠을 못자고, 기계고장으로 생명을 위협당하며, 휠체어가 고장나 침대에서 꼼짝 못하는 상황들을 더해 보세요”
불우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강연자로 활동 중인 딸 브룩은 한편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의 곁에서 주 7일, 하루 24시간 일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자기 몸 돌보기도 바쁜데 다른 사람 목욕시키고, 먹이고, 이 닦아주고, 머리 빗기고, 가렵다면 긁어주며 온갖 시중을 다 든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몸이 아파 의자에서 일어날 기력도 없을 때도 그 모두를 해야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프라이버시란 일체 없고, 쉬고 싶고 그만 두고 싶을 때도 그럴 수 없다고 상상해보세요.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의 모욕들을 견뎌내려 애쓰는 모습을 보며 겪는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이 모두를 미소를 머금고 한다고 상상해보세요”
이들 모녀는 금년초 ‘기적은 일어난다: 엄마, 딸, 함께 가는 길’이란 책을 같이 펴냈다. 세상은 ‘어머니’가 타 존재를 ‘머금음’으로써 이뤄내는 크고 작은 기적들로 움직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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