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참 묘한 동물인 것 같다. 묘한 동물이란, 사람은 감정의 폭대로 들쭉 날쭉 마음이 자주 변하기 때문이다. 어제는 좋았는데, 오늘은 싫어진다. 오늘은 싫은데 내일은 또 좋아질 수 있다. 사람 마음의 변화란 이토록 변화무쌍하다. 참으로 다스리기 힘들고 붙잡아 가둘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인 것 같다. 그러니 묘한 동물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부부가 한 평생을 살아도 알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이다. 자기 뱃속으로 낳은 자식들도 다루기 힘든 게 사람이다. 어제까지는 그렇게 친한 친구였는데 오늘 배반하는 친구도 사람이다. 앞에서는 환한 웃음을 짓고 뒤에서 욕하는 게 사람이다. 자기 마음에 들면 자기편이요, 안들면 적으로 몰아부치는 게 또한 사람이다. 정말,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사람 만큼 묘한 동물은 없는 것 같다.
사람을 묘한 동물로 구사하는 이유중 하나를, 사람은 변하기 쉬운 감정을 가진 동물이라고 하는데 두면 어떨까. 감정이 있어서 나쁠 것은 없다. 오히려 더 좋은 면이 많다. 기쁠 때 멍청히 있으면 좋을리 만무다. 슬플 때 히죽 웃고 있으면 바보나 정신병자이지 멀쩡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감정은 사람의 내적 표현을 밖으로 보여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감정이 왔다갔다 종잡을 수 없어 사람을 헷갈리게 할 때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상황에 따라 감정의 폭이 작아졌다 커졌다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폭의 양이 심할 때 상대하는 사람은 당황할 수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감정을 자제하거나 삭일 필요가 있다.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하루가 지나면 화는 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나 고양이가 좋아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개만큼 사람에게 충실한 동물도 없다. 사람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지만 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개들이 주인에게 갖는 충성심은 오로지 한결같다고 한다. 개라는 동물보다 사람이 더 나아야 할텐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니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해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늘 하는 얘기이지만 사람은 성(聖)스러움과 속(俗)스러움을 함께 지니고 살아간다. 그러니 사람은 묘한 동물일 수밖에 없는 게 여기서도 나타난다. 다른 동물들에게 없는 성과 속을 동시에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이니, 사람 사는 사회에 종교가 발생했을 것이다. 종교란 성스러움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성스러움과 속스러움의 밸런스를 잘 맞추어 나가는 사람은 지혜롭다고 하겠다. 너무 속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성스럽지도 않은 아주 인간다운 사람, 그런 사람 말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한 사람이다. 그러나 지킬은 성스러운 천사 편이요, 하이드는 속스러운 동물 편이다.
동물 구조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 그러나 동물같이 되어서는 안되는 사람이기에 사람은 고통스러워진다. 하지만, 그런 고통이 없으면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사람이다. 아픔이 있기에 성숙되고, 아픔이 있기에 자신의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렇다고 아픔을 자초해서는 안된다. 아픔은 몸의 아픔 즉, 육신의 아픔도 있지만 마음의 아픔이 더 클 때가 있다.
몸의 아픔은 동물적 아픔이다. 이런 아픔은 다른 동물도 똑같이 느낀다. 다른 동물도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병이 나서 아플 때 그 육신의 아픔 보다 더 큰 아픔이 있을 수 있다. 바로 주위 사람들의 무관심이다. 관심밖의 대상이 됐을 때 그 사람의 아픔은 가중될 수가 있다.
사람이 묘한 동물의 상태에서 벗어날 길은 없을까. 그 벗어 나오는 길 중 하나가 있다면, 마음으로 살아가는 길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사람은 동물의 몸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마음으로 살아가는 길은 이런 동물의 길을 벗어나는 길목 역할을 해 줄 수도 있다. 마음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을 제시해 주는 창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은 감정을 헤아릴 수 있다. 헤아려진 감정은 마음의 통제를 받을 수 있다. 통제된 감정은 상황에 연연하지 않는다. 사람과 다른 동물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다른 동물에게 마음이 있다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사람에겐 마음이 있다. 사람은 마음의 통제로 사람이 가진 묘한 동물의 본능과 감정을 자제할 수 있다. 그렇기에 다른 동물과 구분될 것이다. 동물의 묘한 감정을 벗어나는 길은 마음 수련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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