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러운 흐름, 우아한 광택, 고급스런 재질, 부드러운 색상... 요즘 인테리어에 실크가 유행이다. 실크는 옷감이나 패션 제품에 주로 사용되곤 하지만 최근 다양한 재질로 개발돼 집안 구석구석의 인테리어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얄팍한 ‘듀피오니’, 두껍고 결이 고운 ‘타프타’, 손으로 짠 ‘수직실크’, 반짝이며 비치는 ‘메탈릭’ 등... 보기에도 다르지만 촉감과 느낌이 각각 다른 여러 종류의 실크 천은 드레이퍼리로부터 소파와 쿠션, 램프, 테이블 클로스, 이불과 베개의 베딩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팔로스버디스 언덕 위에 자리잡은 박순업씨의 집은 한인 가정으로는 드물게 최근 집안 전체를 고급 실크 인테리어로 장식했다. 오래도록 싫증나지 않을 기품있는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정성 들여 꾸몄다는 박씨네 이층집을 구경해보았다.
"다른 건 몰라도 집에는 사치한다"는 박순업씨는 인테리어에 각별한 안목과 취미를 가진 주부. 지난 해 새 동네에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오면서 대리석 플로어, 카펫, 키친 내부등을 일일이 취향대로 맞춰 주문했고 가구와 침대세트, 드레이퍼리를 최고급 실크 디자인으로 갖춰 놓았다.
페인팅은 벽화전문 실내장식가인 딸 세리씨와 함께 비슷한 여러 색을 칠해보며 색깔을 선택했고 같은 톤이지만 방이나 공간에 따라 약간 진하거나, 약간 연한 색을 칠함으로써 공간의 특성을 최대한 살렸다. 가구는 LA 마트의 ‘누보 인테리어’에서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직접 골라 주문 구입했고, 아래 위층의 드레이퍼리는 디자이너 재니스 최씨가 맡아 꾸며주었다.
아직 다 집안 장식을 마치지 않았다는데도 곳곳에 안주인의 까다로운 안목과 완벽주의, 세심한 터치가 느껴지는 곳, 박씨의 집은 현관에 들어서면서부터 우아하고 섬세하며 중후한 멋이 전해져온다.
네오 클래식 스타일로 꾸며져 전체적인 컬러는 어스(earth) 톤. 회갈색과 연자주빛이 살짝 들어간 연한 베이지 계열이 바닥과 천정, 벽의 바탕색을 내고, 여기에 맞춰 리빙룸과 다이닝룸의 가구 및 드레이퍼리에 카키색 계통의 실크를 사용해 자연스런 조화를 이루게 했다.
가구는 리빙룸의 소파와 4개의 암체어, 3개의 마블 테이블, 다이닝 세트와 버페 테이블, 침실의 베드룸 세트를 모두 ‘제프코’(Jeffco)사에서 커스텀 오더했다.
’제프코’는 ‘가구의 롤스 로이스’라고 불리는 스페인의 수공예 퍼니처 회사로 하이엔드 고급 가구만을 주문생산한다. 10회 이상 쪄내 물기를 완전히 빼낸 나무로 제작하기 때문에 오랜 세월이 흘러도 나무가 뒤틀리거나 벗겨지지 않는다는 명성을 갖고 있는 제프코 가구는 소파 하나에 소매가격이 1만달러 이상을 호가하는 고가품. 주문에서 도착까지 최소 3개월 이상 걸린다.
박씨는 내추럴한 나무색 프레임에 골드 카키 톤의 듀피오니 실크로 소파와 의자, 쿠션을 맞추었고 드레이퍼리는 옥색 카키 톤을 띤 네가지 실크 종류를 모두 사용해 서너 겹으로 늘어뜨렸다. 디자이너 재니스 최씨에 따르면 드레이퍼리의 장식은 커텐봉으로부터 프렌지(커텐 밑에 다는 트림), 발란스, 태슬, 라이닝과 인터라이닝등 모두 손으로 만든 최고급 제품을 사용해 전체 비용에 2만8천달러가 소요됐다.
리빙룸과 이어지는 다이닝룸에는 제프코의 식탁과 의자들, 버페 테이블로 장식했고 ‘파인 아트’ 램프로 심플하면서도 고전적인 멋을 냈다. 요즘 인테리어에서는 크리스탈 샨델리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브래스가 들어간 러스티 소재의 램프가 유행이라고 한다. 또 다이닝 세트에는 차이나를 놓지 않고 버페 위에 고급스런 거울이나 그림을 거는 추세.
이 집 다이닝룸에서 가장 특이한 부분은 천정에 그려진 고풍스런 그림. 딸 세리씨가 직접 그린 후 필름 작업을 거쳐 장식했다고 박씨의 자랑이 대단하다.
이층으로 올라가 널찍한 매스터 베드룸에 들어서면 아래층과는 다른 분위기로 가슴이 확 트인다. 벽면 페인트로부터 가구, 베딩, 드레이퍼리를 모두 민트와 슬레이트의 연회색 계열로 밝고 화사하게 꾸몄다.
침대 뒤쪽으로는 2중 커텐을 넣어 입체감을 주는 동시에 천정이 높아보이는 효과를 냈고, 베딩은 부드러운 실크를 누비이불, 2겹의 크링클 시어 실크를 사용한 베드스커트 등 마음껏 호사를 부렸다.
재니스 최씨에 따르면 실크는 특별한 장식 없이 걸쳐만 놓아도 은은한 광택과 클래식한 멋을 자아내기 때문에 중년 이상, 중산층 이상의 미국가정에서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실크는 워낙 얇고 섬세한 천이기 때문에 잘 못 관리하면 닳아서 마모되거나 몇 년 지나면 결이 찢어지기 쉽지만 실크 천 뒤에 다른 천을 한겹 더 붙여 가공처리하는 ‘배킹’을 하면 수명이 훨씬 길어진다.
실크 인테리어는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모두 다 비싼 것은 아니다. 드레이퍼리의 경우 1만-3만달러 선에서 많이 하는 편인데 그 외에도 커텐봉(rod), 태슬, 훅, 라이닝 장식을 어떤 것을 사용했나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 또 너무 얇은 실크는 인터라이닝을 넣어야 볼륨감도 있고 무게도 있어 보이는데 이럴 경우 공전과 재료비가 30% 정도 더 들어간다고 최씨는 전했다.
<글·사진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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