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우리아이들...어떻게 기를까
▶ 전정재 박사
문제 해결(Problem Solving)-II
"우리 아이는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성적은 항상 좋고, 또 현재도 영재 프로그램에서 공부하고 있어 크게 걱정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성적표에도 그렇게 나오고, 선생님도 그러시는데 프라블럼 솔빙(problem solving)과 비판적인 사고방식(critical thinking)이 좀 약한 편이랍니다. 이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요? 한국말로 ‘문제풀이’라고 밖에는 생각이 안 나는데 4학년 학생이 무슨 그리 큰 문제 해결을 해야 합니까?" - 미셸 어머니
한국의 교육 언어에는 프라블럼 솔빙이라는 단어조차도 없다. 그래서 직역을 했을 때 ‘문제풀이’라고 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 선생님이나 교과서가 문제를 제시하면 학생의 역할은 그 답을 아는 것으로 끝났다(특히 한국의 주입식 교육은 거의 다 그렇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수학의 간단한 계산이나 스펠링, 문법의 rule을 아는 것은 외우는 것부터 시작한다. 처음 읽기를 배우기 시작할 때는 선생님은 phonics라는 방법을 바탕으로 2학년 말 정도까지는 가르친다. 그 때를 ‘읽기를 배우는 시기’(period of learning to read)라 한다. 그러나 3학년부터 서서히 읽기를 배우는 과정으로부터 ‘배우기 위해 읽는 과정’(read to learn)으로 변한다. ‘배운다’는 것은 주입식 교육에서는 주어진 내용을 읽어서, 외워서 그냥 배웠다. 심지어는 응용문제마저도 가끔은 어떤 주어진 방정식을 토대로 그 규격에 맞추었다는 것뿐이지 별로 자기 자신의 생각을 요구했던 것이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배우기 위해 읽는다’(read to learn)라는 말에서 배운다는 단순히 선생님이 지시한 내용을 외우는 것이 아니고, 자기 스스로의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과정을 말한다. 즉 남의 생각을 외우면 자기 생각이 아닐 때는 외우는 그 때만 알지 금방 다 잊고 만다. 그러나 이 생각이 자기 생각일 때는 문제는 다르다. 아무 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 생각이 날 수도 있겠으나 교육학에서는 좀 다르다. 학생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새 정보, 새 지식, 새 환경을 접했을 때 그 새 것들을 외우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생각하여 자기 고유의 생각 세계에 만들어간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언어다. 여기에서 언어란 남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다. 앵무새, 원숭이들은 인간의 말을 그대로 흉내는 낼 수 있으나 그것은 흉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인간은 ‘밥’이라는 단어 하나 가지고 ‘비빔밥’ ‘팥밥’ ‘국밥’ 등 여러 가지 ‘밥’의 변형을 만들 줄 안다. 이 것은 이미 만들어진 말이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언제인가는 ‘밥’이라는 말을 중심으로 누군가가 만들어냈던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처음 말을 배울 때 나름대로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제임스 브리튼(James Britton)의 딸이 처음 딸기를 보고 한번 먹어 보더니 "아! 사탕 체리!"라고 했고, 그 후 그 아이는 딸기라는 말 대신에 ‘사탕 체리’라는 말을 썼다고 한다. 즉,
사탕+체리=사탕 체리
사탕 같이 달다
체리 같이 빨갛다
이처럼 인간은 지금 있는 것을 2개, 혹은 3~10개를 합해 새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독서의 이해, 전정재 저, pp 150, 151). 이 생각하는 능력은 아주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발달을 시켜야 한다. 이 가장 높은 생각하는 능력을 ‘critical thinking’ ‘synthesis’ ‘problem solving’ skills라고 한다.
미셸이 우리 클리닉에서 300여가지의 시험을 거친 후 다음과 같은 프라블럼 솔빙의 생각을 하였다.
<문제>: Bimetalic으로 만든 칼이 있다. 손잡이는 나무로 되어 있다. 이 칼에 열을 가하니까 밑으로 휘어졌다. 휘어진 칼을 물에 금방 담그니까 다시 제자리로 돌아 왔다. 이 칼에 다시 열을 가하니까 역시 처음 같이 다시 휘어졌다. 휘어진 칼을 180도로 뒤집으니까 밑으로 휘었던 칼날이 위로 올라왔다. 올라온 것을 다시 물에 담갔더니 첫번 같이 다시 제자리로 왔다.
필자: 왜 이 칼이 위로 올라왔을까? 무엇을 질문하든지 대답해 줄께.
미셸: 질문이 생각이 안 납니다.
필자: 네가 알고 싶은 것은?
미셸: 왜 위로 올라갔는가?
필자: 그 답을 알려면, 너는 어떻게 하면 되지?
미셸: 선생님이 답을 가르쳐주면 되지 않나요?
미셸은 아주 똑똑한 영재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험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감도 잡지 못 했다. 만일 필자가 미셸이 원하는 것 같이 답을 주었다면, 미셸은 어디까지나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남의 정보만을 외우는 학생밖에는 안 된다. 미셸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이유가 단순한 생각밖에는 못 하는지, 엄마 말 같이 머리가 좋아도 생각하기를 싫어하는지, 혹은 생각하는 면의 두뇌가 아직 발달이 안 되었는지도 모른다.
서치먼(Suchman)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이 질문에도 3단계가 있다고 했다. 즉,
1. 첫번째 주어진 상황을 분석하는 단계(Episode Analysis):
미셸이 질문을 할 수 있었던 영역은
예: a. 물과 관계가 있나?
b. 이 때의 불(heat)이 보통 불(heat)과 다를까?
c. 그 불이 장작으로 타는 열이라도 가능한가?
d. 칼 자체가 뜨거웠다? 등등이다.
다시 말하면 그냥 상황을 보는 것이 아니고 일일이 그것을 관찰하고 분석을 하는 단계를 말한다. 선생님이 답을 그냥 말해 주면 이런 분석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다.
2. 두번째 관계를 이해하는 단계(Determination of Relevance):
자신의 질문이 그 문제 해결과 관계가 되는 질문인지? 즉, 예: a. 며칠 후에 같은 실험을 해도 같은 결과일까?
b. 그 칼의 화학성분이 다른가?
c. 그 칼의 모양이 비록 다르다 하더라도 결과가 같을까?
3. 세번째 결론을 내리는 단계(Induction of Relational Constructs):
위의 7가지 질문을 모두 종합을 해 봤을 때 metal은 다 다른데, 다른 metal에 열을 가할 때 그 구부러지는 팽창률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다. 주입식 교육에서는 분석 단계, 관계를 이해하는 단계, 결론단계 등 3 단계를 지나지 않고 그냥 그 결론부터, 즉 답을 선생님이 내려주신다. 즉 metal에 열을 가하면 그 metal의 종류에 따라 팽창이 다르다. 이것을 외우는 것으로 끝이 난다. 언뜻 보기에는 이 프라블럼 솔빙의 생각이 더 번잡스럽고 어렵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결과가 아니고 그 생각의 과정이다. 그 도중에서
a. metal과 heat에 관하여 학생이 배운다.
b. metal과 나무가 heat을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
c. metal의 성분/열의 관계 등을 배웠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문할 줄 아는 능력을 배우는 것이다.
주입식 교육에서는 이 과정을 완전히 무시하기 때문에 결과를 중요시하고, 답도 어떤 생각에서 나왔다기보다는 정답을 외우는데서 그쳤다고 본다. 필자도 여학교까지는 단어 공부를 했다. 아마 그 때 공부했던, 외웠던 단어를 다 기억한다면, 아마 지금쯤 걸어 다니는 영어사전 비슷했을 것이다. 그러면, 왜 시험만 보고 나면 쉽게 잊어버렸을까! 그리도 머리가 나빴나? 위의 3단계 중 지면상 하나만 들어봐도 단어는 문장 내에서 문맥을 통하여 그 뜻을 아는데 필자는 그 반대로 공부를 했었다. 즉 문장에서 일부러 뽑아다가 공책에 나열하여 사전을 찾았으니, 그 연결성 자체를 다 분리하고 외웠었다. 과정을 무시하고 덮어놓고 외웠으니 시험 후 잊어버리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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