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 10분내지 20분 동안 우리는 그 날 제작할 신문의 방향을 논의합니다.
머릿기사와 사진, 그리고 박스(Box)기사, 인터뷰 및 때로는 社告까지 그 날 싣게 될 내용들을 교환합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반복되는 회의이지만 같은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기자들 서로가 아는 정보를 공유하고 부족한 것은 보충시키는 철저한 [나눔과 연대]의 모임인 셈입니다.
이 자리의 공통적인 점을 굳히 끄집어 내 본다면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게 되는 기사를 맡아야 할 경우 대부분이 꺼리는 눈치가 역력하다는 겁니다.
자진해서 자원하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죠.
그럴 때마다 나는 과거 많이 들어왔던 [언론인의 밥값]을 떠올려 봅니다.
아니, 직장인의 [밥값]이라는 게 다 그렇고 그렇지 뭐 언론인의 밥값이이라고 특별한 게 있겠느냐고 생각하실 지 모릅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남이 싫어할 얘기를 미주알 고주알 다 캐낸다는 것이 그리 용이하지도 않을뿐더러 썩 내키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서로 눈치만 보며 꺼린다는 것을 저도 십분 이해합니다.
남이 하기 싫어하는 것을 그냥 밀어붙이는 저도 그리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허지만 저의 [밥 값]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 때문에 거기에 관련된 누군가와 불편해지기를 바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을 무릎 쓰고 해야하는 일이 바로 [기자들의 밥값]일거라고 저는 혼자 많이 생각합니다. 정말 많이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다른 직장인들의 밥값하고는 큰 차이가 나는 것 아닐까요?
대통령 선거를 대략 8개월 가량 앞 둔 본국의 정치면을 보면 [언론인의 밥값]에 대해 한층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각설하고, 각 당의 후보들과 각 정치 세력 등을 공정하게 다뤄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고 느껴지더군요.
이를테면 너무나 피상적인 것들, 밖으로 튀어나온 것들만 챙기다 보니 같은 사람, 같은 일에 대해서도 첫 번째 기사와 며칠후의 기사, 그리고 시일이 꽤나 흐른 뒤의 기사는 너무나 판이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세월이 흘렀으니 많을 것들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제가 말하는 것은 그 본질과 근본적인 것들이 너무나 달라져 있다는 것입니다.
좀더 욕심을 부린다면 각 후보나 그 세력들이 뭘 들고나올 때마다 양심과 양식에 의해 가능한 한 진솔한 판정을 해서 국민들, 즉 유권자들의 판단을 도와 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본국에서 선거철마다 불거져 나오는 고질적인 병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정서와 색깔 같은 것을 부추기는 일들에 대해서는 더욱더 [언론인의 밥값]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판받고 욕먹기를 겁내는 기자는 그 밥값을 제대로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필자도 "당신 때문에 내 입장이 곤란해 졌다" "해명을 실어달라"는 등의 섭섭하고 서운한 심경을 내비치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습니다.
아는 사이라서 인간적으로는 불편했지만 그 기사에 악의가 있다거나 어떤 불순한 의도가 없었다면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당시는 불편했던 게 사실입니다.
더구나 당신의 윗사람인 회장에게 알린다며 협박성 항의(?)를 당할 때는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소수계 들이 많이 모여 사는 미국의 각 커뮤니티는 우리가 겪는 이런 류의 일들이 꼬리가 많습니다.
노리는 바는 딴 데 있으면서 유난히 포장은 그럴 듯 하게 해서 동포들을 현혹시키는 일들 말입니다.
그렇다고 그런 일들을 검증에 앞장서고 따져보라고 대들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동포사회의 맹점이라면 맹점인 이런 점을 잘 이용하시는 것이겠죠?
이런 것을 잘 지켜보고 그 속을 훤히 알아내야 우리는 진정한 [밥값]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판을 너무 즐긴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밥값]을 늘 감사하고 있을 독자들을 생각하면 그깐 오해는 대수가 아니라는 위안을 스스로 해보게 됩니다.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는데도 욕을 먹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 때
문에 먹는 [욕]을 싫어한다면 아예 기자직을 택하지도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속으로 다짐 겸 위안도 해 봅니다.
욕은 많이 먹어도 배부르지는 않지만 오래는 산다고 하더군요.
[밥값]이라고 생각하면 참고 삼키는 수 밖에 없겠죠.
임승쾌 본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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