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마리 키우는 마켓 주인이 무료로 빌려줘
데리고 다니며 개 운동시켜주니 서로 좋아
하와이 마우이의 해나 하이웨이에 있는 소박한 상점 ‘마우이 그로운 마켓’에 들른 관광객들은 샌드위치, 소다, 선탠 로션 말고 개까지 픽업할 수 있다. 선샤인, 로지, 코아, 알로하 같은 이름의 잡종견 11마리가 자동차들이 가게에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만 들리면 귀들을 쫑긋 세운다. 외출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휴가 여행을 가서 자기 개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기에 내 개들을 빌려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가게 주인 크리스 보르기스(40)는 마우이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다. 언젠가 동물보호소를 열고 싶은 희망을 갖고 있는 보르기스가 지난 3~4년간 입양한 이 개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 원치 않았던 애완동물들로 지금까지 무료로 관광객들에게 빌려줘 왔다.
물론 관광객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다. "개들을 운동시켜 주거든요. 개가 11마리나 되면 다 운동시키기도 힘든답니다"
이 마켓은 600개의 급커브와 54개의 다리 및 주변의 아름다운 열대 우림 경치로 유명한 좁은 길, 해나 하이웨이를 통해서만 갈 수 있는 이스트 마우이의 해나로 가기 전 마지막 정류장이라고 스스로를 선전하고 있는데 인터넷 대화방 및 지역 관광잡지에 실린 반 페이지 짜리 광고 덕분에 개를 찾아 이 마켓을 찾는 손님들은 꽤 많다.
보르기스는 마히마히라는 이름의 노란 래브라도어가 손님들에게 산길이건 바닷가건 자기를 데리고 가라고 조르는 것을 보고 5년 전부터 개들을 관광객에게 빌려주기 시작했다. 마히마히는 관광객들의 사랑을 독차지, 지금도 마히마히에게 엽서를 보내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하와이주는 타주에서 가져온 개들을 1개월 이상, 서너달까지 격리 수용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잠시 방문하는 사람이 자기 개를 데려와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매일 다른 관광객들에게 개를 빌려줬지만 아직까지 한 마리도 개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며 개들도 나쁜 경험을 한 적이 없다고 보르기스는 말한다. 개들은 아이들에게 친절하도록 특별 훈련을 받지는 않았지만 처음 입양할 때부터 붙임성 있는 놈으로만 고르며,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책임보험에도 가입해 있다.
그리고 낯선 손님과 함께 나가고 싶은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은 언제나 개로 이제까지 개가 거절한 것은 2번이다. 보르기스는 예약은 받지 않는다. 개들이 하루종일 누군가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이다.
최근의 어느 아침에는 샌디에고에서 온 페니슨 일가가 들렀다.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는 이 집의 막내 켈시(11)는 "개들이 멋있지만 집에서 못 길러요"라고 말한다. 켈시는 치와와-닥스훈트 잡종인 코아가 마음에 들지만 켈시의 오빠 마티(15)는 목에 털이 더부룩한 잡종 로지를 더 좋아했다. 아버지 리치는 곰같이 생긴 차우-리트리버 혼혈 레이시를 꼽았고 어머니 캐시의 마음은 광고에 출연한 잡종견 선샤인에 가 있었다.
캐시어 제리 프리즈비가 원한다면 두 마리를 가져가라고 하자 아이들은 세 마리를 가져가자고 조르기 시작했지만 페니슨 일가의 미니밴이 도착하자 몰려든 예닐곱 마리의 개중에서 뽑힌 것은 2마리 뿐으로 남겨진 레이시는 속이 상해 낑낑거리며 울었다.
집에 두고 온 자기 개가 보고 싶지 다른 개는 원치 않는다던,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온 프랜시스 타마리키와 캐시 토디가 그 모습을 보다 못해 마음을 바꾸고 레이시를 차에 태우며 "바닷물에서 목욕이나 시켜야겠다"고 데리고 가자 보르기스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바로 저런 광경이라고 말한다. "개를 무료로 빌려준다면 돈을 많이 버는 모양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손님들이 저는 정말 싫어요. 내 동물들을 가지고 돈을 벌 생각은 없습니다. 사람들과 나누고 싶을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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