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가 베벌리와 멜로즈 구간은 타운의 이색거리다. 이곳은 말 그대로 가구점 거리. 한인업소 15개를 포함해 40여 업소가 빼곡하게 모여 있다. 대표적인 선매품인 가구는 다양한 업소, 다양한 물건을 둘러본 후 구입을 결정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보석이나 식당처럼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이 오히려 비즈니스의 호조건이다. 따라서 웨스턴 가구거리의 한인상인들은 ‘동업자인 동시에 경쟁자’라는 이율배반의 관계를 맺고 있다.
60~70년대 웨스턴 가구점 거리는 질 낮은 중고 가구점과 창고 등이 연이어 있는 곳이었다. 웨스턴과 멜로즈에 유대인이 운영하던 폴스 웨스트라는 대형 가구점이 있었고, 한인 가구상들은 80년대 초반부터 진출하기 시작했다.
LA 한인상의 회장을 지냈던 방미철씨가 센추리 가구점, 주전홍 사장이 이태리 가구점을 열었으며 곧 이어 세본가구점 등이 문을 열어 웨스턴가 한인가구점 시대를 개막했다.
한인 가구점이 이 곳에 모여들기 시작한 이유는 창고 등이 밀집해 싼 렌트비로 대형 공간을 대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인들이 취급한 가구는 ▲이태리에서 직수입한 고급가구 ▲로컬에서 제작된 실용적인 생활가구 ▲동남아시아·한국 등에서 수입된 가구 등으로 구별된다.
80년대 이민이 크게 늘고 활발한 부동산 경기를 기반으로 계속 확장되고 수효가 늘었던 한인 가구점은 폭동을 계기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한때 잘 나가던 ‘센추리 가구점’은 폭동 여파로 소비 부진을 이기지 못해 챕터11 파산을 신청했고, 이태리 수입가구점 또한 폭동의 여파로 챕터7 파산을 신청하고 웨스턴가를 떠났다. 주전홍 사장은 그 후 재기에 성공, 6가와 옥스퍼드 코너에서 이태리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폭동 후 고급가구에서 실용적인 가구로 소비 성향이 바뀐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수입가구 등에 치중한 것이 패인의 하나였다고 가구거리 한인들은 이야기한다.
그러나 지금 웨스턴가는 실용적인 가구를 찾는 중산층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웨스턴 가구거리처럼 좋은 품질의 가구를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도 드물다. 세본 가구 앤디 김사장은 "가구점간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 각 업소가 특색과 개성 있는 가구를 갖다 놓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다"고 말한다.
웨스턴 애비뉴의 한인 가구점은 베트남계나 아르메니안계 등 타 커뮤니티에 비해 오랜 연륜에도 불구하고 큰 성장을 하진 못했다. 웨스턴 가구점 시장은 한인운영 업소가 15개 정도로 전체 시장의 30~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베트남계가 가구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을 토대로 가구점과 제조공장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체 공장을 갖춘 한인 가구점은 현재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투자에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20여년간 가구업에 종사해 온 라카사 이태리 가구의 주전홍 사장은 "베트남계 가구상들은 가구의 천 등을 자체 제조하는 등 가구 관련제품 제조공장까지 갖추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90년대 초반 뒤늦게 웨스턴 거리에 진출한 베트남계가 한인 가구업계의 성장을 앞질러 버린 셈이다.
가구점을 오랫동안 운영해온 한 관계자에 따르면 가구점을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은 1만-30만달러 정도까지 천차만별이다. 웨스턴가 한인 가구점의 크기도 1,000스퀘어피트 안팎의 조그마한 업소부터 2만~3만스퀘어피트에 이르기 곳까지 다양하다. 대부분의 가구점에서 일하는 매니저들이 7~8년 정도 경험을 쌓으면 업소를 차려 독립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예전의 큰 가구점이 5~6개로 쪼개지면서 업소 수는 늘지만 규모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가구업계의 한 한인 관계자는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처럼 웨스턴가에 다시 한인이 운영하는 고급 가구점이 들어서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이미지를 유지한다면 상권이 크게 성장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고급가구를 찾는 한인들은 지금도 웨스턴보다는 라브레아 등의 가구점을 더 많이 찾는다며 실용성과 가격 뿐 아니라 고객의 고급 취향도 만족시킬 수 있는 가구점들이 더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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