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싱 출신 뉴욕시의원 존 리우씨(John Liu.35세)는 플러싱 토박이인 중국계 1.5세이다. 5살 때 대만에서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하여 처음 정착한 곳이 플러싱이고 대학시절을 빼고는 플러싱을 떠난 적이 없다. 그래서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시의원이 된 것은 자랑스럽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시아계로서는 처음으로 뉴욕시의원이 되어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그는 이제 시의원 생활 3개월의 정치 초년생이지만 나름대로 자리가 잡혀가고 있는 듯 보인다.
자그마하지만 당찬 체구의 그는 주민들과 대화할 때 정열에 넘친다. 일주일 7일이 모자랄 정도로 중국계는 물론 다른 소수민족을 찾아 누비고 다니는 그는 플러싱한인회, 뉴욕한인회, YWCA, 상록회와 이민단체 등 한인사회의 기관을 방문했고 주민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 주민들과 관계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 구정에는 뉴욕시 역사상 처음으로 뉴욕시청에 루나 뉴 이어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는 원래 정치 지망생은 아니었다. 플러싱에서 유치원과 P.S. 20을 나와 브롱스 사이언스 고교와 헌터칼리지 고교를 졸업한 후 그는 빙햄턴 뉴욕주립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대학에서 학생회 부회장을 했고 대의원회 의장을 맡는 등 활발한 학내활동을 했지만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에퀴터블 생명보험회사에 취직하여 평범한 샐러리맨 생활을 했다. 보험회사에서 2년만에 컨설팅회사로 자리를 옮긴 그는 시의원에 당선될 때까지 컨설팅회사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회사에서 일했다.
시의원이 되려고 한 것은 지역사회에 봉사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래서 그는 정치인이란 말을 싫어하고 공복(public servant)이란 말을 쓴다고 한다. 시의원이 연봉 9만달러의 고액을 받는 자리지만 컨설턴트로서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12월 31일 컨설팅회사를 사직하고 1월 1일부터 시의원직을 시작했다.
뉴욕 시의원은 인구 16만명당 1명씩 선출하기 때문에 모두 51명이다. 리우의원의 선거구는 플러싱과 프레쉬 메도우즈, 어번데일, 그리고 화잇스톤의 일부지역이다. 그에 따르면 시의원은 뉴욕시민 전체를 대표하고 한편으로는 지역구 주민을 대표하는 두가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플러싱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던 줄리아 해리슨 전 의원이 은퇴한 자리를 놓고 다툰 지난 선거에서는 한인후보도 출마하여 한인사회의 관심을 끈 선거였다. 민주당 후보 예선에서 리우의원은 한인 테렌스 박씨와 중국계 여성후보를 누르고 본선에 진출, 무난히 시의원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래서 한인사회와는 약간 미묘한 관계가 있는 그이지만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리우의원은 선거에서 경쟁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미국사회는 본질적으로 경쟁사회이고 경쟁을 통해 발전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중국계와 한인의 경쟁 뿐 아니라 중국계와 중국계간의 경쟁, 한인과 한인간의 경쟁도 없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 선거에서 한인 뿐 아니라 중국계, 아이리쉬계, 주이시와 경쟁했는데 선거는 올림픽경기처럼 선거가 끝나면서 경쟁은 없어지고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지난해 선거에서 일부 한인들의 도움을 받은 것을 매우 자랑스러운 일로 내세우기도 했다.
리우의원은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자라나면서 중국계로 분류되지 않고 아시아계로 분류되어 왔다면서 중국계나 한국계나 모두 아시안 아메리칸임을 강조했다. 그러므로 해마다 음력설 행사를 차이니스 뉴이어라고 고집하는 중국계 사람들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래서 지난 구정 때 뉴욕시청에서 거행된 구정행사를 「아시안 루나 뉴이어」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루나 캘린더를 사용하는 다른 민족도 있기 때문에 특별히 아시안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중국인이 대만과 본토, 본토 내의 각 지역마다 특성이 있는 자기들의 출신지역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중국계로 통칭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인이나 중국인이나 자기의 출신국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모두 아시안 아메리칸이라는 점을 누누히 강조했다. 그리고 나아가서 미국 시민이 된 사람은 아시안이나 남미인이나 유럽인이나 모두 미국에 충성하는 미국인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언젠가는 한인도 시의원이나 다른 선거직에 진출하겠지만 그러자면 한인만의 지지를 받지 않고 중국계와 흑인등 모든 민족 출신의 유권자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 그리고 한인이기 때문에 한인을 선출한다는 한계를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플러싱에서 오래 살아오면서 플러싱의 발전상을 지켜 본 그는 특히 한인들의 기여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는 플러싱이 괄목할 발전을 했지만 중국계와 한국계 등 모든 주민이 협력하여 노력하면 더 큰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했다. 그
가 보기에는 지금까지 플러싱의 개발은 20% 밖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앞으로 80%의 개발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맨하탄의 타임즈 스퀘어나 유니온 스퀘어처럼 공공투자를 끌어들인 개발사업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그는 앞으로 뉴욕시와 주정부에 교섭할 계획이라고 했다.
플러싱의 인구를 증가시키지 않고 샤핑, 파킹 등 각종 시설 및 기관을 유치하여 단순한 주민들의 생활지역이 아니라 뉴요커들이 곳곳에서 찾아오는 도시를 만든다는 것이 그의 꿈이라는 것이다.
그러자면 이른바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우선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인구의 급증으로 인해 발생한 교통체증, 무질서한 간판과 보도 점거, 노인들의 보행이 힘들 정도인 보행자 혼잡, 청결문제 등을 그는 선결과제로 꼽기도 했다.
무명의 청년이었던 리우의원이 시의원이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플러싱에서 자랐고 정치가 아닌 봉사를 하겠다고 하고 아무에게나 스스럼 없이 닥아가서 자신의 입장을 설득하는데 머리 회전이 빨랐고 정열적이었다. 풀뿌리 민주주의에서 정치를 꿈꾸는 한인 젊은이들이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기영 <본보 주필>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