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이 말했던가. 대통령이라는 건 마치 호랑이 등에 탄 것 같다고. 호랑이 등을 타는데 천부적 재능이 있는 사람이 많았다는 점에서 우리는 행운을 누려왔다."
’대통령의 날’을 맞이해 미국의 저명한 역사가인 로니 번치가 미국의 역대 대통령을 조감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미국은 지도자 운이 좋은 나라’라는 말로 들린다. 아닌게 아니라 역대 미 대통령의 면면을 보면 미국은 지도자 운이 좋은 나라라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링컨의 경우를 보자. 그는 미국이 극도로 분열된 상황에서 간신히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런 그이므로 취임 당시에는 인기도 없었다. 트루먼도 마찬가지다. 전임자인 루즈벨트의 거대한 그림자에 가려 그가 대통령직을 승계할 때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불안해 할 정도였다.
링컨과 트루먼은 그러나 오늘날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힌다. 링컨은 남북전쟁에서 미국을 건졌다. 노예해방도 불멸의 업적이다. 트루먼은 2차대전 직후 소련의 팽창세에 단호히 대처, 미국이 냉전에서 승리를 하는데 초석을 다진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마셜 플랜이 그 대표적 업적이다.
이들은 취임 초 전혀 국민적 신망을 받지 못했던 대통령들이었다. 비상시기를 맞아 그러나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해 미국을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 ‘건국의 아버지’들로 불리는 워싱턴, 애덤스, 제퍼슨 등은 정치적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제라는 것 자체가 당시로는 전대미문의 정치제도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대통령 중심제 민주정치의 모범이 되는 전례를 남겼다. 이런 부문은 참으로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막연히 미국은 지도자 운이 좋은 나라라는 말로 설명될 수밖에 없다고 할까.
"한마디로 지옥이다." 대통령이라는 직업에 대해 워렌 하딩 대통령이 내린 정의다. 대통령은 단지 인간일 뿐이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기대가 하도 높아서 나온 말이다.
"대통령은 도덕적 지도자야 한다. 장군 역할도 해야 하고 외교관도 되어야 하고 경제전문가도 되어야 한다. 위대한 조정자 역할도 해야 한다. 따뜻한 형제애를 발휘해야 하고 때로는 치어 리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경제를 번영시키고 민권을 수호하고 범죄와 싸우고 또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고 위기에 국민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정도는 그렇지만 현상(status quo) 유지에 불과하다.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되려면 아울러 비전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그로 끝나는 게 아니다. 상황대처,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링컨은 위기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역사 속에 남은 대통령이 됐다. 밴 뷰렌 대통령의 경우는 정반대다. 사실 그는 ‘가장 준비가 잘 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당시 미국의 정치 1번지 뉴욕주를 무대로 고도의 정치술을 익혀 말하자면 ‘정치 9단의 경지’에서 백악관에 입성했던 것. 때문에 인기도 높았고 또 당연히 국민적 신망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러나 위기가 닥치자 밴 뷰렌은 그냥 무너졌다. 위기대처 능력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오늘날 밴 뷰렌은 그랜트 대통령 등과 함께 ‘최악의 미 대통령’ 중 하나로 평가된다.
’링컨, 프랭클린 루즈벨트, 워싱턴, 시어도어 루즈벨트, 그리고 트루먼’-. C-SPAN이 역사학자들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한 결과 ‘베스트 5’에 선정된 대통령들이다. 이들은 비전 제시 능력, 인격, 단호한 행동력 등에서 이들은 높은 점수를 받아 ‘베스트 5’에 랭크된 것이다.
"나는 임기 중에 새로운 정책을 개발한 적이 없다. 선거과정을 통해 이미 사람과 정책이 정해졌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말이다. 이 말이 뜻하는 건 대통령 자리는 OTJ(On the Job Training)가 아니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철저한 집권 플랜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렇게 되는 것 같다. "위대한 대통령이 되려면 높은 도덕성과 함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위기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확고한 정치철학을 바탕으로 집권조직과 인재 풀(pool)도 갖추어야 한다."
요즘 와서 특히 강조되는 건 철저한 집권계획이다. 대통령이 혼자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또 오직 대권에만 눈 먼 상태에서 집권에 성공했을 때 시행착오에다가 독단으로 빠져들 위험지수가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DJ, YS, 또 5, 6공의 전·노 등 역대 대통령이 모두 ‘실패한 대통령’이 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나저나 한국은 언제쯤이나 ‘지도자 운이 좋은 나라’가 될까. 목하 전개되고 있는 대선 정국으로 보아서는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다. 오직 대권만 바라보고 달리는 인상이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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