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상담-마가렛 김 (케네디고등학교 교감)
▶ 인내로써 끝까지 경청하는 자세 중요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전하는 사람의 태도와 목소리의 톤에 따라 그 뜻이 다르게 전달되며 듣는 사람의 감정의 상태와 개인적 경험에 의해 여러 가지로 해석이 될 수 있다. 특히 사춘기의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은 자녀와의 대화에서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뜻이 전달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험을 자주 하시리라 본다.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고 기쁘게 하려고 노력하던 자녀가 어느 날부터 가족과 보내는 시간보다 혼자 생각에 잠겨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부모님의 말씀을 건성으로 듣는 것 같아 안타까우며 부모님들과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 같아 화가 치미는 때도 자주 있으실 것이라 본다.
필자는 중고등학교에서 사춘기 학생들과 생활하며 교사와 학생들간의 의사소통 또한 학부모님들과 학생들간의 대화, 그리고 학생들 사이에서의 문제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각 케이스마다 문제점이 다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된 점은 모두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화는 나누고 있지만 서로 자신의 의견과 처지만 이해시키려고 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한쪽에서 만이라도 신중히 들어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며칠 전의 일이다. 수업중 타학교 학생들의 방문을 금하는 교칙을 무시한 채, 타주에서 방문한 친구를 자신의 교실로 데려가던 중에 학교 경비원(campus security)에게 들켜서 그 친구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경비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학생을 타이르던 교사들에게도 무례하게 행동하는 그 학생을 보고 Mrs. F가 훈육(discipline)담당 학생주임께 데려 왔다. Mrs. F가 상황을 설명하는 도중에도 계속 떠들며 자신은 잘못이 없고 학교의 규칙이 잘못 되었다고 우겼다. 모두의 목소리가 커질 대로 커진 상태였다. 이때 학생주임의 사무실을 지나던 Mr. G라는 스태프 한 분이 "자신이 그 학생을 잘 아니 대화하게 해달라"며 들어오셨다. Mr. G는 우선 다른 스태프들과는 달리 학생을 혼내거나 학생의 잘못을 지적하는 대신 학생 자신이 설명하다 지칠 때까지 그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아무리 학생이 무례하고 험한 표현을 해도 표정의 변화 없이 그저 듣고만 계셨다. 학생이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서 낮추고 자신의 행동이 창피하다고 느낄 때까지 약 10분의 시간과 그 학생의 많은 양의 칼로리가 소비되었지만 Mr. G의 훈계 한마디 없이 그 학생 자신이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게 하는 모습에서 자녀에게 시간을 투자하고 참을성을 가지고 성의 있게 자녀의 생각과 의견을 들어줌으로써 자녀와 부모간의 많은 갈등을 방지할 수 있음을 다시 깨달았다.
야구부 실력 테스트(try out)에서 뽑히지 못한 한 학생을 위로하던 교사 한 분이 "우리 학교 야구부에 들어가기가 워낙 힘들며 그 학생보다도 더 잘하는 많은 학생들도 못 들어갔다"고 한 위로의 한 마디가 "너의 낮은 실력으로는 막강한 우리 학교의 야구부엔 어림도 없다"는 내용으로 해석이 되어 부모에게 전해져 자녀의 자신감을 더욱 낮추어 놓았다고 화가 잔뜩 난 그 학부모의 전화를 받은 적도 있었다.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내 방식으로 해석하는 자녀들의 말을 그대로 믿을 때 또 다른 대립이 생기기 쉬우므로 자녀들의 말은 잘 새겨듣고 정확한 정보가 아닐 경우 화를 내시 전에 직접 본인에게 확인해 보실 필요가 있다.
또한 부모님의 입장에서도 자녀와 대화할 때 부모님이 듣고 싶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듣지 마시고 자녀의 입장에서 자녀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의 심정과 목소리를 꼭 들어주셔야겠다.
필자도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선 자녀의 학부모로서 자녀와 대화할 때 너무나 도전을 많이 받는데 가장 힘든 부분이 바로 아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아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이다. 또한 아들의 목소리가 커질 때 내 목소리도 커진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새삼 느낀다.
부모의 위엄을 지키고 자녀에게 엄격하게 훈계하는 동시에 자녀에게 부모의 끝없는 사랑을 전하며 자녀를 이해하고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 놓는 이 과제는 어느 박사학위 논문보다도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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