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재교육 48: 창의력 (III)
▶ 전정재 칼럼
"우리 마이크는 어려서는 영재반에 뽑히기도 했고, 지금도 전부는 아니지만 AP(Advanced Placement) 코스를 주로 택합니다. 그런데 성적은 A, B, C 골고루 다 있습니다. 저는 A만 받아 오라는 부모는 아닙니다. 그러나 C가 눈에 띄니까 걱정이 되어 다그쳤거든요. B까지는 봐주겠는데, C가 무엇이냐고요! 마이크 말이 자기도 화학(chemistry)에 C를 받고 놀랐답니다. 그래 화학을 열심히 해서 A로 올려놨는데 그러다 보니 A를 받던 역사(history)에 C를 받았다나요! 정말 머리가 좋다면 어떻게 성적이 이렇게 쉽게 오르락내리락 요동을 칩니까? 그런데 숙제조차도 아닌 자기가 쓴 시가 뽑혀서 학교 신문에 났대요. 제가 읽어봐도 정말 잘 썼어요. 어려서부터 우리 아이는 하나에 몰두를 하면 거기에 계속 빠지는 현상이 있어서 정신집중을 잘 한다라고만 생각했는데 혹시 화학에 빠져서 역사를 못 했는지? 또 자기가 주장으로 한 일은 그냥 밀고 나간다는 것도 그 한군데 빠져드는 것이 아닌지요? 그저 고집이 세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것과도 상관이 있는지요?"
-11학년 마이크 어머니
테스트를 해 보니, 마이크는 창의력이 강한 우수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그 창의력에서 자기의 고유한 점(originality)은 강했지만, fluency와 flexibility가 약한 학생이었다. 그 결과로써 자기의 생각, 자기의 의견에 몰두를 하면 그곳에 거의 집착을 할 정도로 다른 견해는 염두에 못 둔다.
지난주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창의력은 creativity와 divergent thinking의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거기에는 originality, flexibility, foresight와 fluency의 네 가지가 포함되어 있다. 그 중에서 3F(flexibility, foresight, fluency)는 얼마든지 배우면 될 수 있는 분야이다.
다음은 우리 클리닉에서 flexibility, foresight 및 fluency를 배우며, 가르치는 case를 하나 소개하려 한다. 독서 요법(bibliotherapy)을 사용하였다.
마이크는 이런 말을 했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한 것이 통 이해가 안 되어 방황했는데 이제는 좀 이해할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죄와 벌(Crime and Punishment)을 다 읽었거든요! 거기에 나오는 라스코니코브(Raskolnikov)를 이해하니까 히틀러를 이해하게 되더라구요!" 필자는 히틀러를 이해한다는 것이 무슨 소리인지 깜짝 놀랐다.
죄와 벌의 주인공인 라스코니코브는 자기 자신을 비상한 젊은이로 생각하고 이런 초자연적인 사람은 세상의 법과 질서를 초월하는 수퍼맨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수퍼맨은 누구를 죽여도 되고 또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당포 주인인 늙은 할머니를 도끼로 살해하는 살인자가 되었지만 라스코니코브의 마음속에는 아무 일도 안 하는 그 늙은 할머니는 사회의 악이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사람, 비참한 환경에 처해 있는 사람의 등골을 빼먹는 벌레만도 못한 인간이기 때문에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초자연적인 인간형의 처음 시작은 독일의 헤겔(Hegel)의 사상으로 그 자신도 이 사상의 끝을 내지는 못했다.
간단히 소개하면, 이런 초자연적인 사람은 어떤 높고 고귀한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을 쓸 수도 있고 그 수단과 방법이 남을 해치는 악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정당화가 된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전당포 늙은이는 사회의 악이니까 전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는 그는 죽어야 마땅하며, 그것이 비록 살인이라는 수단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미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의 인간형은 이 ‘죄와 벌’에서 라스코니코브의 동생 도니아를 농락한 그의 보스 스비드리게이러다. 그 보스의 생의 목적은 희락, 쾌락 위주의 삶으로써 자기가 원하는 것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자기 힘으로 갖는 인간형이다. 그 결과 그는 재산도 많이 모으고 강간을 하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다 차지하지만 그가 가장 원하는 도니아의 사랑만은 가져보지를 못한다. 그는 별 짓을 다 하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자기가 자기를 죽이는 일은 자기가 아직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자살한다. 이 인간형은 니체의 초인간형을 그린 것이다. 니체의 철학은 근본적으로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하여 생존한다는 것이다. 헤겔의 생활철학과 니체의 철학의 차이점은 헤겔의 수퍼맨은 모든 인간의 영리와 행복을 위하여서라면, 그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은 죽어야 하고(전당포 여인의 살인), 니체의 수퍼맨형은 인간은 자기 자신의 영리와 행복을 위해 산다는 것이다(도니아의 보스).
마이크(Mike)의 말: "제가 히틀러에 동의한다는 말이 아니라 그는 자기 스스로가 헤겔의 수퍼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필자의 답: "그러면 그 히틀러는 유대인들을 니체의 인간형, 즉 도니아의 보스처럼 자신의 영리와 돈만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냐?"
마이크: "우리는 물론 그렇게 생각은 안 할지 모르지만 히틀러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지요! 왜냐하면 유대인들이 악이라고 판단되면 죄와 벌에서 전당포 늙은이를 죽이는 일과 흡사하지요. 우리 쪽에서 생각하는 것으로 그치고 무조건 끔찍하다고만 생각하면 끝까지 이해가 안 되지만 히틀러 쪽에 서서 생각하면 어느 정도의 이해가 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추호도 그들을 동정한다거나 정당화시키는 일은 절대로 아닙니다. 또 히틀러가 나중에 에바 브라운과 자살한 것도 끝까지 자기의 생을 자기가 컨트롤하겠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마이크는 히틀러를 죄와 벌의 라스코니코브와 비교함으로써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다른 입장에 서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 즉 flexibility를 배운 것이다.
2. Foresight
다음은 foresight에 대한 독서요법이었다. 옆에서 열심히 듣고 있던 지연(11학년 학생)이는:
지연이: "나는 책을 아직 다 끝까지 읽지는 못 했지만, 주인공인 라스코니코브는 자신도 죽든지 혹은 사형을 당할 것입니다. 한가지 희망적인 것이 있다면, 라스코니코브에게 내적인 변화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즉 헤겔의 사상이 틀렸다는 것입니다.
필자: 아직 읽지도 않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낼 수 있니?
지연: 인간의 죽음을 크게 두 가지로 보는데, 육체적인 죽음을 우리는 보통 죽었다고 하지만 종교에서는 내적인 죽음과 내적인 삶을 말하지 않습니까?
지연이는 원래 영재일 뿐만 아니라, 상당한 창의력을 지닌 학생으로 우선 책을 많이 읽는 학생이었다. 지연이의 선견(foresight)은 반드시 타고났을 수도 있지만 많은 책을 읽고 종합 능력(convergent thinking)이 많으면 자연히 이런 선견을 가질 수가 있다. 즉 선견은 얼마든지 배울 수가 있다는 말이다.
라스코니코브는 자기의 죄를 스스로 고백하고 감옥에 간다. 감옥까지 따라 온 애인 소니아의 사랑도 처음에 배척하지만, 나중에는 모든 것을 깨닫고 구원을 받는다.
이 책의 주제는 주인공의 구원, 직접적으로 주인공의 고통을 견디어 낼 수 있는 데에서 있다. 인간의 고뇌, 고통을 견디어 내는 능력이 위대한 고통 자체가 인간의 구원에 이르게 한다는 것은 작가 토스토에프스키가 추구해온 중요한 주제의 하나이다.
마이크나 지연이가 이 작가의 주제를 파악하고, 이해했을 때 거침없이 생각하는 능력(fluency)이 저절로 따르게 됐다.
(추천독서 목록과 학습방법이 자녀의 독서수준별로 된 것이 있습니다.) 문의 (909)861-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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