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저지 한인상권을 가다
▶ (2) 팰리세이즈팍 (상)
팰리세이즈 팍은 뉴저지에서 면적 대비 한인 인구밀도가 가장 높다. 당연히 미 동부 한인상권의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로스앤젤레스 한인들이 이 지역 상권에 진출하는 등 한인 인구와 업소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변호사와 의사, 공인회계사 등 전문직종을 포함해 현재 팰팍 지역 400여개 전체 업소 가운데 한인 업소는 90%를 육박하는 340개로 추산되고 있다. 주택을 소유한 한인 비율도 절반에 가까운 45%로 급등했다.
특히 최대 상권인 브로드 애비뉴는 한인업소가 전체의 95%를 넘어섰다.
팰팍 타운 정부 등은 실제 거주하는 전체 주민은 2만명으로 이중 한인은 절반을 훨씬 넘는 1만3,000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인 주민은 갈수록 줄고 있는 데 반해 한인인구는 비약적인 증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서 한국 문화를 알려면 팰팍으로 가라”는 말이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팰팍 정부와 이 지역 올드타이머들은 한인유권자가 전체 3분의1에 달하는 1,300여명에 이르는 등 엄청난 증가세를 보여 앞으로 5년 뒤면 한인시장이 탄생할 가능성도 크다고 점친다.
정부 당국과 주민, 상권이 모두 한인으로 구성되는 미국서 가장 이색적인 타운으로 변모할 가능성도 있다.
외부 한인을 이방인으로 규정했던 팰팍 샌디 파버 시장도 지난 달 상공회의소 구정의 밤 행사에 참석, “꼭 한인들을 지칭해 이방인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오해하는 한인들에게 사과하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년 한해만 10명이 넘는 한인을 타운 공무원으로 채용한 파버 시장은 올해에도 자격을 갖춘 한인이 있으면 무조건 채용한다는 방침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몇 년 뒤 보여줄 한인 사회의 파워를 미리 인식, 유화 제스처를 취한 셈이다.
팰리세이즈 팍 지역 한인번영회 초대 회장 출신으로 지난 1989년 그랜드 가구점을 오픈한 남완희 사장은 "10여년 간 이곳에서 이룬 한인 사회의 발전은 눈부시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고 말한다.
"가구점 오픈 당시만 해도 한인업소는 금호 등 식당 3개와 이발소 1개 등 10개 정도에 불과했고 델리 그로서리 등 미국인 업소까지 합쳐 전체 업소가 20개를 조금 넘었다"며 "브로드 애비뉴 선상에 빈 가게가 많았고 아주 조용한 시골 동네였으나 한인들의 집념과 억척이 이 지역 상권을 수 십 배 이상 발전시켰다. 지켜본 내가 믿기지 않을 정도여서 감회가 새롭다"고 회고했다.
당초 팰팍 미 상공회의소 총무로 활동한 남 사장은 "한인이 아니었다면 죽어가는 상권을 결코 회생시키지 못했을 것"이라며 "팰팍을 찾는 한인들은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고 자동차가 없어도 걸어서 원스톱 샤핑 등 모든 생활이 가능하다. 미 전역은 물론 한국서 갓 온 이민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로스앤젤레스는 물론 오하이오, 펜실베니아 등 각지의 이민 1세대 한인들이 이주해 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인 운영 업소들은 거세게 밀고오는 한인들로 인해 타 지역으로 이전하는 등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최근엔 수 십 년 동안 영업을 해 왔던 브로드 에비뉴 선상의 미국 월프 장의사 마저 문을 닫기로 결정하고 한인에게 건물을 매각했다.
브로드 애비뉴에 우뚝선 로데오 플라자는 팰팍에 한인 상권 진출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평을 듣는다. 로데오 플라자는 연면적 6만2,800 평방피트로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를 자랑하고 있고 32개 전체 점포를 한인이 장악했다.
8년간 폐쇄됐던 극장 건물을 인수, 지난 1996년 말 로데오 플라자로 오픈한 김찬열 대표는 "초기엔 시행착오도 있었으나 한인업주들의 노력으로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며 "버겐블러바드에 건축해 최근 분양을 마친 24세대의 고급아파트 구입자들이 전원 한인이라 매우 놀랐다. 한인들의 팰팍 유입이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팰팍에는 최근들어 LA 한인들이 식당을 중심으로 이 지역에 진출하고 있다. 인근 지역인 뉴욕 퀸즈와 맨하탄, 롱아일랜드 등지의 한인 업소들도 전문성을 앞세워 팰팍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팰팍 상공회의소 고정생 회장은 "과거에는 주로 뉴욕 일원의 한인들이 자녀교육 등을 이유로 옮아 왔으나 최근에는 미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얼마전부터 뉴저지 북부와 뉴욕 등지 한인들을 겨냥해 팰팍을 목적지로 한 15인승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방안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과당경쟁 상태를 보였던 30여 이·미용 업소, 30개 식당, 20개 의류업소, 10개 학원 등은 이젠 다양한 전문업소 밀집이란 장점으로 변신, 보다 많은 고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인이 진출해 있는 업종은 가구와 이·미용, 골프용품, 간판, 건축, 기원, 노래방, 태권도, 검도, 문구, 선물, 잡화, 네일, 보석, 각종 보험, 부동산 회사, 비디오, 사우나, 세탁소, 사진관, 서점, 만화방, 식당, 수예점, 혼수침구점, 한복집, 아동복, 안경, 여행사, 운전학원, 음반, 오디오, 악기, 음악 전문서적, 이삿짐 운송, 유리, 유학원, 유흥업소, 양복, 의상실, 자동차 정비, 잔치집, 전기 및 전자판매 수리점, 제과, 정육, 제화, 철물, 카펫, 커피샵, 컴퓨터, 콜택시, 판촉, 트로피, 표구사, 핸드폰, 학원, 유치원, 한의원, 화원, 화장품 판매 등 80여 종에 육박하고 있다. 전문업종별로는 10개가 넘는 치과와 내과 산부인과 등 개업의와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이 있다.
팰팍 중심상권인 브로드 애브뉴 선상에 빼곡이 들어선 상가건물은 한인 소유가 절반을 넘어섰고 현재 매매가 진행 중인 건물의 구입 희망자도 대부분 한인으로 나타났다.
한인 경제 활황으로 미국은 물론 한국계 은행들도 잇따라 팰팍으로 지점을 내고 있다. 팬아시아 은행, 나라은행, 소보린 은행, PNC, 허드슨, 유나이티드 뱅크, 체이스 은행 등은 대 한인 고객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또한 한인직원 채용을 늘리는 등 한인고객 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고정생 상공회의소 회장
"팰리세이즈 팍은 한국의 전통문화와 먹거리, 각종 상품이 즐비한 한국을 대변하는 명소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지난 1990년 브로드 애비뉴 선상의 건물과 대지를 매입해 팰팍으로 진출한 고정생 상공회의소 회장은 "현재 이 지역 한인사회를 10년 전과 비교하면 너무나 엄청난 차이가 난다"며 "변해도 너무나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특히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고 불과 작년까지 뉴욕 일원의 한인 유입이 주를 이뤘던 것에 비해 요즘엔 LA 등 미국 전지역 한인들이 관심을 보이고 각종 업종에 진출하고 있다"며 "한인사회의 팽창과 더불어 타운정부도 한인 상인과 주민들을 위한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1990년 매입한 대지를 이듬해 타운정부에 10년간 공영주차장으로 임대 해준 고 회장은 "작년에 10년 만기가 됐으나 타운정부가 계속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히고 브로드 애비뉴 상권 활성화를 위해 임대 연장계약 없이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폭등하는 업소와 고객에 비해 주차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팰팍으로 진출하려는 수많은 한인들은 브로드 상권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이젠 샵라이트가 소재한 커머셜 애비뉴로 몰리고 있어 이 일대의 발전도 시간문제"라며 "팰팍은 뉴욕 등지로 향하는 직행버스 등 대중교통 시설이 잘 돼 있고 자동차 없이 원스톱 샤핑이 가능해 한국서 갓 이민 온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한인사회 각계에서 향후 5년 안에 한인 시장을 배출하려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어 팰팍이 미주한인사회를 대변하고 고국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명실상부한 타운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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