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서 37년 살고 있는 코미디언 필리스 딜러
22개 방마다 이름 붙여, 떠날 마음 전혀 없어
지난 해 여성 코미디언으로선 최초로 프라이어스 클럽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필리스 딜러는 84세에도 에너지가 넘치는 현역 엔터테이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무대에 설뿐만 아니라 폭스 TV의 시트콤 ‘타이터스’에서 타이터스의 할머니로 고정 출연하는가 하면 뒤늦게 시작한 그림 실력이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 괜찮은 값에 작품이 팔리는 화가로도 이름을 얻고 있다. 원래 피아노를 전공해 70대에 미국 내 100여개 심퍼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항상 새로움을 추구해 하나의 영역에 안주하길 거부하는 딜러지만 집에 관해서 만큼은 엉덩이가 무겁다. 다른 유명 연예인들이 옷을 갈아입듯 자주 이사를 다니는 것과는 달리 로스앤젤레스 서쪽에 있는 1만평방피트짜리 집에서 37년째 살고 있는 것. 1914년에 지어진 이 영국 시골풍 가옥을 1965년 가을에 사들인 그는 "내가 늘 꿈꾸던 집이 이미 이 곳에 지어져 있었다"며 "이사올 때부터 이 집에서 죽을 때까지 살고 싶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떠날 마음이 전혀 없다"고 말한다.
1930년대에 시카고의 셔우드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배운 그녀가 그림을 시작한 것은 1963년.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나이트클럽 무대를 유화로 그렸는데 이 작품은 현재 집 복도를 장식하고 있다. 18피트에 이르는 긴 복도에는 이 그림말고도 10여점의 아크릴화와 수채화, 유화들이 걸려 있다. 화가로서 매우 다작이어서 집 2층의 갤러리는 물론 집안의 벽들을 가득 채운 그림들은 대부분 지난해에 그린 것이다. 초기작들은 이미 수집가들에게 상당수 팔려나갔다.
지난 80년대에 자기가 그린 작품이 5,000달러에 경매되는 것을 본 후 딜러는 자기 집 이층의 방들을 화실로 개조해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작품들 중에는 지난 15년간 매달려온 초상화가 있는데 그녀는 "이제야 그림 속 여자 얼굴이 맘에 든다. 한때 주름이 너무 많았었지"라고 말했다.
성형외과 단골로 유명한 딜러 자신의 면모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지만 그녀는 이 작품을 자화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때 성형수술의 여왕이라고 알려진 그녀는 "내가 성형수술을 세상에 ‘커밍아웃’ 시킨 셈"이라고 말한다. 성형수술을 한 사실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으며 지난 81년엔 "늙어 가는 즐거움과 그 즐거움을 피하는 법"(The Joys of Aging and How to Avoid Them)이란 성형수술에 관한 책을 써내기도 했다.
정식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딜러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두려움이나 남들의 시선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일은 없다"고 말한다. 이는 그녀가 클로드 브리스톨의 책 ‘믿음의 마법’(The Magic of Believing)을 읽은 후 터득한 철학인데 이 책으로 인해 그녀는 다섯 자녀를 둔 40세 중년의 나이에 코미디언이 되었다. 샌프란시스코 퍼플 어니언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이후 영화 ‘초원의 빛’(1961), 시트콤 ‘사우스 햄튼의 프뤼트 가족’(1966-67), 그리고 버라이어티쇼인 ‘뷰티풀 필리스 딜러 쇼’(1968)에 출연했다.
1970년에는 캐롤 채닝, 진저 로저스, 마사 레이와 베티 그레이블의 뒤를 이어 브로드웨이의 ‘헬로 달리’의 여주인공을 맡았고, 출연한 영화도 10여편에 이른다. 대부분 밥 호프와의 공연이었고, 그와 함께 TV 특별프로에도 많이 출연했다. 밥 호프의 크리스마스 스페셜에는 1965년부터 94년까지 매년 빠짐없이 출연했다. 호프를 자신의 스승이라고 부르는 딜러는 자기 집 거실에 ‘밥 호프 살롱’이란 이름까지 붙이고 호프의 커다란 초상화를 이젤 위에 세워놓고 있다.
거실뿐만 아니라 집안의 22개 방 대부분에 이름을 붙였는데 ‘에디스 헤드’는 유명한 의상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파우더 룸이고 ‘존 윌키스 부스’는 에이브러햄 링컨을 저격한 배우의 이름을 딴 전화 통신실이다. 링컨 시대의 가구들로 치장된 링컨 침실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커서 집을 떠난 후엔 사무실로 개조했다. ‘바흐의 방’이라 이름 붙여진 그녀의 사무실은 리사이틀용으로 써도 좋을 만큼 넓은데 자주 이 곳에서 그랜드 피아노를 친다. 부엌은 ‘스칼렛 스컬러리’란 이름에 어울리게 빨간색 페인트칠을 했다. 빨강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색인데 "어린 시절이 별로 화려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빨강은 내가 새롭게 발견한 행복의 색깔"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가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자녀들. 이 집과 연관된 좋은 추억거리들도 모두 아이들과 연관이 있다. 그녀는 "아이들과 밖에서 놀던 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다. 이 넓은 잔디밭에서 연도 날리고 크로켓도 했다"고 옛 시절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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