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한인사회에서 커뮤니티 일에 활발히 참여하는 한 여성 인사가 한국을 다녀와서 재미있는 비교를 했다.
“한국에 가서 악수를 해보면 여성들의 손이 참 보드라워요. 여기 미국의 한인 여성들 손은 투박한데 말이에요. 일한 손들이지요”
집안일, 직장일 쉬지 않고 해서 연륜과 함께 노동의 흔적이 정직하게 배어있는 손, 자녀들을 듬직하게 키워내고, 가정살림을 일구고, 커뮤니티를 일으켜 세운 자랑스런 손들이다.
그 투박한 손들이 주기적으로 좀 더 거칠어지는 때가 있는데 바로 일요일 저녁이다. 주말 동안 집안청소, 빨래, 다음 주중에 먹을 반찬 조리, 그외에 이름도 붙일 수없는 자질구레한 일들을 다 하고 나면 손이 버석버석 소리가 날 정도로 거칠어진다.
가사노동에 덧붙여 젊은 주부들은 아이들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놀아 주느라, 좀 더 나이든 주부들은 자녀들 운동경기, 친구 생일파티, 학교 프로젝트…운전기사 노릇 하느라,
한갓지게 한번 앉아볼 틈도 없이 주말을 보내고 나면 정말 휴식이 필요할 때가 일요일 저녁이다. 주말 되면 더 바쁘고 더 피곤한 것이 일반적인 주부들의 삶이다.
한 미국회사 직원이 사무실 동료들을 주의 깊게 관찰한 후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며 심리 상담 칼럼니스트인 조이스 브라더스박사에게 문의를 했다. 며칠전 LA타임스에 소개된 내용이다.
“사무실 동료가 20명쯤 되는데 3/4은 여성이고 나머지는 남성입니다. 남성들은 모두 소위 말하는 T.G.I.F.(Thank God It’s Friday)그룹 입니다. 여성들중 절반쯤 되는 독신여성들도 이 그룹에 속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기혼여성인 나머지 사람들은 월요일 출근하면서 ‘휴, 드디어 월요일이다’(Thank God It’s Monday)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여성들에게는 보통 흔한 월요병이 아니라 금요병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혹은 내 관찰이 잘못된 것인가”를 그는 물었다. 조이스박사는 기혼여성들이 주말이면 육아와 가사노동으로 너무 지쳐서 그럴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손님 초대라도 있는 주말이면 일의 양은 더 늘어나는데, 남편들은 대개 손놓고 있고 80-90%의 일을 혼자 하다 보니 주부들은 월요일 출근하면서 겨우 한숨 돌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자들이 나이 먹으면서 나타나는 특징 중의 하나는 마음의 빗장이 헐거워지는 것이다. 젊어서는 남에게 흉이 될까봐 남편·자식들에 대한 불만, 집안 속사정을 꽁꽁 가슴속에 담아두다가도 40대쯤 되면 훌훌 털어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경계심이 풀린 탓도 있고, 한번씩 말이라도 하고 나면 그런 대로 스트레스 해소가 되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그렇게 털어 내는 단골 메뉴중 하나는 ‘손 하나 까딱 안하는 얄미운 남편’이다. 스스럼없는 친구들끼리 모이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몇 시간이라도 계속되는 주제이다. 얼마전 한 주부는 “남편의 I.Q.가 의심된다”며 흥분했다.
“저녁시간인데 일이 늦어져서 남편에게 밥을 좀 앉혀달라고 전화를 했어요. 쌀 씻어서 밥솥에 넣고 전기코드만 꽂으면 된다고 했지요. 집에 가보니 말 그대로 쌀 씻어 코드만 꽂았더군요. 물을 안 부었으니 무슨 밥이 되겠어요?”
평소에는 “한국남자들 다 그렇지” 하고 넘어가다가도 주부들이 특히 열을 받는 때가 있다. 몸이 아프거나 손님초대 했을 때 같은 경우들이다. 한 40대 주부의 말이다.
“몸살이 나서 끙끙 앓고 있는데 남편이 크게 선심이라도 쓰듯이 ‘나가서 점심 해결할테니 걱정말고 푹 쉬어’하는 거예요. 앓는 사람에게 뭘 좀 챙겨 먹여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는 것이지요”
저녁에 손님 초대한 날 “나는 있어 봤자 도움도 안되니까”하며 골프·테니스 치러 갔다가 식사시간에 나타나는 남편, 음식 준비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데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줘야 먹는 남편들은 모두 아내를 ‘T.G.I.M’ 회원으로 만드는 사람들이다.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 본다고 주부들의 ‘금요병’이 고쳐지지는 않는다. 소매를 걷어붙치고 같이 손을 적실 때 비로소 주부들도 남성이나 독신여성처럼 T.G.I.F 그룹 회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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