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사, 빨래, 육아 등 수많은 집안 일중 유독 청소만은 싫은 사람이라면 프랜시스 가비(86)가 무려 12년을 걸려 지은, ‘스스로 깨끗해지는 집’을 한번 가볼 만하다. 오리건주 뉴버그의 포장도 안된 시골길을 지나면 나오는 수수한 콘크리트 블럭으로 지은 이 집은 현재는 부엌만 저절로 깨끗해진다. 5년 전의 홍수, 지난해 봄에 난 지진으로 지붕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진짜 이름은 프랜시스 그레이스 안홀츠 베잇슨이지만 그 이름들의 첫 자만 따서 가비라는 성을 지은 가비는 출판되지는 않은 자서전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주부, 어머니, 아내의 역할이 아니라 먼지 닦는 일만 없애자는 말이다"
하버드 대학의 학자들을 매료시켰고 TV의 ‘믿거나 말거나’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된 이 집은 끈기와 집념으로 건설된 것으로 방마다 천장에 실내 세차장처럼 원형으로 움직이며 물과 비누를 뿜어내는 노즐이 달려 있고 깨끗이 헹궈내는 사이클이 끝나면 뜨거운 공기를 뿜어서 건조시키기까지 한다. 바닥은 거의 감지되지 않을 만큼 살짝 기울어져 한 구석으로 물이 빠지게 되어 있다. 현재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는 거실에 걸린 모든 그림은 플래스틱으로 코팅이 되어 있고 식탁 상판도 물을 튕겨내는 합성수지에 싸여 있다. 벽에 걸린 모든 장식품들도 마찬가지. 거실의 푹신한 벤치형 의자 역시 방수 재질로 만들어졌다.
지진이 나기 전까지 가비는 일년에 두 번쯤 이 집을 ‘셀프 클리닝’ 시켰다. 더러운 집을 깨끗하게 하려 하지말고 깨끗한 집을 깨끗이 유지하자는 일이었다. 아직도 모든 장치들이 작동되는 부엌의 벽은 물론 방수고 접시들은 그물형 선반이 설치된 찬장 안에서 그냥 세척된다.
거실 벽에, 물론 플래스틱에 싸여 걸려 있는 가비의 1984년 ‘셀프 클리닝 건물 건축’ 특허장에는 물 없이도 혼자 세척되는 변기, 셀프 클리닝 책표지 등 모두 68가지가 들어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막힌 것은 아마 ‘워셔-드라이어 옷장’으로 옷들을 옷걸이에 걸어놓은 채 빨고 건조해 주는 옷장이다.
달라스에 있는 새로 지은 여성 박물관이 여성 발명가에 대한 전시를 2003년까지 하고 있는데 거기 전시된 이 집의 모형은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가비의 특허장을 살펴본 미네소타 대학 교수 프레드 앰랜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길었다"고 말했는데 가비에게는 그동안 수많은 제조업자들이 접근했다 사라졌다.
가비는 건축업자이자 건축설계사로 딸에게 "세상이 온통 너의 것이니 무엇이든지 하라"고 격려해 주던 아버지 프레데릭 안홀츠를 어릴 적부터 존경했지만 13세 때부터 따라다녀 도저히 떼어놓을 수 없었던 엔지니어 허버트 그랜트 베잇슨과 17세에 결혼했다 35년만에 이혼했다. 이들은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작은 건축회사를 세워서 가비가 운영했는데 남편은 아내를 상사로 모시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이혼 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할 일을 찾다가 생각난 스스로 깨끗해지는 집을 12년 동안 연구하고 실험해가며 지은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집안 일을 하면서 끊임없이 구부렸다 폈다 해야 하는 허리의 혹사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는데, 요즘도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온갖 연장들과 커다란 제도용 테이블, 트롤리들로 꽉 찬 스튜디오에서 보내는 가비는 최근까지 목공과 조각을 즐겼다.
예약에 한해 첫 번째 사람은 25달러, 나머지 일행은 5달러씩 받고 집을 구경시켜 주는 가비는 이웃 사람들의 말이나 평판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내 멋에 사는’ 할머니지만 심혈을 기울여 창조한 이 집은 보존을 목적으로 그 지역 공원국에 기증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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