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상담
▶ 마가렛 김 (케네디고등학교 교감)
이얀(Jan)이란 남학생은 독일에서 온 교환학생이다. 미국에 온 지는 이제 5개월 되었다. 가을 학기엔 텍사스에서 수강했으며 이번 봄 학기엔 필자의 학교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 9학년이지만 그의 프로그램은 거의 11학년 수준이다. 보편적으로 11학년들이 택하는 수학 해석(Math Analysis)과 AP 물리학을 수강하며 영어도 11학년 과목이다.
이 학생의 카운슬러는 9학년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과목들을 이얀에게 정해 주려다 자신이 독일에서 가져온 성적표들과 상장들을 가져와서 자신에게 맞는 과목들을 분명히 밝히며 요구하는 바람에 놀랐지만 그의 넘치는 자신감과 그의 능력을 증명하는 성적표를 보고 수준 높은 과목들을 정해 주셨다고 한다.
점심시간에 학생들을 돌아보던 필자에게 이얀이란 학생이 액센트가 있지만 정확한 문법의 영어로 언제부터 라커를 사용할 수 있는지 질문해 왔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몇 년 전부터 체육시간에 사용하는 라커 이외의 다른 라커 사용을 허락하지 않게 되었다고 설명해 주니 너무나 실망하는 눈치였지만 곧 바퀴 달린 백팩을 구입하겠다고 했다.
라커 이외에 클럽활동과 대학 진학에 관해 필자에게 질문하는 이얀에게선 이곳의 학생들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자신감과 성숙함이 전해졌다. 물론 이얀은 독일에서부터 아주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었으며 이 곳의 일반적인 학생과 비교할 순 없지만 그 학생과의 대화와 태도에서 성공적인 학업의 필수 요인 몇 가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먼저 부모의 감독이 전혀 필요 없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자신의 목표가 뚜렷하다면 산만함(distraction)이 엄청나게 많은 사춘기라도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고 자발적으로 목표 달성에 힘쓸 것이다. 자녀들이 단기, 장기계획을 능력에 맞게 잘 세우고 지켜나가도록 관찰하고 환경을 만들어주고 지도해 주는 것이 우리 부모의 몫이라 하겠다. 또한 자녀들의 독립심을 길러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두번째로 영어 미숙을 이유 삼아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밝히고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다. 상담교사들은 보편적으로 갓 이민온 고등학생들에겐 부담이 적게 드는 쉬운 과목을 정해 준다. 물론 학생들이 미국생활에 적응 해야하고 언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학생들을 도와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영어나 역사 이외의 과목, 특히 수학이나 과학과목들은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 높은 과목을 택해도 충분히 따라 갈 수 있으리라 본다. 예를 들면 한국 고등학교에서 수학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이라면 이곳에선 대수(Algebra) II 이상의 수학해석(Math Analysis)이나 미적분(Calculus) 과목을 택해도 거뜬히 따라갈 수 있으리라 본다.
영어 미숙이란 절대로 영구적인 장애가 아니라 자신이 노력하는 만큼 빨리 극복할 수 있는 여건이므로 자신의 학업능력에 맞는 과목들을 선택하여 귀한 수업시간을 복습하는 데만 보내지 말고 새로운 내용을 배우고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
세번째로 환경을 탓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그 환경에 적응하기에 노력하고 나아가서는 그 환경을 발전시키는 자세이다. 라커가 없다고 하니 불평하는 대신 바퀴 달린 백팩을 구입하겠다고 답하는 이얀의 긍정적인 자세도 하나의 예이지만 이 학생이 텍사스에 있을 때 그의 수학 선생님이 개인적 사유로 2주 동안 수업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자신이 독일에서 가져온 책들을 수학 전공을 하지 않은 대리(substitute) 교사에게 빌려 주며 수업준비를 도왔다고 한다.
또한 표현을 하지는 않지만 혼자서 낯선 미국인 가정에서 생활하며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항상 밝은 얼굴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resiliency’라고 본다. 영한사전을 보니 resiliency란 한국어로 ‘되튐, 탄력, 신속한 회복력, 쾌활성’이라 쓰여 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을 때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신속한 회복력’을 가지고 대처하는 이얀의 성공은 시간문제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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