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역사박물관, 줄리아 차일드 집 부엌 전시
새해를 맞아 부엌을 개조하려 하는 사람, 호화 소재로 조리대를 바꾸고 주방용 가전제품들도 번쩍거리는 최신형으로 새로 들여놓고, 모든 조리도구들을 눈에 띄지 않게 수납장 속에 넣어 깔끔하게 꾸미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갑을 열기 전에 반드시 한번 가봐야 할 곳이 생겼다. 바로 오는 4일부터 워싱턴 미국 역사박물관에 6개월 동안 전시될 줄리아 차일드의 부엌이다.
냄비와 솥들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못에 걸려 있는 이 부엌에는 주걱과 국자와 계량컵과 가위, 깔때기, 체, 칼들도 모두, 부엌의 예술가가 당장 쓸 수 있도록 보기 좋게 나와 있다. 블렌더와 믹서, 오래된 토스터 오븐과 쓰레기통, 1950년대식인 버너가 6개인 식당용 스토브도 마찬가지다.
이 곳은 또 가족, 친구들과 한끼 식사를 즐기기에 딱 알맞은 배경도 되어 준다. 조리대 위에는 언제고 한잔 마시고 싶은 생각이 나도록 차통과 꿀단지가 놓여 있고, 노르웨이제 의자의 곡선은 보기만 해도 한번 앉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며, 청색과 녹색 찬장 색깔은 밝고 유쾌하고, 부엌은 서너 사람이 동시에 일할 수 있을 만큼 널찍하다.
"멋진 정통 가정집 주방이죠. 모든 필요한 물건들이 잘 보이는 곳에 나와 있어요. 아무도 요리를 한 적이 없어 보이는 디자이너 주방이 아니라 진짜 안락하고 일치감을 느끼는 장소입니다"고 4차례에 걸쳐 차일드의 요리강좌 시리즈를 제작하느라 이 부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조프리 드러먼드는 말한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주방장이자 요리 선생님인 줄리아 차일드가 지난 40년 동안 자신과 가족, 친구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중들을 위해 요리한 이 부엌을 스미소니언 연구소가 탐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부엌은 음식과 그 역사에 관한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에 미친 차일드의 영향력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20세기 여성들의 변화된 삶과 일 속에서 부엌이 차지하는 위치에 관해서도 말해주는 것이 많습니다"고 이 전시회의 공동 큐레이터인 레이나 그린은 말한다.
"20세기 말을 살았던 한 미국인 가정의 부엌인 동시에 한 전문직 여성의 부엌인 이 부엌은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요리하던 차일드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전문인으로 성장, 변화하면서 함께 진화했습니다. 아울러 이 부엌은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이 가 본 것처럼 생각하는 공공의 부엌이기도 합니다"
이 부엌은 스미소니언의 역사복원 전문가들이 지난 여름, 매서추세츠 캠브리지에 있는 차일드의 집에서 조심스럽게 해체해서 가져온 것이다. 올해 89세로 따뜻한 샌타바바라의 은퇴자촌에서 살고 있는 차일드가 포기한 이 집은 스미스 칼리지, 차일드의 서류들은 래드클리프 대학 슐레신저 도서관으로 넘어 갔다.
박물관에서 차일드의 부엌을 본 사람들이 맨 처음 느끼는 것은 아마 모든 주방용품들이 눈에 보이게 나와 있는 모습일 것이다. 차일드의 오랜 친구이자 편집자로 60년대 초부터 그 부엌에서 자주 요리하고 식사한 주디스 존스는 "그전까지 사람들은 모든 조리용구들은 소독되어 장 속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줄리아는 모두 밖에 내놓고 언제고 재빨리 집어 쓸 수 있게 했습니다. 줄리아는 그뿐만 아니라 가정용보다 화력이 훨씬 좋은 식당용 스토브를 들여놓는 유행도 선도했습니다"고 말한다.
요리에서도 개인적 필요와 선택을 중요시한 줄리아의 개성은 6척 장신인 자신의 신장에 맞춘 38인치 높이의 조리대, 프로방스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색과 녹색을 칠한 찬장, 차일드의 남편 폴이 외교관으로 일했던 노르웨이 농촌식 가구, 폴이 거기 걸릴 개개 냄비의 윤곽선을 그려 놓아 그 부엌에서 일한 사람은 누구든 냄비들을 제 자리에 걸어 놓을 수 있도록 만든 못질한 나무판 등에서도 엿볼 수 있다.
차일드의 부엌과 그 부수용품들이 이 박물관 1층에서 6개월간 전시되는 동안 드러먼드가 차일드를 인터뷰해서 제작한, 자신의 이야기 및 그 부엌의 역사, 그 부엌에서 요리한 사람들, 기억에 남는 식사들, 차일드를 매혹시킨 칼과 도구들에 관한 영화도 전시회의 일부로 상영된다. 박물관에 가지 못하면 www.americanhistory.si.edu로 접속해도 볼 수 있다. 박물관은 차일드의 부업을 영구 전시할 기금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