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창(전 언론인)
1903년 1월 13일 미명. 하와이 호놀룰루 항에 닻을 내린 미국상선 겔릭 호에서는 102명의 한인 이민자들이 약간은 불안한 얼굴로 미국 땅에 첫발을 내딛고있었다. 이들 도착이후 2년 반 동안에 약 7천명의 한인들이 하와이 사탕수수밭의 노동자로 건너왔고 이들이 미주 한인이민의 선구자가 되었다. 내년 2003년 1월이면 선구자들이 이 땅에 온지 만 100년이 된다.
이들의 이 발걸음은 유민이 아닌 한국 근대이민의 효시다.
지난 100년 동안 미국 속의 한인들은 미국과 한국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간단없는 맥을 이어오면서 200만에 육박하는 오늘의 한인사회를 이루었다.
코리언 아메리칸 센테니얼을 맞이하면서 한인사회는 물론 미 주류사회와 모국 한국에서의 성원이 예상밖으로 뜨겁다. 미 주요도시의 한인사회는 각각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를 조직, 지역특성을 살린 ’100살 자축연’을 준비하고있으며 미 연방의회는 코리언 아메리칸 이민 100주년 기념결의안을 상정, 과거 한인들이 미국사회 발전과 평화유지에 공헌한 업적과 기여를 인정키로 했다. 의회는 이 결의안을 통해 부시대통령이 한인 이민100주년을 맞아 2003년을 ’ 한인 이민의 해’로 선포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의 재외동포재단에서도 미주한인이민 100주년 기념사업을 위해 60만 달러를 지원키로 하고 주미 한국대사관 및 각 지역 총영사관에서도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신년 들어 미주한인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몇몇 한국언론의 신년특집에서도 미주이민 100주년 기념사업을 주요기사로 취급했다. 이 같이 한미양국에서 보여준 기대 이상의 호의와 반응은 미주한인들이 한미양국에서 차지하고있는 비중을 실감케 한다.
코리언 아메리칸이 미국속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이민 10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이란 간단히 말하면 과거 100년의 미주한인들의 발자취를 기록물로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100년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해야할 것은 과거의 정리나 미래의 설계도 미국의 눈, 한국의 눈이 아닌 코리언 아메리컨의 시각으로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바로 코리언 아메리칸의 역사의식 아래서 만이 이 기념사업의 의의는 존재한다는 말이다. 코리언 아메리칸의 역사의식이란 미주한인들이 자신들에게 맡겨진 시대적, 역사적 과제를 인식하고 이의 구현을 위해 과거를 되돌아보며 미래를 설계하려는 의지를 말함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맡겨진 시대적, 역사적 사명은 무엇인가. 우리는 코리언 아메리칸이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한국과 미국에 각각 한다리씩 딛고 서있는 격이라 할 수 있다. 먼저 모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살펴본다.
모국이 일제치하에 있을 때는 코리언 아메리칸들은 오로지 모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고 모국해방(1945년)후부터 1992년 문민정부가 들어설 때까지는 모국의 ‘민주화’를 위해 힘을 모았다. 앞으로는 모국의 ‘통일’과 한국세계화의 ‘향도’ 그룹으로서의 역할과 위상이 맡겨졌다고 본다. 다음에는 ‘우리나라’인 미국에서의 코리언 아메리칸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짚어보자. 처음 이 나라에 당도한 코리언들은 일정기간 ‘생존투쟁’을 겪기 마련이다. 우선 낯선 땅에서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정착단계’를 맞는다. 가족이 기거할 집을 장만하고 자녀들의 교육에 힘을 쏟는다. 이때는 직장에서의 위치와 사업이 안정되면서 미래를 그려보기도 한다. 이후에는 주류사회참여확대의 열풍을 만난다. 이 땅의 주인의식이 생기면서 주인으로서의 구실을 하고픈 생각이 든다.
우리는 지금 주류사회 참여열풍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정치고 사업이고 문화고 간에 주류사회에 도전하고 여기서 인정받는 것이 한인사회의 관심을 끈다. 이 시대 코리언 아메리칸의 가치관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이시기에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민족문화의 보존과 계승에 관한 의지다. 이것이 우리의 본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코리언 아메리칸의 지난날이, 오늘이, 미래가 이러하다면 100주년 기념사업은 이 같은 범주에 조명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전국조직인‘미주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에서 발표한 사업 계획을 일별 하건대 미주한인들의 시대적, 역사적 의지를 거의 포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국통일에 관한 부분이 가려진 것 같은데 사업의 시행과정에서 이 점이 고려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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