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포획한 먹이를 발톱으로 움켜잡고는 풀밭을 지나 끌고 가더니, 찢어발기듯이 헤쳐서는 냄새를 맡고, 내장을 씹는다. 그리고는 주변 공기의 냄새를 킁킁거리면서, 다른 사냥감을 향해 뛰어든다. 포획한 먹이란 사실은 동물의 피를 얼려서 삼베로 싼 것으로, 국립동물원의 사육사들이 ‘로칸’이라는 이름의 수범에게 던져준 것이다. 늘 먹던, 먹기 좋게 잘 손질된 식사보다 좀더 야생의 향연다운 기분을 내기 위해서다.
로칸의 이 특별식 뒤에는 갇힌 생활을 하는 동물들에게 야생생활을 맛보게 하려는 동물원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일부 동물원들은 이 개념을 그 극한까지 적용, 육식동물에게 교통사고로 죽은 동물을 주고 관람객 앞에서 먹게 하기도 한다.
북캘리포니아의 폴섬 시립동물원에선 쿠거와 늑대, 곰들이 사슴 시체를 뜯어먹느라 며칠씩 걸리기도 한다. 동물들은 가죽을 잡아 벗기고 뼈를 씹어먹으며, 나머지는 나무 속에 안전하게 감춰둔다. 동물들은 이런 일을 매우 좋아해서, 옆 공원의 불꽃놀이 동안 동물들을 조용하게 하려고 동물원측이 시체들을 먹이로 주기도 할 정도다.
워싱턴의 국립동물원은 사체 식사를 채택하고 있진 않지만, 야생행동을 촉진시키는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음식을 찾기 어렵도록 빈 대롱에 넣어주거나 나뭇잎 속에 감춰놓는 식이다. 우리 안에다 향수 샘플이나 다른 동물의 소변을 놓아두어 동물들로 하여금 탐험심을 부추기기도 하고, 애완동물들에게 하듯이 과제를 내거나 장난감을 주기도 한다.
이런 활동들은 동물들의 권리와 복지가 중요시되고 있는 요즘 동물원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다. 올해부터 동물원들은 보유동물들에게 강화된 활동을 제공하지 않으면 인가를 상실하게 된다. "동물들은 자연에서 먹을 것을 찾고, 짝을 찾고, 구역을 정하도록 진화해 왔습니다. 동물원에 오면 이런 모든 문제를 사람들이 해결해 주는 겁니다. 강화활동이란 야생상태에서 직면했을 도전들을 흉내내는 것이죠." 국립동물원의 부책임자인 벤자민 벡의 설명이다.
폴섬 시립동물원의 사육사 리 하우츠는 사체를 탐험하고 지키고 먹는 것이 동물들에게 도전의 기회와 보람을 준다고 말했다. 처음엔 까다롭던 관객들도 이젠 도리어 그런 광경을 찾는다. 리는 "어차피 버릴, 교통사고로 죽은 동물을 활용하는 셈"이라면서 "육식동물들이 원래 태어난 대로 행동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체 식사는 사육사들이 갖고 있던 동물에 대한 조종권의 일부를 동물들에게 되돌려준다. 폴섬 시립동물원의 동물들은 시체를 뜯어먹는 동안엔 밤에도 우리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고양이과의 맹수들은 고기를 놓고 싸우기도 한다.
국립동물원은 사체 식사를 향해 몇 걸음을 내딛었다. 뱀에게 죽은 쥐를 준다거나, 새들에게 죽은 물고기를 주는 식이다. 고양이류 한 마리는 산 금붕어를 잡아먹는다. 그러나 비난과 보급 문제에 대한 우려로 여기서 더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동물원에서 ‘심바’가 ‘밤비’를 씹어먹는 것에 반대하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리지만, 동물들은 매우 좋아한다. 우선 무료함을 없애주므로 자기 털가죽을 물어뜯거나 우리의 창살에 머리를 부딪치는 등의 행동을 막아준다. 또 하나의 기준은 동물들이 야생상태에서 보였을 행동과 능력을 내보이느냐 하는 것이다.
무척추 동물관에서는 짙은 오렌지색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대형 태평양문어를 이끌어내려고 노력중이다. 바다에서는 입을 꽉 다문 조개를 빨판으로 열어 잡아먹는 이 문어에게 잔 새우를 넣은 대롱의 입을 막아서 주어보았다. 문어의 빛깔이 알아챘다는 표시로 짙어지더니, 단 80초 내에 빨판으로 마개를 열었다.
머리가 좋은 동물인 영장류들을 위해선 사육사들이 개별활동을 제공한다. 이 동물원의 오랑우탄 중 암컷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데 비해, 수컷들은 그렇지 않다. 두 마리의 오랑우탄은 플래시카드를 이용한 퀴즈 쇼에 출연하고 있는데, 상으로 먹을 것을 주어서라기보다는 머리를 쓰는 도전이라는데 더 흥미가 있는 것 같다는 것이 사육사 롭 슈메이커의 말이다. "매일 출연하고 싶어서 안달입니다. 밥 먹을 때 같은 것은 상관이 없습니다." 이처럼 활동을 강화시키는 새로운 방법으로 동물을 돌보려면 전통적인 방법에 비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관람객 입장에서는 동물이 보다 활발히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다.
이런 추세의 대표적인 인물은 소형 포유류 큐레이터인 밥 킹이다. 그는 먹이 주는 방법에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다. 속을 파낸 야자열매 속에 벌레를 넣어서 준다거나, 통나무에 아라비아고무 수액을 떨어뜨린다거나, 벌레가 숨겨진 걸레를 걸어놓는다거나 하는 식이다. 어떤 동물들은 보이는 먹이를 먹기에 앞서 숨겨진 먹이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킹은 자기가 기르는 동물들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