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광장]
▶ 연창흠 <편집국 부국장>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늙는다. 또한 늙으면 죽음은 눈앞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흔히 나이 드신 분의 표현으로 옹(翁), 노인(老人), 늙은이, 어르신 등을 사용한다.
인간만사의 길흉화복은 무상하여 예측할 수가 없는 것을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한다. 여기서 쓰여진 ‘옹(翁)’자는 ‘늙은 사람’ 또는 ‘나이 드신 분’이라는 뜻이다.
늙은 사람의 또 다른 한문 표기는 ‘노인(老人)’이다. 일생동안 흙(土)을 지고 흙에서 애를 써서 허리다리가 꾸부러져서(匕) 일어날 수 없게 된 모양을 참으로 잘 그린 삶의 글자라 할 수 있다.
‘늙은이’란 표현은 언뜻 듣기에 반말이나 품격이 낮은 상스러운 말 같다. 그러나 어린아이의 높임말이 ‘어린이’ 듯이, 늙은 사람이나 나이 드신 분을 일컫는 말이다.
‘어르신’이란 표현은 한 때 한국에서 경로사상 실천운동 차원에서 사용됐다. 노인을 공경하는 뜻에서 노인의 호칭을 어르신으로 일반화하자고 주장한 것.
여하튼, 늙는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임에는 틀림없지만.
며칠 전 불치병을 앓고 있는 한인 노인 환자들을 취재한 적이 있다. 불치병 환자들만이 생활하는 병원에서 만난 그들. 대부분은 완치퇴원 보다는 고통을 줄여가며 남은 여생을 그 곳에서 보내고 있었다.
면회를 자주 오는 가족과 함께 병마와 씨름하는 한인들. 그보다 더 많은 가족이 있어도 홀로 외롭게 노후생활을 지내는 한인 노인들. 그 곳에 있는 한인 노인 환자들은 거의 다 휠체어에 몸을 의존하고 있다.
반신불수, 중풍 등 불치병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 그들이 가장 힘든 것은 자신의 뜻대로 자신의 몸을 자유자재로 다스리기가 쉽지 않은 것. 그래서 가장 큰 불평도 침대에서 일어나 움직이고 싶은 때 간호사들이 빨리 도와주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한인 간호사와 한인 약사들이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 또한 정기적인 한인 교회의 위로 예배와 한국음식 제공 그리고 한인들의 자원봉사 활동 등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곳 한인 노인환자들에 따르면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꼬박꼬박 자원봉사에 나서는 한인 할아버지가 있다고 한다. 올 때마다 정성이 담긴 음식물을 가져오고, 환자들의 손톱, 발톱을 깎아주며 서슴없이 말 동무를 해준다고.
얘기를 들어보니 그 할아버지도 이 곳 병원에서 중풍에 시달리는 부인을 잃었다. 그는 93년 중풍으로 입원한 아내를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면회를 와 함께 병마와 씨름했지만 5년 후 끝내 부인이 사망한 것.
하지만 그 후에도 매주 병원을 찾아 환자들의 친구가 되어 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인 노인환자들을 인터뷰하는 동안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봉사활동은 아직도 매우 미흡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러기들의 삶에는 네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혼자 날아다니지 않고 늘 다른 기러기들과 어울려서 날아다닌다는 것. 둘째는 V자 형태를 그리면서 함께 떼를 지어 날아다닌다. 그 때 맨 앞에 있는 기러기가 공기 저항을 가장 많이 받고 가는데 그 덕분에 뒤에 오는 기러기들은 편하게 날아간다.
그러다 앞에 있는 기러기가 지치면 뒤에 있는 다른 기러기가 자리를 바꾸어 그 역할을 대신 맡는다. 셋째는 방향을 알리고 서로 격려하고 힘을 내도록 하기 위해 소리를 내면서 날아다니는 것. 마지막으로는 기러기들은 아파서 뒤에 처져 있는 기러기를 절대 혼자 내버리고 가지 않는다. 건강한 몇 몇 기러기들이 함께 남아서 끝까지 책임을 지면서 돌보아 주는 것 등이다.
한인사회 곳곳에는 기러기 삶과 같은 자원봉사자들을 많이 필요로 한다. 가족이 없는 환자들에게 가족의 역할을 대신 충실하게 해주는 자원 봉사자. 가족들이 있지만 짐이 너무 무거워 혼자 짐을 지고 갈 수 없을 때 그 짐을 가볍게 해줄 수 있는 봉사자. 가족이 있으면서도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을 때는 가족들을 격려하며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그런 봉사자들을…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보다 많은 한인들이 고통에 시달리는 한인들의 손과 발이 될 수 있는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 나섰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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