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퀴즈문제 하나. ‘현대적 개념의 민주주의가 처음 확립된 나라는 어느 나라인가’-. 영국이다, 아니 미국이다. 모두 틀렸다. 정답은 핀란드다. 1906년 전 세계 최초로 보통 선거제와 다당제를 실시한 나라가 핀란드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퀴즈를 풀어보자. ‘민주주의가 가장 늦게 실시될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 문제가 너무 어렵다고? 그러면 그 해답 발표는 일단 유보하고….
"2002년은 전쟁의 해다." 조지 W. 부시의 선언이다. 부시가 올해의 키워드로 망설임 없이 ‘전쟁’을 선정했다. 알 카에다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므로 올해에도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석이 자못 구구하다. ‘신제국주의에 바탕을 둔 패권주의 발상이다’ ‘중간선거의 해를 맞아 정국을 주도하려는 술책이다’ 등등. 해석은 어떻든 올해의 키워드가 전쟁인 것만은 확실한 것같다. 신년 벽두부터 이라크 공격론이 점차 무게를 더해 하는 말이다.
"전쟁에는 선(善)이 끼여들 요소란 없다. 오직 악마만이 개입할 요소가 있는 게 전쟁이다." 전쟁의 비참성과 관련해 나온 말이다. 전쟁은 그러나 전혀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민주주의의 확산도 아마 이에 해당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민주주의는 오늘날 보편적 가치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20세기가 시작된 1900년만 해도 현대적 개념의 민주국가는 한 나라도 없었다. 영국, 미국 등이 가장 민주적인 체제였지만 보통선거제도 확립된 게 아니었다.
20세기 중반에 들면서 민주국가는 괄목한 수적 증가를 보인다. 프리덤 하우스에 따르면 ‘완전한 민주국가’는 22개, ‘부분적 민주국가’는 21개에 이르렀다는 계산이다. 그 후 한 세대가 지난 1985년께 전 세계 국가의 40%, 66개 국가가 민주국가로 분류된다.
21세기 원년인 2001년에는 완전 역전이 이루어진다. 전 세계 민주국가는 모두 121개로 ‘민주주의 대 비(非)민주주의’ 체제의 비율은 2대1로 민주주의가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민주주의 확산 과정은 바로 전쟁의 역사다. ‘전쟁의 세기’로 불리는 20세기 전쟁의 큰 줄기는 민족자결권 획득을 위한 해방전쟁으로도 일면 볼 수 있어서다. 나치패망, 식민주의 해체로 이어지는 2차대전 후 민주국가가 급증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냉전도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져왔다. ‘공산주의와 싸우는 이유는 자유와 민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 원칙은 소수민족 우대정책을 불러왔다. 공산주의가 발붙일 틈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정책적 판단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은 눈부신 민권신장을 이룩했다.
이 ‘민권의 잣대’가 제3세계의 상황에도 적용되면서 ‘민주화 도미노현상’이 일게 된다.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지역 민주화가 그 절정이다. 민주화 도미노는 그 후에도 소련제국 붕괴와 함께 계속 이어진다. 따지고 보면 이도 전쟁의 결과다.
전 세계를 거칠게 몰아친 민주화 바람에도 불구, 이슬람권, 특히 아랍권은 여전히 무풍지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21세기가 시작된 어느 날 느닷없이 미국의 심장부를 겨냥한 테러공격이 가해진다. 신화의 세계에 갇혀 있는, 현대문명을 거부하는 부족주의(tribalism) 광신자들의 공격이었다.
’2002년은 전쟁의 해다’-. 부시의 선언대로 테러전쟁은 계속 이어질 것같다. 그리고 언제 끝날지 아직은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그러면 이 전쟁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아랍권에 천박한 GI 문화가 전파되고 전쟁 고아에, 혼혈아 양산 상황을 불러올 것이다’ ‘반미 감정의 골만 더 깊어진다’-. 틀리지 않은 전망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바람도 불러온다. 민주화 바람이다. 그래서 이런 전망을 해본다. "80년대가 아시아의 민주화 시기라면 90년대는 구 소련권 민주화시대다. 그리고 21세기의 첫 10년은 이슬람권의 민주화 시기가 될 것이다. 테러전쟁이 그 시작으로 민주화 바람은 점차 더 거세질 것이다…." 그리고 보니까 2002년의 키워드는 민주주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건 그렇고 다시 퀴즈 문제로 돌아가 보자. ‘민주주의가 가장 늦게 실시될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 프리덤 하우스는 이에 대해 힌트를 주었다. 민주주의니, 자유 등과 관련해 ‘최악중 최악의 나라’ 톱 10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쿠바, 북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사우디아라비아, 수단, 시리아, 그리고 투르크메니스탄 등이 그 후보들.
아랍국가가 아닌 북한이 정답이라고? 글쎄, 맞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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